미국 뉴욕에서 개최 중인 유엔(UN)총회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요구 충족 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일주일 내 개방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며칠 내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이 재가동 될 거란 보도에 국제유가는 약 2주 만에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자리에서 취재진에 이란 쪽과 3시간가량 "매우 좋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회담 내용을 공개하진 않고 "가까운 시일 내" 추가 회담이 열릴 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위대해질 가능성과 소멸" 두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재차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자신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이 협상을 성사시켜 그 전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위대한 나라를 만들고 재건할 것인가" 혹은 "내가 이란을 신속히 멸(annihilate)해야 하나"라는 극단적 위협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걸프협력회의(GCC) 다자회담 참석 자리에서도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중재자들"과 회담했고 "중재자들이 협상을 성사시킬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트코프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늘 유엔총회 계기로 중재자들을 통해 이란 대표단과 긴 대화를 나눴다. 중재자들이 하루 종일 양쪽을 오갔다"며 "건설적이고 유망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란 국영매체도 미·이란 접촉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국영 IRIB 방송 연계 매체를 인용해 2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위트코프 특사와 만났다고 전했다. IRIB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 전달을 위해 위트코프 특사와 만나 해상봉쇄 해제, 동결자산 즉시 해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을 요구했다고 한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상호작용"하며 회담을 가졌고 모든 전선에서의 전투 중단, 미국의 침략행위 중단, 해상봉쇄 및 이란에 대한 경제 전쟁 중단, 이란 자산 해제를 외교 재개 조건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22일 <로이터> 통신은 이란 고위 당국자가 지난주 이란이 미국에 최신 제안을 전달했고 요구가 충족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7일 안에 재개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험악한 수사를 주고 받으면서도 외교 문이 열려 있다고 시사해 와 유엔총회 기간 양국 접촉이 기대됐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의 종전 조건을 전달했다고 지난 19일 밝힌 바 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연설이 예정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의 만남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밝혀 양국 정상 만남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였다. <IRNA>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2일 뉴욕에 도착했다.
다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외교관들이 미·이란 간 대화 가능성을 탐색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회담은 너무 민감할 수 있어 사실상 배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뒤 중단된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전투가 즉시 종료될지도 미지수다. 양국 모두 외교 문이 열려 있다면서도 전투 위협 또한 거두지 않고 있다.
이란 쪽이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조건에 미국이 껄끄러워 하는 전쟁 배상금이 빠져 이란의 태도가 완화됐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가디언>은 "경험적으로 볼 때 이란 조건은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세부 조건이 드러나면서 복잡해진다"고 지적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라그치 장관이 이란 내부에선 협상파로 분류돼 강경파 의견을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 시기를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3일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선거 직후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이란이 "내가 중간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 가동 재개 조짐이 보이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22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09달러(1.09%) 내린 배럴당 99.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밑돈 건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이 가속화된 이달 초 이후 약 2주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22일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지난 11일 폭격으로 가동을 중단한 동서송유관이 이번 주말 내로 재가동 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이어 후티 반군이 홍해까지 폐쇄할 가능성이 커지며 특히 사우디가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이달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 급등했던 유가는 사우디가 다시 호르무즈 해협으로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는 소식에 최근 며칠간 하락세를 이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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