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장애가 욕설로 사용되거나 약점이 될까 숨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드라마, 유튜브, 연극, SNS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중의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프레시안>은 장애를 소재로 대중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과정, 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들어 봤다. 편집자
청각장애인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록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2007년 20만 3000여명이던 청각장애인은 지난해 말 44만 9000여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새로 등록된 장애인 8만 2900명 중 가장 많은 장애 유형도 청각(30.6%)이다. 지체는 17.1%로 청각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고령화 현상으로 난청을 겪는 노인이 늘어나서만은 아니다. 유전이나 돌발성, 환경에 의해 젊을 때부터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도 많다. 지난해 기준 65세 미만 청각장애인은 6만 9224명으로 같은 기간 장애 유형 중 15.4%를 차지한다.
종종 꾀병을 의심받곤 할 정도로 청각장애인은 인구 수에 비해 인지도가 적다.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이 외견상 눈에 띌 뿐 더러 당사자들의 사회 운동으로 비교적 대중에게 알려진 것과 반대다. 2024년엔 청각장애인 A 씨가 병원에서 음성-자막 변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데 무슨 청각장애냐', '기분이 나쁘다' 등의 발언을 들은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직접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면서 오해와 편견을 깨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청각장애인 부부 '따승이네'가 대표 사례다. 크리에이터 아내 공다영(33) 씨와 회사원 남편 이현승(32) 씨가 함께 만드는 영상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보와 부부의 일상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게시한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100~2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따승이네 부부는 신혼의 기운을 물씬 풍겼다. 결혼 3년 차라기에 교제 과정을 물어보니 현승 씨는 "배우자가 내게 너무 과분한 여자라 만나도 되는 건가 고민 많이 했었다"며 부끄러워한다. 따승이네 영상 반응을 물어보니 다영 씨가 "다들 남편 잘생겼다는 말만 하고 내 이야기는 안 한다"며 분해 한다. 겸손을 빙자한 자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난감함과 별개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 하나가 바로 깨졌다. 수어를 사용해야 하거나, 말로 대화하더라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장애인과 다름 없이 듣고 말하는 데 능숙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들이 알려주는 청각장애 관련 정보를 배경지식 부족으로 곧장 이해하지 못했을 때뿐이었다.
청각장애인 부부임에도 듣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인공와우'에 있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와우) 질환으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남아있는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기기다. 통상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에게 권장하며, 5세 이전 유아가 소리를 듣지 못할 때도 이식·착용을 권하고 있다.
부부 모두 보청기에서 인공와우로 전환한 경우다. 세 살에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현승 씨는 보청기를 착용하다 점점 청력이 떨어져 초등학교 6학년 오른쪽 귀에 인공와우를 이식했다. 고등학교 1학년 사우나에서 현기증으로 쓰러진 뒤에는 왼쪽 귀도 청력을 소실해 양쪽에 인공와우를 이식했다. 마찬가지로 유년 시절부터 청각장애가 있던 다영 씨는 보청기와 스테로이드 약물을 병행하다 청력 소실이 심해져 20대 때부터 인공와우를 사용했다.
들을 수 있다고 곧바로 말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청각장애인이 언어를 사용하려면 유년 시절부터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영 씨의 경우 어머니가 직장을 그만두고 언어 치료실에 데리고 다녔고, 집에 돌아오면 말하기와 호흡 훈련을 함께했다. 듣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피아노를 가르치고,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에 입학시키려 이사까지 할 정도로 지극 정성이었다.
재활과 주위 도움으로 평소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무지로 인한 공격에서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현승 씨는 인공와우를 처음 착용한 초등학교 6학년 때 본체를 가슴팍에 고정하고 다녔다. 반 친구가 "남자애가 가슴이 왜 튀어나왔냐"며 가슴을 툭툭 치곤 했다. 다영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보청기를 착용할 때 선생님으로 "언제까지나 네 편의를 봐줄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발음을 정확히 듣기 위해 영어 선생님을 쳐다보다 부적절한 언행을 듣기도 했다.
공격에 어쩔 줄 모르던 이들이 어떻게 장애를 직접 드러내는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을까. 공 씨는 청각장애인들이 과거 자신처럼 정보 부족으로 인공와우 이식과 재활 등을 고민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이에 사람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남편에 '청각장애인 부부'의 삶과 인공와우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소심하지만 언제나 배우자의 뜻에 따르는 이 씨는 제작·촬영에 순순히 함께했다.
첫 영상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청각장애인이 된 배경과 재활 경험을 담았더니, 청각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댓글과 메시지를 통해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된 게 혹시 내 탓은 아닌가 죄책감을 가졌는데, 영상을 보고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연락이 쏟아졌다. 앞서 말했듯 청각장애에 대한 정보가 다른 장애에 비해 덜 알려졌기에, 따승이네 영상은 선배 당사자의 경험이 갈급한 장애아동 부모들에게 위로로 다가왔다.
따승이네는 이때 "사명감"을 느꼈다. 그래서 지난 30여년 청각장애인으로 살면서 얻은 경험, 인공와우 수술과 관련한 정보를 알리기로 결심했다. 정보성 영상을 올릴 때는 틀린 내용을 담지 않기 위해 해외 논문까지 찾아볼 정도로 공들인다. 청각장애인 부부가 데이트하는 모습, 청각장애인 부부의 노래 실력, 인공와우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대처법 등 청각장애인의 소소한 일상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사명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인공와우 이식 비용이 그렇다. 귀 한쪽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려면 기기 비용과 검사비, 수술비, 입원비 등 2000만 원 넘는 돈이 든다. 양쪽 이식 비용은 4000만 원이 넘어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걸어다니는 아반떼'라고 부르곤 한다. 청소년은 양쪽 귀, 성인은 한쪽 귀 이식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한 번뿐이다. 외부기기가 수명을 다하거나 분실해 다시 구매할 경우 1개당 1000만 원가량을 다시 지출해야 한다.
유지비도 문제다. 인공와우 사용에 필요한 배터리는 소모품이라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 인공와우 배터리는 충전식과 교체형이 있는데, 따승이네는 교체형 기준 1년에 약 100만 원을 지출한다. 배터리 비용은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다. 배터리 교체 비용과 언제 나갈지 모를 기기 구매 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수천만 원을 지불해야만 비장애인과 그나마 비슷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일들에 정부가 좀더 관심 가져주길 바라고 있다. 인공와우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식 개선교육, 언어·청능(청각 능력) 재활 지원 강화 등 청각장애인의 일상에 불편함을 덜어달라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 장애인에게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편견을 갖지 않고, 다양한 장애의 모습을 존중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이는 따승이네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 크리에이터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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