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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가 통치 리스크로…李대통령 '공소취소' 진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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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가 통치 리스크로…李대통령 '공소취소' 진의는?

지지율 하락 속 강경파 반발에 '대법관 재제청' 갈등까지…'산 넘어 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말이 지난 2022년 20대 대선을 관통했다. '검찰주의자' 후보와 '사법 리스크' 후보가 비호감도를 이끌었다. 대선을 한달 앞둔 2022년 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호감 34%, 비호감 62%), 이재명(호감 34%, 비호감 61%) 후보가 받은 성적표는 막상막하였다.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끝난 대선 다음날인 3월 10일 갤럽은 유권자들에게 윤석열, 이재명 후보를 찍은 이유를 물었다. 공히 '상대 후보가 싫어서'라는 답이 최상위권이었다.

찍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윤석열 후보에겐 '경험 부족'(18%), '무능/무지'(13%), '검찰 권력/검찰 공화국'(6%), '가족 비리', '비호감(이상 5%)이 꼽혔다. 이재명 후보에겐 '신뢰성 부족/거짓말'(19%), '도덕성 부족'(11%), '대장동 사건, '부정부패', '정권 교체', '전과/범죄자', '가족관계/개인사'(이상 6%)가 꼽혔다. 누구를 찍었든, 최악의 빌런을 가려내느라 유권자들이 고역을 치렀다는 뜻이다.

취임 뒤 '검찰주의자' 면모를 숨기지 않은 윤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배우자의 수상한 행적을 감싸다 몰락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자멸로 치러진 21대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주요 변수였다. 대법원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선고로 되살아난 사법 리스크 속에 이 대통령이 얻은 대선 득표율은 49.42%였다. 계엄·탄핵 여파로 국민의힘이 사실상 괴멸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에서조차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이다. 민주당이 발간한 대선 백서는 "정치 양극화로 인해서 민주당의 비호감도가 대단히 높았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두 번의 대선을 거쳐 응축된 비호감도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잠복한 기본값이고, 비호감의 중핵은 사법 리스크다. 취임 일성으로 '모두의 대통령'을 내걸고 진영과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건 이와 무관치 않았다. 계엄 대통령과 비교되는 면모에 주식시장 활황까지 겹치면서 60%대 안정적인 지지율이 1년여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다.

사법 리스크 해체 작업은 여대야소 국회가 대행했다. 지난 2월 민주당은 '사법 3법(재판소원,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을 밀어붙였다. 4월에는 이 대통령 관련 형사재판의 공소취소가 가능한 조작기소 특검법을 친명계 의원들 주도로 발의했다. 7월에는 검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부작용이 컸다. 모두 '검찰개혁' '사법개혁' 명분으로 추진했지만,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를 최우선에 둔 무리수라는 비판을 불렀다. 3~5월 50일 간 진행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선 검찰의 조작·회유를 입증하겠다며 민주당이 제기한 '연어 술파티' 의혹을 배척하는 증언이 더 주목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윤석열 정부가 벌인 표적수사의 피해자라는 이 대통령의 서사가 최고 권력자의 앙갚음으로 변해갔다. 여권이 실질적으로 패배한 6.3 지방선거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통치 리스크로 확대전환된 정치적 분기점이 됐다.

속절없는 지지율 하락 속에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소취소 권한 배제를 당에 요청하면서도 "악의적인 수사, 조작에 의심이 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다"며 검찰의 조작기소를 입증하겠단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울러 검찰청 폐지를 코앞에 두고도 "불가역적 검찰개혁을 책임 있게 완수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여권 강경층을 향한 내부 통합용 메시지로 읽혔다. 그러나 진영 내부 반대파인 유시민 작가는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발언과 관련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분개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세력에 전전긍긍한다"고 했다. 추 지사와 김용민 의원 등 강경파는 이 대통령의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개혁 역행으로 본다. 김민석 대표와 난타전이 거듭되면서 '추석 대전(추미애·김민석 충돌)'이란 말까지 나왔다. 야당이 아닌 여당의 반대에 막혀 출범이 열흘도 남지 않은 중수청은 수장 없는 개문발차가 불가피해 보인다.

유력한 초대 공소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정현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언행도 심상찮다. 임명 직후 그는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와 관련해 "진상조사단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공소취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 4월 대북송금 사건 국회 청문회에서도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며 사과한 바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으로까지 번진 개각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여당 내 공소취소 모임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승원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으로 치명상을 입고 성추행·음주운전 의혹이 담긴 탄원서에 결정타를 맞아 법무부 장관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 그의 부적격성이 드러날수록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이 도마에 오르고, 그를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려던 이 대통령의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게 됐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출구 없는 강대강 대치 역시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서로 상대방의 헌법적·형식적 하자를 지적하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내막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행사하게 될 22명의 대법관 임명권을 둘러싼 전초전 성격이다.

국정의 최대 걸림돌이 된 이같은 정국 현안들은 정상적인 절차대로면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 재개될 5건의 형사재판과 관련성을 갖는다. 공소취소에 관한 이 대통령의 의중은 곧 행사할 인사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국정 지지율 하방 한계선이 30%대에 그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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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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