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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판 보도에 '기자 사과' 요구…"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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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판 보도에 '기자 사과' 요구…"지나치다"

당 대변인 "사과 강제할 수는 없어…추가적인 이야기는 없다"

국민의힘이 최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고발한 일과 관련, 국민의힘의 고발 기자회견 내용과 <조선일보> 기사 내용이 판박이라는 취지의 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실명을 거론하며 '사과'를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지난 13일 언론 공지에서 "'국힘, <조선> 보도 받아 '김어준·주진우·최경영' 고발 예고... "이 정도면 복붙"' 기사를 쓴 <오마이뉴스> 곽OO 기자에게 사과를 요구한다"며 "이번 고발은 9월 8일부터 준비된 것으로, 9월 13일 <조선일보> 보도를 받아 고발조치에 나섰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디어국은 "(기자가) 국민의힘이 작성한 기자회견문의 내용뿐 아니라 문제의 진행자 발언 역시 거의 동일하다면서 '이 정도면 복붙'한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다"며 "당시 진행자들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므로 당연히 그 내용이 같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세히 보면 <조선일보>의 기사와 국민의힘 기자회견문 상세 워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듣고 기록한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사실 확인 없는 가짜뉴스 보도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 "기자가 사과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당이나 공공기관이 정정·반론보도 요청이 아닌 '기자 사과'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 일이다.

최근 정당의 언론 대응 사례를 보면, 전날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이재명 대표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탄핵이 늦었다고 원내지도부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기사에 대해 "(해당)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해당 언론사의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는 공지문을 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이 정당 로고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을 때 민주당의 대응은 "당 지도부는 당 로고 등의 교체를 일체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 보도에 참고 바란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도 앞서 김기현 대표의 전세사기 피해자 조문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한 보도에 대응하면서는 "현장에서 대책위와 마찰이나 다툼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어 사실을 바로잡는다. 비공개 면담 과정에서 대책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언성을 높이다가 먼저 퇴장했고, 그 후 김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은 대책위 관계자 분들과 피해 대책과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보도에 참고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문을 윤희석 대변인 명으로 발송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지난 4월 9일 "모 일간지가 금일 온라인으로 김 대표가 '시도당 조직이 완전히 망가졌다. 이렇게는 다음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었으니 내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시도당별 상견례 겸 지역별 현안을 점검하고, 아울러 당의 기강이 해이해져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사전 경각심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어서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보도에 참고 바란다"고 언론 공지를 했다.

즉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경우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을 알려서 오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필요한 경우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정당이나 정부 부처 등 공공영역에서의 언론 대응 방안이지, '기자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전례가 없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오마이뉴스> 기사는 지난 13일 이뤄진 국민의힘의 김어준 씨 등 고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 회견문과 당일 아침자 <조선> 기사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국민의힘은 '고발 준비는 지난 8일부터 한 것'이라며 해당 기사 중 "보수 언론의 보도 논지를 그대로 집권여당이 이어받아 고발 조치에까지 나선 셈"이라는 표현을 문제삼고 있지만 당일 시간상으로 보면 <조선> 보도가 먼저 나오고 국민의힘의 고발 기자회견이 오전 10시에 진행돼 선후관계는 <조선>이 먼저다.

이번 '기자 사과'를 요구한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앞서 지난 5월에도 "대통령 방미 기간 중 KBS·MBC 라디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불공정한 패널 구성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정부에 비판적 논평이나 보도를 한 시사평론가, 언론인 등을 "좌파 패널"로 표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 국민의힘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 사과' 요구 사태에 대한 배경을 묻자 "미디어국에 확인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왜 당이 문제가 된 보도에 정정이나 반론이 아닌 사과를 요구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단 하기는 했는데 추가적으로 특별하게 이야기는 없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보도한 기자가 사과하지 않으면 후속대응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사과는 개인이 하는 것이지 강제하거나 할 수 있겠나"라며 "특별히 이야기가 있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정이나 반론 요청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언론중재위로 갈 수도 있다. 그런 문제제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그런 식이 아니라 당내 산하기구를 통해 회사도 아니고 특정 기자 개인을 거론하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요구한 사과 의사가 있는지 묻자 "당 입장문도 보고 기사도 다시 살펴봤지만 개인 차원에서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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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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