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북서부 노스웨스트 준주 옐로나이프 지역 주민 전원이 산불을 피해 대피하는 등 캐나다가 몇 달 간 전례 없이 혹독한 산불에 신음하고 있다. 폭염이 덮친 남유럽 카나리아 제도에서도 산불이 확산 중이다. 북극부터 열대 기후인 하와이까지 지구 온난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산불 증가로 고통을 겪고 있다.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메일>, 영국 BBC 방송 등을 보면 17일(현지시각) 산불 위협을 받는 옐로나이프에서 탈출하려는 주민들로 인해 인근 도로가 차량으로 가득찼다. 가장 가까운 대피소가 1000km 이상 떨어진 앨버타주에 마련되며 장거리 주행에 대비하려는 차량이 몰려들어 주유소에 줄이 1km 가량 이어졌다.
이번 주 옐로나이프에서 불과 16km 떨어진 지점까지 산불이 번졌고 주말에 이 지역 외곽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준주정부는 지난 16일 저녁 2만2000명 주민 전원이 18일 정오까지 옐로나이프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대피 명령을 내렸다. 노스웨스트 준주 전체 주민은 4만6000명 정도로 이 주 주민 절반에 대피령이 내린 것이다.
차량 대피가 불가능한 주민들을 위한 항공편도 마련됐다. <글로브앤메일>은 앨버타주 캘거리로 가는 대피 항공편 탑승 신청을 받는 존프랭클린고등학교 인근에 17일 아침부터 짐을 꾸려 나온 주민 수백 명이 줄을 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그러나 이날 항공편 대피 수용 가능 인원 1043명이 일찌감치 꽉 차며 몇 시간 동안 줄을 선 수백 명의 주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준주정부는 18일에 2000명 가량 수송이 가능한 추가 비행편을 편성했고 필요시 19일에도 항공 수송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대피 명령이 내려지기 몇 시간 전인 16일 오후 이미 짐을 꾸려 도로로 나선 옐로나이프 주민 채드 힌치(30)는 <글로브앤메일>에 평생 이 지역에 살았고 과거 많은 여름에 산불을 경험했지만 이토록 두려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앨버타 북부까지 9시간 가량 운전하는 동안 검은 연기로 뒤덮인 하늘, 불이 방금 휩쓸고 간 듯한 40~50km에 달하는 황무지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캘거리가 5000명 가량의 피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17일 기준 노스웨스트 준주 236곳을 포함 캐나다 전역 1048곳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669곳이 통제 불능 상태다. 캐나다에선 통상 5~9월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올들어 이날까지 연소된 면적은 1390만헥타르(ha)로 지난 10년 평균 연소 면적인 210만헥타르의 7배 가까이 된다.
이는 CIFFC가 공개하고 있는 1983년 이후 연간 연소 면적 중 가장 넓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산불 탓에 지금까지 17만 명의 시민이 대피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CBC 방송은 인구가 적고 극지방을 포함한 노스웨스트 준주의 경우 산불을 통상 "자연의 순환"으로 보고 방치하지만 올해 이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봄에 이어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여름을 맞으며 산불 피해가 극대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산불이 강력해지고 있지만 캐나다 북부와 북극 지역은 온난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3~4배나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급격한 산불 증가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폭염이 덮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섬에서도 16일 발생한 산불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으며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 17일 <로이터> 통신은 41km 가량 번진 불로 3000명 가량이 대피했고 3820명 주민은 집에 머물라는 권고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이번 산불이 40년 만에 직면한 가장 복잡한 화재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 최고 기온은 최근 며칠 간 40도를 넘기며 초목이 말라붙어 산불 위험이 커진 상태였다.
이번 주말에도 유럽 남부에 고온이 예상돼 불길이 쉽게 잡힐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CNN 방송은 스페인 남부의 경우 주말부터 다음주 초 45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페인 중부 마드리드 기온도 40도까지 오를 것으로 봤고 프랑스 남부 기온도 다음주 초 40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더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후 유럽 중부와 동부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카나리아 제도의 다른 섬 라 팔마에서도 산불이 번져 2000명 이상이 대피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서부 지역에선 계속해서 희생자가 발견되고 있다. 17일 마우이 카운티는 피해 지역 수색이 40% 완료된 상황에서 사망자가 111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실종자가 1300명에 달해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라하이나 산불이 이날 기준 89% 진압되는 등 불이 더 번질 위험은 줄어든 상황이다.
지진해일(쓰나미) 경고 등을 위해 옥외에 설치된 경보가 울리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17일 마우이 카운티는 마우이 재난관리청(MEMA)을 이끌던 허먼 안다야 청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안다야 청장은 앞서 경보가 울리지 않은 데 대해 경보가 울렸다면 사람들이 지진해일 대피 때처럼 산으로 향해 불길에 휩쓸릴 수 있었다고 설명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발화 원인 중 하나가 전력선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며 강풍에도 전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않은 하와이주 전력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소송에 직면했다. 회사는 전기가 끊기면 의료 장비 작동에 문제가 생기며 수도 펌프 또한 전기로 작동해 전력을 차단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수십 년 간 하와이에서 연간 산불로 연소되는 면적이 4배로 늘었다며 기후학자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고 날씨가 건조해지는 것을 산불이 더 넓고 빠르게 번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이후 하와이의 산업이 관광 위주로 재편되며 농경지였던 땅에 불에 잘 타는 외래종 목초가 범람하고 있는 것 또한 산불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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