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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떠올랐다"…캐나다 산불 연기로 뉴욕 대기질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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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떠올랐다"…캐나다 산불 연기로 뉴욕 대기질 '최악'

캐나다 산불 평년보다 15배 빨리 타오르며 연기 미 북동부로

"9.11 테러 때와 같은 냄새였다."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 연기가 7일(현지시각) 미국 북동부까지 넘어 오면서 뉴욕시는 매캐한 공기로 뒤덮였다.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에 비행기를 충돌시킨 2001년 9월11일 테러를 기억하는 일부 시민들은 이날 공기에서 그날과 유사한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이날 버스를 이용한 주민 대니 하킨(54)은 <뉴욕타임스>(NYT)에 "그날의 냄새를 잊지 못한다"며 "간밤에 불이 난 듯한, 9.11 때 같은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주민 마크 스트라우스(58)도 도시가 마지막으로 이런 종류의 공기질을 경험한 것은 9.11 테러 당시 "시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을 때"라며 이날 "하늘에서 연기를 볼 수 있는데 그 당시와 유사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회상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후 5시 기준 뉴욕의 대기질지수(AQI)가 484로 치솟아 1960년대 이후 공기질이 가장 나쁜 상태라고 밝혔다. AQI는 오존,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 물질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표시한 지수로 0~500까지 숫자로 표기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공기질이 나쁜 것이다. 6단계로 위험 수준을 평가한 이 지표에서 100 이하면 대기질이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301 이상은 최고 수준 "위험" 단계로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강 비상 경고" 상태다.

애덤스 시장은 이날 밤 9~10시까지 공기질이 악화된 뒤 밤부터 다음날 아침 사이 다소 개선되겠지만 8일 오후에서 저녁 사이 다시금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실외 활동을 줄이고 창문과 문을 닫고 공기 청정기를 가동하며 실내에 머물기를 권고했다.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이날 뉴욕의 대기질은 전세계 주요 100곳 도시 중 가장 나빴다. 지난해 기준 가장 대기질이 나쁜 편에 속한 파키스탄의 라호르나 인도의 뉴델리를 가볍게 제쳤다. 이날 뉴욕 뿐 아니라 워싱턴DC,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시러큐스 등 북동부 도시 다수가 매캐한 공기에 시달리며 7500만 명이 대기질 관련 경보 상태에 놓였다.

나쁜 공기 탓에 뉴욕 공립학교의 실외 활동이 취소됐고 연기가 시야를 방해하며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의 출발을 지연시켰다. 뉴저지주 뉴어크리버티 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도 짧은 가시거리 탓에 출발이 지연됐다.

이날 브로드웨이에선 배우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한 공연이 도중에 중단됐고 다수의 공연이 배우들의 건강 우려로 취소되기도 했다. 뉴욕 및 필라델피아에서 예정됐던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도 연기됐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된 뒤 넣어 뒀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 들었다. 달라진 점은 이전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실외보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이날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 들어가면 벗었다는 점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설명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날 대기질 악화를 "긴급 위기"로 칭하며 N95 마스크 100만 개를 지하철역 등 주요 시설과 지방 정부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7일 캐나다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600명이 넘는 소방 인력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선 통상 5~9월을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로 보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불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캐나다통합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6일 기준 캐나다 전역에서 437개 산불이 타오르고 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48개가 통제 불능 상태다. 지난달엔 브리티시컬럼비아, 앨버타, 서스캐처원주 등 서부를 중심으로 산불이 번졌지만 현재는 동부 퀘벡주에서 154건의 산불이 타오르며 미국 동부로까지 연기가 번지고 있다. 

퀘벡에선 통상 5월 말부터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올해는 번지는 속도가 빨라 퀘벡 산불보호기관(SOPFEU)에 따르면 8일 기준 지난 10년 평균(1319헥타르)에 비해 480배가 넘는 면적(63만8934헥타르)이 연소됐다. 캐나다 전역에선 6일까지 420만헥타르가 불탔다. 이 역시 평년 같은 기간 지난 10년 평균 불탄 면적보다 15배 가량 넓은 것이다.

캐나다 톰슨리버스대 예측 서비스·비상관리 및 화재 과학 연구 위원장인 마이크 플래니건은 카타르 알자리라 방송에 "현대 기록에서 이런 (산불) 시즌은 본 적이 없다"며 기후 변화 탓에 이런 현상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더 높아지자 식생이 건조해지며 불이 더 빠르고 강하게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캐나다가 향후 수년 간 "극단적" 기상 현상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기후 변화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배출량을 줄이고 경제를 혁신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세대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동부 산불 연기가 미국 북동부 곳곳을 뒤덮은 7일(현지시각) 한 시민이 미국 뉴욕 원월드트레이드센터 인근에서 마스크를 쓴 채 길을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캐나다 동부 산불 연기가 미국 북동부 곳곳을 뒤덮어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뿌옇게 보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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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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