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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라는 감염병 : 혐오 대응을 공중보건 의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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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라는 감염병 : 혐오 대응을 공중보건 의제로

[서리풀연구通] 혐오 노출 10% 늘면 가해 확률 8.5% 증가... 처벌 넘어선 행동 역량 교육 필요

지난 6월 29일 청룡기 야구대회에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는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에 6개월 전국대회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고, 배재고 야구부는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광주일고가 기자회견을 통해, 용서를 구한 배재고에 선처를 호소하면서 배재고의 출전정지 6개월 징계는 1개월로 감경됐다. 배재고는 사건 직후 감독을 포함한 야구부 코치 4명을 직무정지 조치했다가 8월 6일 개최된 제54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출전을 앞두고 감독을 제외한 코치 3명은 업무에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롱 구호를 외치지 않은 학생들

언론은 이 사건을 다루며, 십 대 사이에 혐오 및 조롱 문화와 왜곡된 역사 인식이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에서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배재고는 학교 차원에서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은 중징계를, 동조해 함께 외친 학생 10명은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가 퍼질 때, 외치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혐오 표현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냥 지켜보는 다수 학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독일 뮌스터대학 제바스티안 바크스 교수 연구팀은 여기에 주목해, 독일과 스위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혐오발언에 대한 방관자 반응을 파악하고 분류한 연구를 2024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논문 바로가기:인종차별적 혐오발언에 대한 잠재적 방관자 프로파일의 개인 및 맥락적 상관요인: 다층적 개인중심 접근)

방어자, 수동적 방관자, 복수자, 동조자

연구팀은 독일과 스위스에서 연구에 참여할 학교와 학급을 추렸다. 독일은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에 소재한 학교, 스위스의 경우 학교별 이민배경과 도농 지역을 고려해 학교 표본을 만들었고 참여한 학교(독일 18곳, 스위스 22곳) 중 215개 학급 7~9학년(약 12~15세) 학생 3,225명을 대상으로 2020년 10월~2021년 4월까지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학생의 성별은 여성 51.7%, 남성 46.1%, 젠더다양성 2%. 본인 젠더를 보고하지 않은 학생도 0.2% 있었다. 이민 경험이 있는 학생은 40.3%였고, 소득수준으로는 저소득층, 중간층, 고소득층이 각각 30.8%, 35.8%, 32.4%였다.

인종차별적 혐오발언이 일어난 걸 가정하고 반응을 조사한 과정에서 참여학생들은 7개 지표별(피해자를 위로하기, 학교 내 도움요청, 혐오발언에 맞대응, 복수, 강화·조력하기, 무시, 무력감)로 21개 문항에 대해 5점 척도로 동의 수준을 답했다. 연구팀은 이 응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집단을 통계적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4개 그룹에 이름을 붙였다.

각 그룹의 이름은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방어하는 '방어자', 상황을 지켜보는 '수동적 방관자', 가해자에게 보복하려는 '복수자', 혐오발언에 참여하거나 지속하는 '동조자'였다. 참여학생 사이에서 어떤 그룹이 가장 많았을까? 그룹별 비중을 보면, 방어자(47.3%, 1,515명), 수동적 방관자(34.2%, 1,092명), 복수자(9.8%, 314명), 동조자(8.6%, 276명) 순이었다.

방어자는 피해자를 위로하고 학교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반응수준이 높았다. 이는 학교의 지원체계를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맞대응을 적극적으로 한다고도 했는데 이는 피해자에 공감한다는 의미이며, 복수하기에 동의 점수가 낮은 건 건설적 대응을 선호하고 보복의 악순환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주목할 점은 혐오발언 가해빈도가 높은 학급에서는 방어자 역할 또한 억제된다는 결과다. 연구팀은 혐오발언이 학급문화의 일부로 일상화되면 방어자가 역할을 하기 힘들어지지만, 이와 반대로 (혐오에 대한) 개입과 학생 간 화합이 잘 돼 응집력이 높은 학급에서는 방어자 역할이 오히려 촉진된다고 강조했다.

▲A 학교 교실에 적힌 낙서ⓒ프레시안(박상혁)

학생은 단일하지 않다: 맞춤형 개입의 필요성

복수자 그룹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분노 욕구가 크고 가해 행위에 대한 맞대응 수준은 평균 수준이다. 연구팀은 복수자 그룹이 스스로 명확한 대응전략이 없거나 내적 갈등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밝힌다. 동조자 그룹에서 학급 내 가해빈도가 높을수록 동조자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결과 또한 일관된다. 이는 혐오발언과 같은 행동이 전염성을 갖거나 또래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참여학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동적 방관자 유형에 대해 우려한다. 말 그대로 상황을 지켜보며 해결하기보다 방관하는 그룹이다. 이들의 경우, 무시·무력감에서 점수가 평균 이상 인데, 혐오 피해를 인식하면서도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반응이 무의미하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무력감은 (교사나 학교 차원의) 개입에 주요장벽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방어자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동적 방관자 그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혐오행동이 일상화되거나 용인될 수 있으므로, 이들에게 행동역량을 부여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혐오는 감염병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이젤딘 아부엘라이쉬 연구팀은 혐오가 학생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질병처럼 확산할 수 있으며, 그 해악 또한 심각하기에 이를 감염병으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혐오를 감염병 모델인 병원체(agent), 숙주(host), 환경(environment)의 구조로 재구성하여 병원체는 차별, 협박, 혐오발언, 허위정보, 공포 조장 등 개인에게 혐오를 촉발하는 유해한 자극으로 정의한다. 숙주란 피해자, 목격자, 가해자를 포함해 혐오에 취약한 개인과 집단을 말하며 회복탄력성 수준, 정신건강 상태, 아동기 부정적 경험 노출 여부 등이 병원체에 대한 반응을 좌우할 수 있다고 밝힌다. 마지막으로 환경이란 혐오의 확산을 촉진하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디지털 생태계를 포괄한다.(☞논문 바로가기: 혐오를 감염병으로: 공중보건 위기로 혐오를 이해하기 위한 생물심리사회-생태학적 틀)

'혐오'라는 감염병 대응 전략의 필요성

특히 저자들이 혐오의 '감염성'을 지적하는 건 선행연구를 통해서다. 즉 혐오발언 노출이 10% 증가할 때 혐오발언을 표현할 확률이 8.5% 증가한다거나, 혐오발언 노출이 반복될수록 가해자가 언어적 공격성에 둔감해지면서 편견적 반응이 증가할 수 있고,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온라인 혐오발언이 증가할수록 그 집단에 대한 물리적 혐오범죄도 증가하는 연관성을 보인다는 결과 등이 그렇다. 폭력과 혐오범죄 등의 동기가 감염별 발생패턴과 유사하게 특정한 지리적, 사회적으로 군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트위터상 혐오콘텐츠가 '재생산율'로 정량화될 만큼 감염병 역학 패턴을 따랐다는 연구 등이 그렇다.

해당 논문은 스스로 한계를 평가하면서 엄격한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한 것은 아니며 선행연구 리뷰를 통해 개념적 틀을 발견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향후 공중보건 의제로 '혐오대응'을 포함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성과 문제의식은 공감할 만하다.

한국에서 혐오표현이나 혐오범죄가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일상에 만연한 혐오문화,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개탄만 하거나 학교-공공기관 일부에만 대책을 맡겨버릴 수는 없다. 혐오 대응은 교육과 법, 제도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 혐오는 이미 일상에 만연한 감염병이 되어 공동체를 아프게 하고 있다.

※ 서지 정보

Wachs, S., Wettstein, A., Bilz, L., Espelage, D. L., Wright, M. F., & Gámez-Guadix, M. (2024). Individual and contextual correlates of latent bystander profiles toward racist hate speech: A multilevel person-centered approach. Journal of youth and adolescence, 53(6), 1271-1286.

Abuelaish, I., Yacoub, L., & Yousef, A. (2026). Hatred as a contagious disease: a biopsychosocial-ecological framework for understanding hatred as a public health crisis. Journal of Aggression, Conflict and Peace Research,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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