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탈리아에서 폭우로 9명이 숨지는 등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때이른 폭염과 산불, 홍수 등 극단적 기후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 <로이터> 통신, <AP> 통신 등을 보면 지난 15일부터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등을 덮친 폭우로 9명이 목숨을 잃고 1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연간 강수량이 1000mm인 이 지역 곳곳에 36시간 동안 200mm, 많게는 500mm에 달하는 비가 쏟아져 제방이 무너지고 주택과 농지가 침수됐다.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선 이달 초에도 폭우로 인해 최소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우 전 몇 달 간 지속된 가뭄이 홍수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넬로 무수메치 이탈리아 시민보호·해양부 장관은 "토양이 오랜 기간 마른 채로 유지되면 흡수 능력이 증가하는 대신 표면이 굳고 빗물이 그 위로 흐르게 돼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가뭄과 폭우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가 더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에선 통상 5~9월을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로 보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올해는 이른 시기부터 산불이 거세게 타올라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지구관측소에 따르면 16일까지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브리티시 컬럼비아·서스캐처원주에서 산불이 47만 8000헥타르를 태웠는데 이는 예년 이 기간 연소된 평균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로이터>는 17일 기준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 중인 앨버타 삼림보호구역에서 91건의 산불이 타오르고 있고 이 중 27건은 통제불능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에선 3년 간 이어진 가뭄에 이어 올봄 돌발 홍수로 중남부를 중심으로 46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4일 보고서 관련해 3월 중순부터 소말리아에서 22명이 사망하고 21만 9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인도와 태국·방글라데시·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지역은 40도가 넘는 이른 폭염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편 17일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2027년 기후 전망을 담은 연간 보고서에서 온실 가스와 엘니뇨로 인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적어도 한 해 이상 지표의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 보다 일시적으로 1.5도 넘게 높아질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기구는 보고서에서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2016년의 기록이 2023~2027년 사이 깨질 확률이 98%에 달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보고서를 주도한 영국 기상청의 레온 허맨슨 박사는 "전지구적 평균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익숙했던 기후에서 우리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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