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불지피기를 시도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했다. 불출마 선언 자체를 반기는 시각은 있지만, 주민투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서울 강서을에 지역구를 둔 김성태 의원은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시의적절하고 현명한 결정"이라며 "이번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대선을 위한 수단이란 국민적 의혹이 있었고, 당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지 않았나. 그나마 국민 앞에 진정성을 보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갑이 지역구인 친박계 이혜훈 의원 역시 통화를 통해 "오 시장의 불출마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며 "시민의 선택을 받아서 선출된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행동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도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번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투표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크게 영향은 없겠지만 그간 (주민투표가) 정치적 노림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에게 다소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전체적인 투표율을 그리 낙관적으로 보고 있진 않다"고 전망했다.
서울 지역의 다른 한 의원은 "어쩌겠느냐"고 한숨을 쉬면서 "애초부터 정치적으로 풀지 말자고 해놓고, 본인이 자신의 거취를 밝히면서까지 정치적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불출마 선언이 투표율 등에 미칠 영향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오 시장은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일문일답을 통해 오 시장은 "투표 전까지 여론을 살피고 당과 긴밀히 협의해 결심이 서면 다시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면서 정치적 카드 '2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보이기도 했다.
당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날에 황우여 원내대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무상보육을 주장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혼선을 준다"는 당내 비판을 무릅쓰고 무상보육 추진을 거듭 선언했다.
이번에는 "무상급식을 절약해 무상보육으로 돌리자"는 논리를 내세웠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어려운 재정 여건에 (무상) 급식에서 절약하고 그 부분을 모아서 보육과 여성 일자리에 대한 투자를 하자는게 일관된 정책"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 이야기에 따르면 0세를 (무상 보육) 확충하는데 1100억 정도 든다고 한다. 이만한 정책은 우리들이 개발할 수 있지 않냐는 판단이고 그렇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쪽에서는 무상 급식 반대를 외치며 대선 불출마 카드까지 꺼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무상 보육을 목 놓아 외치는 꼴이다.
野 "오세훈이 대권 주자였어?"
야권에서는 반발이 거셌다.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나쁜 투표, 착한 거부' 운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 시장의 이번 기자회견을 '선거 개입'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범 시민단체 연합인 '부자아이 가난한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는 논평을 내고 "누가 오 시장 보고 대선 출마 여부를 물어본 시민들이 있었던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오 시장의 대선 출마여부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처음부터 우리가 주장한 대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정치놀음이라는 것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 시장은 이제라도 오는 24일 투표가 예정된 주민투표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수해복구 등 시장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오세훈 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우리의 관심사항도 아니고 우리는 오 시장을 대선주자감으로 생각지도 않는데 무슨 뜬금없는 발표인지 모르겠다"며 "오세훈 시장은 더 이상 교묘한 말장난으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이번 주민투표결과에 대해 마땅히 시장직 사퇴를 포함해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은 "차기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시장의 진정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주민투표 시도로 재정 건전성과 무상 포퓰리즘을 막아야겠다는 의지에는 동감하나 시장직 사퇴와 주민투표를 연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한나라당과 보폭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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