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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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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승민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

수위 높인 유승민 흔들기…'자진 사퇴' 요구할 듯

김무성계를 비롯한 바른정당 내 '반문(反文) 단일화' 파 의원들의 '후보 흔들기'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가는 가운데, 당의 유승민 후보가 "우리가 천명한 개혁 보수는 어쩌면 우리 편이라고는 없는 지도에도 없는 길"이라며 재차 완주 의사를 피력했다. 유 후보는 11일 저녁 이런 내용이 담긴 손글씨로 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라는 솔직한 심경을 글에서 밝히기도 했다.

차츰 수위 높인 유승민 흔들기…'자진 사퇴' 요구할 듯

바른정당 내 단일화 파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론을 수면 위로 띄워 올리며 유승민 흔들기에 본격 돌입한 때는 지난달 24일이다. 당시 장장 5시간에 걸쳐 이어진 심야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의원, 그리고 그와 가까운 김성태 권성동 황영철 이진복 의원 등은 "문재인 좌파 정권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단순한 정치 공학 논리로 자유한국당·국민의당을 상대로 한 '단일화 제안'을 주장했다. (☞ 관련 기사 : 유승민 날개 꺾은 바른당 "3당 反문재인 단일화" 결정, 김무성계, '유승민 흔들기' 심야 쿠데타)

주목할 점은 이런 '흔들기'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이들이 제안한 '반문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보였음에도 계속됐다는 점이다.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 바른정당 의원 20명은 심야 의총으로부터 나흘 뒤인 지난달 28일 "3자 후보 단일화를 강력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다.

성명서에는 권성동·김성태·김용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은재·이종구·이진복·장제원·정양석·정운천·주호영·하태경·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 등 20명이 서명했다. 김무성 의원의 이름은 빠진 채다. 아울러 같은 날 강남병을 지역구로 하는 이은재 의원은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했으며, 이후 홍준표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고 있다.

오는 2일에는 지난 심야 의총에 이은 '2차 집단 행동'이 예고돼 있다. 1일에는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홍문표 의원 등이 당장에라도 탈당을 할 듯한 모습을 보이며 이튿날 '집단 행동'을 위한 일종의 예열 행보를 하기도 했다.

홍 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은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동하고 후보 단일화 등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홍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는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나, 홍 의원은 5~6명의 소규모로 또 다른 회동을 하고는 기자들을 만나 "몇 분들로부터 좋은 안이 나왔는데 실천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 안을 들어보고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시간을 넘겨서도 10명이 넘는 의원들이 국회에서별도의 회동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일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선 "유 후보가 좌파 정권의 집권을 막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포기한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 지형이 바뀌는 용단"이라며 "그게 안 될 때는 마음먹은 대로 내일 오전 (탈당을) 결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밤 또는 2일 중 있을 집단 행동의 방향이 '탈당 + 후보 사퇴 요구'인 것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초 '삼자 단일화 제안 및 추진'이라는 요구에서 '제 후보 주저 앉히기'로 그 수위를 높인 셈이다. 이는 국민의당 측이 바른정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 등에 지속해서 '인위적인 단일화는 없다'고 밝히고 홍 후보도 지난달 27일 "유승민 후보와 단일화할 생각도 없고 신경도 안 쓴다"고 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 젊음의 거리에서 유세 중 김무성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일화 제안해보자"더니진짜 목적 따로 있나

'후보 자진 사퇴'를 압박하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칠 바른정당 의원은 약 10명가량으로 보인다. 이들 중에는 대선 본선이 본격화하고 유 후보의 지지율이 5% 수준에서 굳어지기 이미 이전부터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것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들도 일부 있다. 이런 물밑 흐름이 일찌감치부터 감지됐던 탓에 애초 유 후보에게 '단일화'를 명분 삼아 탈당 압박을 가하는 것의 목적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었다.

바른정당의 김영우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당을 거론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좌파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그것이 목적이라면 탈당도 늦었고 후보 단일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며 "자유한국당은 후보를 내서는 안 될 정당이라며 의원총회와 지도부 회의 때마다 마이크 잡고 얘기해오지 않았나. 상황 좀 어렵다고 우리가 한 말을 뒤집나"라고 지적하는 글을 썼다.

그는 "정치라는 게 어떤 세력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내가 어떤 정치 철학과 신념으로 정치할까를 고민하는 것 아닌가"라며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주기 싫었으면 좀 더 제대로 정치를 잘했어야지 반기문 눈치 보고, 안철수 눈치 보고, 오락가락하다가 인제 와서 당을 떠나는 건 도대체 이해가.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라고도 비판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지지율 대로라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이루기 위한 '반문 단일화'의 핵심 키는 유 후보가 아니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쥐고 있다는 점도 바른정당 내 '단일화파' 의원들 행보가 비논리적인 '유승민 흔들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홍 후보와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 한, 문재인 후보의 40~50%대 지지율에 맞설 구도가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단일화 파' 의원들의 탈당 시사를 통한 '유승민 흔들기'는 결국 단일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유승민 후보의 자진 사퇴, 중·장기적으로는 1년 후 지방선거를 내다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과 그를 통한 지방선거에서의 유리한 고지 획득을 목적으로 둔다면, 자당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기대보다 낮은 숫자에 굳어있는 지금 이른바 '큰집(자유한국당)'으로 유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승민 "우리가 가겠다고 나선 길이 애초 외롭고 힘든 길"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끝까지 간다'는 제목으로 올린 손글씨의 글. 그는 이 글에서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서울 도심 촛불집회가 100만을 넘어섰던 즈음 '탄핵 찬성'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하며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바른정당의 33인이 이처럼 창당 100일을 코앞에 두고 분열될 조짐을 보이자 유 후보는 참담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유 후보가 페이스북에 손글씨로 올린 글의 제목은 '끝까지 간다'다. 유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하라 한다. 대통령 후보에서 내려오라고 한다"며 "나는 다시 묻는다. 나는,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가. 보수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몹시도 춥던 지난 1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서 서른 세 명 동료 의원들이 세 발걸음을 뗐다. 그렇게 개혁 보수, 바른정당이 태어났다"고 회고했다.

유 후보는 "그런데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버리고 떠나온 그 길을 기웃거린다. 그 길을 다시 돌아가자고 한다"며 "보수는 지키는 사람들이다. 원칙을 지키고 헌법을 지키고 국가를 지키고 명예를 지킨다. 한 번 품은 뜻은 소신을 갖고 지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겠다고 나선 개혁 보수의 길은 애초부터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고 평했다.

유 후보는 또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라며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다. 몇 달해보고 실망할 거라면 애초에 길을 나서지 않았다"며 대선 완주와 바른정당의 존립을 주장했다. 유 후보는 "우리는 뜻을 품었고 그 뜻이 옳다고 믿는다. 꿈이 죽어버린 시대에 나 유승민은, 우리 개혁 보수는 여전히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꿈꾼다며 "이것이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답이다.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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