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제안한 '대연정'이 정치권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같은 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 지사의 제안을 정면 비판한 데 이어(☞관련 기사 : 이재명 "대연정은 배신" vs. 안희정 "폄하말라"), 야권 내의 다른 정당에서도 계속 비판 발언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6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연정이란 게 새누리당과의 연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체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협치의 정치를 하자는 측면에선 좋은 말이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안 지사의) 확실한 진의를 모르겠다"며 "선거 전에는 정치공학적인 통합과 연대로 비춰질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자중지란이란 말이 나오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협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현재의 4당 교섭단체 체제에서는 정국 안정이 힘들어서 협치가 돼야 한다"면서도 "우선 2월 국회 개혁 입법에서의 정책적인 연대가 그 시험대"라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지사를 좋아한다"면서도 "이번 '새누리당과 연정' 발언은 잘못이다. 잘못했으면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솔직히 사과했어야 안희정이지, '협치의 의미(였다)'라고 변명하면 안희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안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께 90도로 절을 해도, 보수 우파적 발언을 쏟아내도 누구도 비판하지 않은 것은 그의 삶이 진보개혁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누구나 실수한다. 안희정다웠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같은 날 평화방송(CBP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연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식이면 지난 4.13 총선 이후에 새누리당이 야당하고 연정을 시도했었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기계공학적으로 따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특히나 지금 여당은 사실 후보도 내면 안 되는 당 아니냐"며 "지금 대통령이 탄핵받는 상황에서 가장 책임이 큰 두 당과 연정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연정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뜻"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는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하고 연정하겠다는 것, 박 대통령을 따르던 세력하고 연정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역사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사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표는 나아가 정권교체 후 개혁 추진을 위한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심을 등에 업고 정치를 해야 된다"며 "올바른 노선을 택하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들이 응원할 것이고 그 힘으로 야당들을 설득하고 조율을 해야지, 그 사람들(새누리당·바른정당)하고 손을 잡으려면 대가를 줘야 될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타협을 하게 되면 역사 발전, 정치 발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심상정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연정 범위는 개혁 의지를 말한다"며 "새누리당과의 연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안 지사는 '개혁을 위해 대연정을한다'고 말씀하셨지만, 개혁을 위한 대연정이 아니라 개혁 의지가 없기 때문에 (새누리당과의) 대연정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전날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신을 연정 파트너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도, 안 지사의 제안에 대해서는 이같이 거리를 뒀다. "남경필 지사가 '새누리당은 안 되고, 야당들과 연정하겠다'는 것은, 다음 대통령은 적폐를 청산하고,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아주 잘 읽고 있다는 것"이라고 심 대표는 말했다.
이같은 당내·외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안 지사의 제안의 진정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엄호 사격'에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주자 간 쟁점이 되는 사안이라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입장을 내는 것은 좀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어서 말씀드리기가 애매하다"면서도 "적어도 지금 여소야대 국면에서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아도 또 여소야대가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그 폭과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분이 정권을 잡아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 연립 정부 형태의 협력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안희정 후보는 사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주장했던 대연정을 잇자는 취지 아니겠느냐"며 "이 분이 처음부터 진영 논리를 넘어서서 이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열어야 된다고 주장했고 그 방법으로 대연정을 꺼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우 원내대표는 "안 지사는 아마 남북 대화나 통일 문제를 놓고 볼 때 남남 대립을 약화시키려면 바른정당까지는 (연정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며 "연정은 불가피하다. 필연적으로 이번 대선 이후에는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같은 언급이 안 지사에 대한 지지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는 "사실 지난번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2~3%까지 쫓아갔던 적도 있지 않느냐. 그 때도 제가 '모른다, 이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했었다"며 "경선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좀 흥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런 측면에서 가능성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라디오 진행자가 '혹시 안 지사와 계속 생사고락을 함께 하셨기 때문에 뜻을 함께하고 계신 것 아니냐'고 묻자 "생사고락은 문재인 후보와도 함께했다"며 "중립성 여부(가 문제)라면 차라리 원내대표를 그만두고 지지하러 가지, 원내대표 하면서 그런 얘기 하겠느냐"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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