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선 주자, 누구도 '평화협정'을 내건 사람이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선 주자, 누구도 '평화협정'을 내건 사람이 없다

[정욱식 칼럼]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 한국의 기회다

미국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의 1월 31일 발언이 화제(?)다. 그는 북핵 청문회에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동원한 모든 방법이 수포로 돌아간 만큼, 이제 뭔가 대안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반문은 "미국이 비군사적 수단을 이용해 선제적으로 정권 교체를 모색해야 하는가?"로 시작됐다. 그리고선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을 기회로 이용할 수는 없는지", "심지어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격할 준비라도 해야 하는가?"라는 초강경 발언으로 이어졌다.

정권교체, 북한 내부 불안정 조장 및 이용, 그리고 선제타격론은 네오콘이 지배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대북정책의 재판이다. 이날 청문회에 나선 미국 전문가들도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은 난망하다며 강경론을 주문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강경한 북핵 대처를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 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코커 위원장의 발언을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 국내 언론은 코커의 '선제타격론' 발언을 집중 부각시켰다. 특히 <중앙일보>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 북폭 계획을 준비한 이래" 23년 만에 '대북 선제타격론의 "봉인이 풀렸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94년 이후에도 대북 선제타격론은 여러 차례 나왔다. 98년 금창리 핵의혹 시설 논란 및 북한의 광명성 1호 발사 당시에도 미국 내에선 선제타격론이 나왔었다. 부시 행정부 역시 2003년에 선제타격 가능성을 공공연히 입에 올린 바 있다. 2009년 초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태세에 돌입하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요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었다.

더구나 코커의 발언은 답답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외교도, 제재도, 압박도 북핵 해결에 실패했다고 여기면서 선제공격까지 검토해야 하느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이 점을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 북한이 ICBM 개발에 문턱에 도달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비로소 깨달은 미국을 상대로 '다른 수단에 의한 안보'를 마련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그건 바로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진 지 9년이 지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다. 비핵화의 중간 단계로 북핵 동결을 추진하면서 평화협정도 병행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평화협정을 제안하는 것은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대처를 최우선 순위 가운데 하나로 정해놓곤 대북정책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평화협정을 강하게 주창하면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조야에서 평화협정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진 데에는 흡수통일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명박근혜' 정권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은 북핵 해결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발 평화협정의 공론화는 향후 한미 대북공조를 새롭게 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황교안 권한 대행 체제는 이러한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대북 제재와 압박, 그리고 자해적인 사드 배치에만 매달리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 거론되는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 "그만큼 북핵 상황의 심각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동조의 뜻마저 내비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민과 야권이 나서야 한다.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대북 선제공격이나 강압적인 정권 교체 시도에 단호한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평화협정을 앞세워 북한과 협상다운 협상을 해보자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이후' 한국의 대북정책이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하나같이 한반도 문제의 문외한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면서 한국과 같은 관련 국가들과 미국 내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의 다르고도 신선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정권교체가 유력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도 야권의 목소리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 가운데 하나는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도 평화협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대개 그 필요성만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64년째 접어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단호하고도 능동적인 노력 없이는 비정상에 휩싸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란 불가능하다. 평화협정은 비핵화를 도모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 동시에 그 자체로도 우리에겐 소중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핵심적인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후보가 간절히 기다려진다. 북핵 해결의 실마리도, 사드 대란을 풀 수 있는 열쇠도,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