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에선 한국의 안보 위기를 거론하면서 매티스의 방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방한은 우리의 이익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는 매티스의 방한을 실패한 정책의 대못 박기로 십분 활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방한에 앞서 이뤄진 한미간의 전화 통화에서도 이러한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황교안 권한 대행은 1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하루 뒤에는 한민구 국방장관과 매티스가 전화기를 이어 받았고, 2월 1일에는 한미 합참 의장간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 이러한 양국 간 대화의 키워드는 '북핵 대처'와 '사드 배치'로 압축된다.
그런데 북핵 대처는 번지수를 여전히 잘못 짚고 있고, 자해적인 사드 배치는 계속 밀어붙일 태세이다. 황교안 대행 정부가 북핵 대처 방안으로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대북 제재 강화와 미국의 전략 자산 투입, 그리고 조속한 사드 배치가 바로 그것들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등장한 만큼 북한과의 대화 재개도 의제로 삼을 법한데, 대화는 사라지고 봉쇄만 나부끼는 형국인 셈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우리의 국익은 총체적인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선 이번 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전략 폭격기와 핵잠수함과 같은 미국의 전략 자산이 투입되면, 한반도 정세는 초유의 불확실성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한미군사훈련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시금석으로 여기고 있는 북한의 반발 수위가 높아질 수 있고, 여기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이 오면 '거대한 럭비공'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면서 북한에 강력한 대화 신호를 보내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황교안 체제는 대화는 입에조차 올리지 않고 미국에게 전략 자산을 보내달라고 매달리는 형국이다.
매티스가 방한 기간에 사드 배치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이것 역시 한국의 미래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보복 수위가 사드 수위에 따라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를 배치해도 중국이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게 도리일진대, 오히려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자해적인 안보 정책의 이면에는 조기 대선을 '안보 대선', '사드 대선'으로 치르려는 수구 세력의 정치적 음모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야권에 당부하고 싶다. 미국이 한반도에 보낼 것은 상황 악화를 초래할 전략 자산이 아니라 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대북 특사라는 점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사드 배치도 중단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미국의 정책 결정에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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