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후보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
이 질문에 대한 확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차기 미국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는가의 문제는 지난 6월 23일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비유되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대형 정치 격동이 발생한 이 시점에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장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4개월간 힐러리와 트럼프 두 후보의 본선 대결이 어떤 정치적 지형에서 전개될 것인가와 대선 최종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다음과 같은 정치 이슈를 검토 분석할 필요가 있다.
- 미 유권자가 2016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선 후보의 자질과 품성 그리고 선거 전략과 핵심 정책 목표는 무엇인가?
- 현 시점에서 미 언론은 힐러리와 트럼프 두 후보의 자질과 품성 그리고 선거 전략과 핵심 정책 목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두 후보의 본선 대결 중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쟁점은 무엇인가?
- 현 시점에서 어느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가? 미 여론 조사는 믿을 만한가?
위의 질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일반적으로 미국과 같은 선진 민주 국가의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의 자질과 경제 정책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선진 민주 국가의 유권자는 대통령을 선출할 때 다음과 같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 목표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 대통령 자질과 품성(능력과 인품이 대통령 감인가?) :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계량화할 수 없지만, 절대적인 기준이다.
- 대통령이 되려는 목적 : 개인이나 정당의 권력 유지인가? 아니면 경제 정의와 평등, 국가의 안보와 발전을 성취하고자 함인가?
- 공약 메시지 : 장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가? 단기적 선전용 메시지인가? 누구를 위한 공약 메시지인가? 현 기득 제도권의 정치, 경제 및 사회 현상의 수평적 유지를 목표로 하는가? 아니면 몰락하는 중산층 복구와 빈곤 해소를 위한 과감한 변화의 길인가?
- 지지자 충성도(Loyalty)의 결집력 : 당원의 콘크리트 같은 지지를 결집할 지도력이 있는가?
전희경 : [표 1]은 미 언론에 보도된 힐러리와 트럼프 후보의 자질과 핵심 정책 목표 등을 추려 모은 것입니다. 위에서 지적한 기준에 맞춰 두 후보의 종합적인 상대 평가를 할 수 있나요?
박영철 : [표 1]을 자세히 분석하면 나타나는 특성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미 대선 역사상 가장 높다는 사실입니다.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 다수는 이 두 후보의 본선 진출 자체를 정치권의 실패라고 평가합니다.
가장 최근(6월 15일)의 ABC 조사에 의하면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힐러리의 경우 51%에서 55%로, 트럼프의 경우 63%에서 무려 70%로 올라갔습니다. 매우 이상하고 무척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둘째, ABC의 최근 여론 조사는 국민의 56%가 차기 대통령은 미국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이 두 후보가 현재까지 보인 선거 전략에 대한 불만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먼 장래에 대한 경제 정의와 평등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는 진보 개혁 메시지에 대한 갈증의 표출이라고 봅니다.
셋째, 두 후보는 대선에 관한 국민의 열정과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하고 정치권의 불신을 더 키운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11월 8일 대선 선거 날에 미 유권자 모두가 두 후보의 인품과 선거 공약을 자세히 살핀 후 귀중한 한 표를 던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합니다. 최종적인 결정 변수는 불행히도 자기 지지 정당에 대한 조건 없는 콘크리트 충성심과 상대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될 것으로 봅니다.
전희경 : 유권자 모두가 후보자의 자질과 선거 공약을 꼼꼼히 따진 후 현명한 투표를 해야 하겠지만, 민주 정치의 산실인 미국에서도 이런 성숙한 투표 문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씀인가요? 2400여 년 전, 플라톤이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민주 정치를 우매한 중우 정치라고 질타했으니까요. 위에서 살펴본 자질과 선거 공약 외에, 교수님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 이번 대선 승리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 이슈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박영철 : 많습니다. 어떤 것들은 어느 대선에나 약방 감초처럼 끼는 이슈이며 어떤 것들은 이번 대선에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들입니다. 대충 이슈의 중요성 정도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는 11월의 경제 상황 : 대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의 미 경제 회복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선진국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 회복이란 긍정적인 평가와 너무 '느리고 장기적인 임금 정체'로 얼룩진 경제 성과란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합니다. 미 연준이 올해의 금리 인상을 벌써 두 번이나 연기했습니다.
-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평가 : 현재 오바마의 지지율은 50% 안팎으로 반년 전의 40%대에서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 높은 지지율이 오는 11월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공화당의 단합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반오바마' 정서입니다. 백인 남성의 다수가 오바마를 싫어합니다. 따라서 오바마 노선의 연속이라고 자인하는 힐러리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 없이는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 부통령 후보 선정 : 과거에는 부통령 후보 선택의 중요성이 높지 않고 후보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수준에 멈추었는데, 2016년 대선에서는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두 후보가 미 대선 역사상 가장 낮은 호감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통령 후보가 이 약점을 크게 메워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미 언론에 의하면, 힐러리는 민주당 진보 진영의 스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크리스 길리자 기자는 현재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는 버지니아 주의 팀 케인 상원의원이며 워런 상원의원은 후보 리스트의 3위에 올라 있다고 합니다.
워런 카드는 샌더스 팬의 지지를 확보하고 새로운 개혁 의지를 천명하는 전략일 뿐 아니라 여성 비하를 서슴지 않는 트럼프에 강한 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문제는 두 여성 티켓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힐러리 지지 여성표는 벌써 확정된 상황에서, 힐러리 지지를 보류하고 있는 젊은 여성의 표심을 끌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백인 남성의 많은 표를 깎아내리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월스트리트는 힐러리가 워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경우 '자금줄'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샌더스 지지자 일부는 워런의 부통령 출마 수락은 샌더스 유세 메시지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당과 제도권의 지원 여부 : 힐러리 후보는 제도권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반대로 트럼프는 현재 당과 제도권의 '반트럼프' 세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당 분열을 전당 대회 전에 극복하여 당 단합에 성공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모멘텀'을 얻을 가능성도 큽니다.
- 브렉시트(Brexit)와 이민법 : 6월 23일 영국은 국민 투표를 통해 찬성 52%로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에 비유되는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인의 가장 강력한 이유가 바로 이민자 혐오였다고 합니다. 트럼프 후보는 "영국이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칭찬하면서도, 자신의 불법 체류자 추방이란 과격한 이민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정책 변덕'의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힐러리는 오바마와 함께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에 반대합니다.
- 힐러리의 개인 이메일 수사 :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시한폭탄입니다. 수사의 최종 내용과 발표 시점에 따라 힐러리의 명운이 좌우될 것입니다.
- 선거 1주일 전 바람 : 미국도 유권자의 12% 정도가 선거 일주일 전에 지지자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어떤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불지 아무도 모릅니다.
전희경 : 오늘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신 여론 조사는 어느 후보의 본선 승리를 점치고 있는지요?
박영철 :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여론 조사 기관의 결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틀 전에 나온 두 개의 여론 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ABC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오늘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후보를 찍겠느냐?"에 51%가 힐러리를, 겨우 39%가 트럼프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응답자 3명 가운데 2명이 트럼프는 대통령 될 자질이 없고 인종 차별주의자로 혹평했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트럼프 진영의 모든 행사에 참여할 출입증을 박탈당한 상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NBC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두 후보의 대결에서는 힐러리가 46%, 트럼프가41%로 힐러리가 5%포인트 앞서지만, 소수 정당의 후보 두 명을 포함한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39%, 트럼프가 38%로 최접전 양상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선거를 4개월 이상 남긴 현 시점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편파적인 여론 조사 기관의 결과는 믿을 가치가 없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실시한 수많은 여론 조사 결과에 적절한 비중(Weights)을 주면서 추세 평균치를 계산하여 발표하는 538웹이나 RCP(RealClearPolitic) 웹 정도가 신빙성이 높습니다.
전희경 : 오늘 복잡하고 무거운 문제를 다루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은?
박영철 : 한국 독자에게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6월 23일, 세계 정치 지도자와 정치 평론가, 기자들의 예상을 깨고 영국이 국민 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선택하는 엄청난 정치적 격동이 발생했습니다. 앞으로 적어도10여 년 이상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외교. 안보를 혼란과 침체에 빠트릴 후유증이 발생할 것입니다.
국민의 잘못된 단 한 번의 투표가 한 나라의 국운을 장기간 깡그리 망칠 수 있다는 산 증거입니다. 영국인이 벌써 '근시안' 적이며 '소탐대실'의 바보스러운 선택을 후회한다고 합니다만, 이제 돌이킬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경제 파탄과 민주 사회의 후퇴를 불러온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한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미국 국민이 2016년 대선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 유권자도 2017년 대선에서 '잃어버린10년'을 회복할 정권을 창출하기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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