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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트럼프, 힐러리 떨고 있나?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요동치는 미국 대선

오는 11월 8일 미국 대선 투표가 있다. 미국뿐 아니라 지구촌의 높은 관심과 동시에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화두는 최종 승자에 대한 전망이다.

민주당의 힐러리냐? 아니면 공화당의 트럼프냐? 공화당의 경우, 대선 후보 경선에 나오지도 않은 소위 말하는 '백기사(White Knight)' 후보냐?

지난 6월 20일(현지 시각), 이 질문에 대한 답의 내용을 확 바꿀 대형 이벤트가 발생했다.

하나는 미국 상원에서 총기 규제 개정 법안 4개 모두가 부결되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사무장을 전격 해고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20일, 총기 규제 개정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이후, 미국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 없이 농성을 풀 수 없다(No Bill, No Break)"며 22일 시작한 농성을 26시간 동안 계속했다. 민주당 의원은 끝까지 총기 규제 법안의 표결을 끌어내겠다며 농성을 강행했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결국 법안 표결을 진행하지 않은 채 다음 달 5일까지 휴회를 결정했다. 총기 규제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본선 대결에서 치열한 공박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선거 사무장 코리 르완도스키를 해고했는데, 이 같은 충격 요법은 트럼프 진영의 대대적인 선거 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선 최근 급등하는 힐러리의 인기에 제동을 걸고, 급감하는 선거 모금액을 끌어 올리고, 갈수록 심해지는 여성 비하, 인종 차별, 국가 안보 위협 등 난폭하고 무지한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를 순화시키려는, 전면적인 '트럼프 재부팅(Trump Rebooting)' 선거 전략의 출발을 의미한다. 정치 평론가들은 앞으로 2, 3주가 이 전략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본다.

이런 트럼프 진영의 후보 이미지와 선거 전략의 전환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에 답하기 위하여 다음 두 가지 정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언론이 '트럼프의 잃어버린 5주'라고 부르는 5월 초에서 6월 23일 현재까지 트럼프의 지지율과 선거 모금이 얼마나 폭락하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전당 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선출될 것인지?

트럼프가 과연 달라질 것인지? 만약 '확 달라진다'면 트럼프의 선거 전략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무엇인지? 그리고 이렇게 변모한 트럼프에 대한 힐러리의 반격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위의 질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요즘 트럼프의 선거 조직이 대혼란에 빠져 초비상이 걸리고, 결국 지난 20일 선거 사무장을 전격 해고했습니다. 그 이유가 3대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급락하는 트럼프의 지지율, 급감하는 선거 모금, 그리고 급속히 확산하는 '반(反)트럼프' 세력 등입니다. 우선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요?

박영철 : 미국 언론이 자주 인용하는 RCP 웹사이트의 평균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 [표 1] 힐러리-트럼프 여론 조사 결과.

이 표를 보면, 지난 5월 13~19일 조사에서 트럼프가 0.2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힐러리와 접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황금 같은 5주를 인종 차별적이며 무절제한 막말로 많은 유권자의 혐오증을 유발하며 트럼프의 지지율이 급락했습니다. 6월 들어 실시한 10여 개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트럼프가 힐러리에게 평균 5~6%포인트 격차로 지고 있습니다. 미 언론은 이 기간을 '트럼프의 잃어버린 5주'라고 부릅니다.

전희경 : 미 대선에서 일반 유권자 지지율(Popular Votes)보다 더 중요한 것이 50개 주에서 선출되는 '선거인단의 투표(Electoral Vote)'입니다. 이 선거인단의 총투표 수는 538개인데 이의 과반을 획득해야 대통령이 됩니다. (한국 독자도 잘 아는 여론 조사의 귀재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이름이 바로 FiveThirtyEight(538)입니다.)

최근 발표한 선거인단 투표 조사를 보면 힐러리가 211표, 트럼프가 163표, 미확인이 164표로 단연 앞선다는 소식인데, 믿을 만한 사실인가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지적입니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가 일반 국민 투표와 선거인단의 투표에서 모두 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입니다. 트럼프 진영에 초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과민 반응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선거일 4, 5개월 전에 실시한 여론 조사는 크게 틀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 조사도 가끔 나옵니다.

전희경 : 두 번째 악재로, 백만장자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진영의 최근 선거 모금 성과가 극히 부진하여 힐러리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뒤질 뿐 아니라 본선 유세에 사용할 현금 상황이 어렵다는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어느 정도인지요?

박영철 : 제법 심각합니다. 트럼프 진영은 6월 유세를 현금 130만 달러를 가지고 시작하고, 반대로 힐러리 진영은 무려 42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5월 말 현재, 트럼프 지지 슈퍼 PAC의 현금은 겨우 50만 달러 안팎인 데 비해 힐러리 지지 슈퍼 PAC의 현금은 무려 5200만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악재도 만약 트럼프와 공화당의 자금 모집 위원회와의 단일 전선이 형성되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전희경 : 세 번째 악재를 검토하려 합니다. '사실상' 후보인 트럼프를 오는 7월의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탈락시키고 그 대신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백기사'를 선출하려는 '반트럼프' 세력이 최근 크게 강화된다는 소식인데, 어느 정도 가능한 모험인가요? 선례도 없고, 혼란스러운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백악관 포기라는 치명적 대가를 치르게 할 '반트럼프' 세력이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요?

박영철 : 답은 오히려 간단합니다. '반트럼프' 세력은 트럼프 후보로는 백악관 탈환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재 공화당은 심각한 분열을 겪으면서 크게 세 파로 갈라져 있습니다.

우선 트럼프의 적극적인 지지 세력은 공화당 의장인 레인스 프리버스가 이끌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백악관 탈환을 방해하는 '반트럼프' 세력은 아주 극소에 불과하다며, 트럼프가 본선에서 힐러리를 이길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미지근한' 트럼프 지지 세력의 대표는 2012년 공화당의 롬니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입니다. 약 한 달 전 마지못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그는 며칠 전 "오는 전당 대회에서 트럼프 지지 여부는 각 개인의 '양심(Conscience)'에 따라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전당 대회에서 대의원의 '반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끝으로, 가장 강력한 '반트럼프' 세력은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 그룹, 부시 일가, 언론계와 연예계의 저명인사, 그리고 며칠 전 12명의 대의원으로 결성된 트럼프 후보 저지 조직 등이 있습니다. 이 마지막 조직은 전당 대회에서 실제로 현행 후보 선거법을 개정해서라도 트럼프를 저지하겠다고 장담합니다. "트럼프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는 카드이다. 따라서 그의 후보 지명을 어떤 방법으로 든 막아야 한다. 전당 대회에서 '백기사'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합니다.

전희경 : 지금까지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지난 1년에 걸친 경선 승리의 일등 공신인 선거 사무장의 전격 해고라는 극한 수단을 쓴 이유를 살펴보았는데, 이런 '트럼프 재부팅'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박영철 : 성공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 징후가 벌써 보입니다. 선거 사무장의 전격 해고 이틀 후인 지난 22일 뉴욕의 트럼프 소호 호텔에서 가족과 친지들을 상대로 트럼프가 행한 연설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워싱턴 포스트> 6월 23일 자 "트럼프가 통제된 어조로 클린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다(Reined-in Trump aims all of his rhetoric at Clinton)"란 기사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기다리던 트럼프가 드디어 탄생했다"며 다음과 같이 확 바뀐 트럼프에 대해 표현했습니다.

"집중적이고 체계적이고 거짓을 포함하면서까지 힐러리 클린턴을 파괴하려는 무자비한 연설이었다(Focused, systematic, and, despite spraying a stream of falsehood, ruthless in trying to destroy one person-Hillary Clinton)."

전희경 :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이처럼 변신한 트럼프는 과연 위에서 살펴본 3대 악재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시는지요?

박영철 : 충분히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크고 작은 공화당의 분열은 힐러리 타도라는 절체절명의 목적 앞에서 눈처럼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첫째, 최근의 트럼프 지지율 급락을 정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트럼프의 선거 조직이 거의 와해 상태에 빠진 지난 5주 동안에 발생한 힐러리의 지지율 상승은 매우 미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선거일을 4개월 이상 앞둔 이 시점에서 5~6%포인트 격차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적어도 10%포인트 정도의 격차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더구나 미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와 테러 위험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가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또 하나, 최근의 힐러리 지지 상승은 전적으로 '반트럼프' 정서의 반사 이익인데, 트럼프가 변신하여 국민의 '비호감도'를 줄인다면 더 무서운 상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트럼프 진영은 선거 모금의 급감은 수일 안으로 해결된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조직에 빌려준 5000만 달러 융자를 탕감한다고 발표하고, 공화당 지도부는 자금력이 큰 몇 개의 슈퍼 팩(PAC)이 기부를 약속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셋째, 위에서 지적한 데로 '반트럼프' 세력이 변신한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도 큽니다.

전희경 : 본선에서 힐러리와 트럼프의 막장 대결이 더 치열해지겠군요.

박영철 : 한국 국민도 잘 아는 댄 래더 앵커의 경고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힐러리 진영은 무서워해야 한다."

전희경 : 오늘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은?

박영철 : 2016년 미 대선의 성격이 특별합니다. 기득권 세력의 상징인 힐러리 후보는 비주류인 소수 민족의 지지를 얻으면서 미국의 현상 유지를 주장하고,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주류인 백인 남성의 지지를 얻으면서 미국의 변화와 개혁을 주장합니다.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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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
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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