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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에 속고, 테러방지법에 또 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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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에 속고, 테러방지법에 또 속을까?

[민교협의 정치시평] 테러방지법보다 독재방지법이 필요하다

국가비상사태라고 한다. 그런데 군인, 경찰, 공무원들 중에 휴가를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군(軍)은 진돗개니 뭐니 하는 비상상황을 선포하지도 않았다. 전국의 모든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이나 비상식량, 생활필수품을 사재기한다는 소식은 없다. 학교는 여전히 개학준비로 바쁘다. TV에서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여전한 시청률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해외여행을 하려는 인파로 붐비고 직장인들은 퇴근 후 술자리 약속에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니 테러방지법 제정이니 하며 국가가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사드는 중국과 미국이 긴급히 만나더니 미국 측에서 배치계획이 없다며 한발 물러나는 형국이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무제한 연설을 행하는 소위 필리버스터(filibuster)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통령이 회의 중에 책상을 치며 분노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국가가 위험한 비상상태에 빠진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제 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찬반논란을 하고 개인적 일거리에 몰두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오히려 비상상황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제 정신이 아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설마 나라를 대표하고 이끄는 분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겠는가? 가장 많은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의 판단이니 일단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야당은 반대를 하며, 사람들은 평온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가? 이해할 수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등의 처리를 강한 어조로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평화의 댐 국민 모금 사건국민은 이제 단순하지 않다

어린 시절 읽고 들었던 <이솝 우화> '늑대와 양치기 소년' 편이 떠오른다. 1970년대 많은 간첩사건, 시국사건들이 시대가 지나면서 허위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신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들에게 경각심과 공포를 주입하기 위해 조작된 사건들이 많았고, 그것을 근거로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통제하고 억압했던 사실들이 이미 드러났다. 1980년대 북한의 수공(水攻)의 위협을 내세워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해 대대적인 국민모금을 전개했던 사건은 대표적인 공포 조작사건이었다.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총풍사건은 국민들을 경악케 했던 사건이었다. 우리의 주적이자 불구대천지 원수로 여기는 북한에게 정부 인사가 돈을 주고 휴전선에서 총을 쏴 달라는 거래를 하다니, 이것은 선량한 일반국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테러 위험이 임박했다며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자고 한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를 경험한 국민들 중 많은 분들이 이미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매우 많은 국민들은 살아 있다. 그들은 결코 쉽게 믿지 않는다. 심지어 테러의 위험을 입증하기 위한 모종의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어린 아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민주국가의 경험이 일천했던 과거에 군사독재 권력이 했던 것처럼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제 머리가 클 대로 커진 성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국민을 어린 아이 다루듯이 예전의 기만적이고 고압적인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국 반감만 키우게 된다.

독재권력은 정당성을 버리고 실효적인 힘에 의존하는 부패한 권력이다. 부모로서 해야 할 희생과 헌신을 포기하고 자식에게 폭려만을 행사하는 가정폭력 사건들을 자주 보게 된다. 국가가 국민을 이와 같이 대하는 게 독재권력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독재체제는 용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이념적인 것일 뿐 현실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헌법의 이념을 지키고 달성할 수 있도록 국가의 조직과 제도를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는 것이다.

민주적인 공화국이 되기 위해서 권력분립은 필수적이다. 근대 초기 국가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분립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하게 분화되고 확대되면서 권력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분립시켜야 할 권력이 많아진 것이다. 합리적인 권력분립이 이루어져야 민주공화국을 유지할 수 있다. 국가권력이 정보와 미디어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게 되면, 이는 흐르는 물에 독극물을 푸는 것과 같다. 그래서 국가정보원과 언론 등을 견제할 다른 권력기관을 두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더욱 키워주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독재권력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므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한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갖는 정도만 되어도 대통령 중심제 국가를 이루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검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등 권력기관과 언론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라 독재체제인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과거 군사독재체제에 비해서 대통령의 권한이 조금 순화되었을 뿐이다. 앞으로도 개혁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 평화의 댐 논란 당시 <경향신문> 1987년 2월 25일자 신문 기사 제목 ⓒ<경향신문> 지면 갈무리

대통령 권한 중, 4대 권력기관 조종 권한 제한해야

과거 내부 권력 다툼으로 청나라 군대와 일본 군대를 끌어들여 결국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게 빼앗겼던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자. 외국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역사가 1세기도 넘게 장기화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독립국가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들의 일상적인 생각이나 대화조차 일일이 파악하기 위해서 국가정보원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려는 것은 조선총독부 체제에서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발상이다. 국민이라는 존재가 국가로부터 일차적으로 의심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면 이미 나라가 아니거나, 국가권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국가와 국민이 상호 신뢰를 전제로 진정성을 가지고 토론하며 의견을 모으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모습일 것이다.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키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내부의 갈등 요인을 민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식민지 독재나 군사독재와 같은 독재체제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세계 10위 권의 강소국이라는 대한민국이 가난한 독재체제인 북한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 하다. 그들이 아무리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빌미로 국민을 옥죄고 억압하는 것은 정당한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설사 대통령과 여당이 직접 나서서 부당한 테러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해도, 야당은 소극적으로 방어할 것이 아니라 독재방지법안을 내걸고 맞서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작하여 국민적 토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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