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12일 오전 현장 최고위 회의에서 "곧 광복 70돌인데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분단 70년'"이라며 "6.15와 10.4 선언으로 성큼 다가왔던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기반들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대화 대신 대결, 포용 대신 증오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해 인명 사고를 일으킨 것은 명백한 군사적 도발로써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표는 "북한 당국은 즉각 사과하고, 그 진상을 철저히 밝혀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히며 "군사적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경고했다.
문 대표는 군 당국에 대해서도 "병사들의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혹시 다른 곳에는 지뢰가 없는지 철저히 수색 점검하고 대북경계태세를 더욱 확고히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노크 귀순, 대기 귀순, 이제는 철책이 뚫리는 일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경계가 실패한 사건이고, 컨트롤 타워 기능 부재가 드러난 사건"이라며 "청와대의 안보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문을 갖게 된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에도 무기력해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같이 남북 간 안전장치가 없는 시기에는 작은 군사적 충돌도 확전의 위험이 크다는 것을 남북 양쪽이 인식해야 한다"며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도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도발행위"라며 "북한의 만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하면서도 "북한 도발에 대한 규탄이 국방부와 우리 군의 '경계 실종'을 결코 덮을 수는 없다. '노크 귀순', '대기 귀순'에 이어서 이번 지뢰 사건까지, 결코 뚫려서는 안 되는 철책선이 지속적으로 뚫려 버렸다"고 지적했다. "적이 코앞에 지뢰를 설치하는데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일"(전병헌), "군의 허술하고 안일한 경계태세, 뒷북 대응"(오영식)이라는 것이다.
문 대표는 나아가 "한반도 문제만큼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문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균형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북관계에 대해 문 대표는 "정부는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다"면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조차 기회로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별도의 대북 제안으로 방북성과를 방해하는 속 좁은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어야 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미국·중국·일본으로부터도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가 한반도의 주인임을 분명히 하는 광복70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광복 70주년이 되도록 남북관계가 분단 극복을 위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서 맴돌고, 심지어 과거로 되돌아가는 그런 모양이 되풀이되고 있어서 참 안타깝다"면서 "남북관계 화해협력도 안보의 기반 없이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그 이후의 이명박-박근혜 정부만 비교해 봐도 우리가 훨씬 더 안보에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성과가 더 좋았던, 더 유능했던 것을 볼수 있다"면서 "김대중 대통령 때 서해 해전을 겪으면서도 철통같이 지켜냈고, 참여정부 때는 남북 간 군사충돌이 한 번도 없어서 장병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이 없었다. 이에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안보, 안보' 말은 하지만 우리 장병이 희생당하고 유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비만 놓고 봐도 참여정부에서는 국방비 증가율이 전체 예산보다 훨씬 높았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증가율이 절반으로 줄었고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쪽이 안보에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 왔다"고 부연했다.
文 "신당·탈당·분당…黨 발목 잡는 소리들"
문 대표는 한편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당 홍보 전략에 대해 얘기하던 중 "당내 갈등 또는 신당·탈당·분당 이런 식의 우리 당 발목 잡는 소리들만 줄어들면(좋겠다)"며 "시간이 많지 않은데 (홍보 관련) 노력들이 묻힌다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이 지난 7.30 재보선 당시 영화배우 차승원 씨의 별명 '차줌마'를 본따 '새줌마' 마케팅을 했던 데 대해 "아쉽다. 원래 재미있고 발랄하고 다이내믹한 게 우리 당의 강점인데, 어느새 오히려 새누리당이 우리보다 앞서서 그렇게 발랄한 모습을 보이고 우리가 많이 뒤지고 있다"고 평하며 "이번에 홍보위원장을 외부 전문가로 모셔서 홍보하는 것도 (문제를)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당명 개정 논의와 관련해서는 "불편한 건 사실이고, 우리 당을 지지해온 분들이 '민주당' 이름에 애정을 갖는 것도 사실"이라며 "저쪽(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에서 동의해 줘야 가능한데, 안 전 대표가 일단 열어주셨기 때문에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창당기념일인 9월 18일 즈음에 뭔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승용 최고위원 복귀 문제에 그는 "복귀하실 거라고 본다"며 "주 최고위원이 돌아오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돌아와야 당이 복원되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다선 중진 용퇴론', '486 불출마론' 등 인적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아니다로 답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공천에서 '새로운 인물을 공급해 달라'거나 김부겸 전 의원처럼 '내려놓기' 차원의 요구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런 노력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좀더 다양한 경쟁도 필요한 것"이라고 문 대표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분들이 정치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로서는 새롭고 참신한 신진 세력도 필요하고, 중도 쪽으로 확장하기 위해 경제 중심의 정책적 전문가 세력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심상정 신임 정의당 대표가 언급한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서 문 대표는 "다음 총·대선에서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정의당뿐 아니라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분들과 정동영 전 의원 등이 다 함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연대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좀더 진보된 방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만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