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갑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최고위원이 12일 "양대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며 지역구 줄이기와 기호제 없애기 등을 제안하했다. 김 전 최고위원 주장의 핵심은 '낡은 양당 체제' 쇄신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현재 구상 중인 '기득권 내려놓기'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지역구도 기득권이다. 그런데 의원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서 지역구를 줄인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정수 안에서)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권자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 의원 정수를 그대로 둔다고 하더라도,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이 옳다는 주장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또 "기호제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거대 양당 체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더 나은 정치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의석수에 따라 1번, 2번 등 기호를 배분하는 방식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양당 체제가 고착화된 것은 3당합당 이후다. 양당은 스스로 기득권이 됐다. 이제 그런 부분을 깰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양당 체제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권은 최근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등 영호남으로 대표되는 지역구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일부 의원들에게는 이같은 논의가 불편할 수 있지만, 정치 개혁이 현재 '대세'가 된 만큼 정치권 쇄신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일이 됐다.
김 전 최고위원 외에도 최근 정치권에서는 '양당 체제'가 혁신의 대상으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정치 의병론'을 펴고 있는 김성식 전 의원의 주장도 귀담을 만 하다. 김성식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치혁신의 초점은 수명을 다한 양당 구도에 맞춰져야 한다"며 "정치의병 그룹이 준비되지 않으면 총선을 앞두고 두 정당이 쪼개진다고 해도 정치판은 새로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식 전 의원은 "기존 정치구도에 안주하지 않는 정치의병 그룹이 절실하다"며 "내년 총선에서 낡은 지역 구도에 쐐기 역할을 하고, 원내교섭단체 혹은 10석이라도 만들 정치의병 그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당 "기호제, 민주주의 서열 고착화시키는 것"
녹색당은 논평을 내고 김 전 최고위원의 '기호제 폐지'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녹색당은 "정당의 국회의원수에 따라 기호 순번을 매기고 다수정당을 투표용지 윗 칸에 박아두는 기호제도는 불공정하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서 앞 또는 위에 게재된 후보자가 일종의 가산점처럼 추가득표 효과를 누리는 '순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다수 정당부터 숫자 기호를 부여하고 이 순서에 따라 투표용지에 게재하는 불공정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추첨을 통해 투표용지 게재 순서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민주주의는 다수파와 소수파가 고정되지 않고, 서열이 고착화되지 않는 것"이라며 "녹색당은 기호 제도를 포함해 다수정당에게 주어지는 부당한 특혜들을 철폐하고 정치 다양성을 꽃 피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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