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민선 지방자치제가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95년 6월 27일 첫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들이 선출됐다. 이들 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된 1995년 7월 1일을 온전한 지방자치의 출발일로 삼는다면 올해가 꼭 20주년째가 된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로 중앙정부의 리더십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서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보여주면서 지방자치의 존재와 의미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우리 정치의 희망을 보여주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나 자치와 분권의 현실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1995+20, 풀뿌리 리더십을 찾다' 세번째 주인공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재명 시장의 별명은 '사이다 시장'이다. 일부 네티즌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소통도 소통이지만, '그 말투나 논리가 시원하다', '가려운 곳을 정확히 찾아내 긁어준다'는 이유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도 이 시장은 현 정국을 명쾌하게, 또 경쾌하게 짚어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박할 수 없는 논리로 풀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이름 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그것을 넘어선 것 같다. 인터넷에는 경계가 없다. 심지어 여론조사에 대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인구 100만 명이 채 안 되는 성남의 시장이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현상이다.
'대한민국이 못해도, 성남은 합니다' 민선 5기를 거쳐, 6기로 넘어오며 내건 이 시장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입담만 주목받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교복,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성남시(공공)의료원까지, 시행하는 정책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켜왔다. 무상이라는 말의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공짜'가 아니라고 정리한다. 국민이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먹는 것인데 왜 공짜인가. 그는 "성남으로 이사가자"라는 말이 요새 유행어가 되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 시장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배당 도입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국민(지자체나 정부)이 소유한 공공재에서 생긴 이익은 국민에게 배당돼야 한다는, 기본소득(혹은 시민배당금)의 개념을 성남시에서 최초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어디에선가 "공산주의자가 나라를 말아먹으려 한다"는 비판이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황당한 계획이 아니다. 이 시장은 "제가 하면 실현되는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 시장은 재정 상황 등과 관련된 일각의 우려에 대해 "걱정 말라. 그렇게 많이 주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성남시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를 지원, 청년들이 자신의 능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화폐이므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청년들이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며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토론할 수 있도록 주머니를 채워주자, 또 청년들이 책을 사볼 수 있고, 적은 돈을 가지고 무전 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것은 사실 '기초노령연금'과 닮은 꼴이다. 노령연금은 일정 나이가 되면 그냥 주는 것이다. 청년배당도 마찬가지다. 노령연금이 고생한 노인들을 위한 보상이라면, 청년배당은 고생할 청년들에 대한 투자라는 게 이 시장의 논리다.
이 시장과 인터뷰는 7월 1일 성남시청 2층 시장실에서 전홍기혜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프레시안 : 총선 출마 안하신다는 입장 발표를 하셨더라.
이재명 : 누가 자꾸 총선 나간다, 보궐 선거 나간다고 하길래, 꿈 깨라고 했다. 자꾸 뭘(성남시장) 해먹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웃음)
프레시안 : 7월 1일, 지방자치 20년이다. 소회를 말한다면?
이재명 : 대한민국 정권 교체(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 교체인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의 기반이 된 게 지방자치다. 지방자치가 없었으면 정권 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초등학교다.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한 것 같다. 국민들이 정치를 가깝게 느끼고, 선택에 따라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한번 체득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 대한민국 권력도 바꿀 수 있다. 바꾸면 혜택이 있다' 이런 게 커졌던 것 같다. 그것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 투쟁을 해서 이 제도를 관철시킨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이번 메르스 정국을 통해 지방정부, 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시민들이 많이 느꼈을 것 같다. 반대로, 국가, 정부는 도대체 나를 위해 뭘 할 수 있나 하는 고민도 생겼을 것 같다.
이재명 : 전염병을 막는 방역 활동이 실제 정부에서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즉 시, 군, 구에 집행 구조가 다 몰려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민행정이 그렇다. 이번 (메르스 방역) 과정에서 정부가 과연 존재하느냐, 그리고 중앙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우리나라 전체를 통할하는 시스템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가 의문을 (시민들이) 갖게 됐지 않나. 위가 없고, 아래쪽만 살아있으니, 아래쪽이 사람들의 눈에 띤 것 같다. 머리가 전혀 기능을 안 하니까 손은 손대로, 팔은 팔대로, 독자적인 시스템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것(지방 정부)마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방자치제도가 없었으면 중앙 정부의 부속품으로, (지방 정부 역시) 완전히 '올스톱' 상태로 됐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끔찍하다.
프레시안 : '비밀주의'의 중앙정부에 맞서, 지방정부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향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보여줬던 것 같다. 처음에는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든 모양새로 보였는데, 지나고보니 다들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프레시안>도 정부 방침에 반대, 병원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재명 : 삼성의료원(삼성서울병원)을 박원순 시장이 (처음에) D병원이라고 하던데, (웃음) 우리도 삼성병원을 공개할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이미 언론에서 다 보도하고 있더라. 정부보다도 언론이 먼저 국민을 위해 행동을 한 것이다. 언론도 위험한 결정이었지 않았겠나. 영업권 침해라고 할 수도 있고, 삼성이라니 제재당하거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미 (병원명을) 쓰고 있더라. 제가 사실 조금 부끄러웠는데, 민간 언론보다도 우리가 용기가 적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과감하게 D 병원이라고 하지 않고 삼성의료원을 지칭했다.
프레시안 :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재명 :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반기를 든 게 아니다. 중앙정부 관료들이 국가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것은 법률상으로도 공개하게 돼 있다. 감염병 발생 상황 예방 및 대응 체계를 보면,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 알려줄 의무가 있다. 법에 있는 의무다. 국가는 곧 국민이다. (정부의 대응은) 그 국가에 대해 공무원이 지고 있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은 국민들 뜻에 따라서 자기들(중앙 정부)도 공개를 하기로 했지 않나. 국가의 의무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국가는 외침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방을 한다. 그것과 비슷한 게 전염병, 질병, 재난재해 사고다. 이 4가지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게 국가다. (우리나라가) 국방은 열심히 한다. 국방에는 열심히 돈을 쓴다. 그런데 방역에 대해서는 돈을 안 쓴다. 방역은 민간 병원에 맡겨놓고 있다. 그리고 삼성병원을 야단친다. 야단칠 일인가? 국민을 위험 속에 몰아넣어서 돈을 벌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가 난 것 아닌가. 왜 그럴까? 방역의 부실함도 그런 현상의 일부가 아닐까.
프레시안 : 당시 메르스 확산 상황에 대한 판단을 했을 때, <프레시안>도 병원명 등 정부가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시민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재명 : 이미 저보다 (언론과 시민들이) 더 빨리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한 일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질문이 들어오더라. 어느 초등학교에 환자가 생겼다고 하는데 맞느냐, 하고. 나중에 보니까 맞더라. 그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가 양성으로 판명이 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저보다 정보가 더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숨긴다? 숨기면 의혹만 증폭된다. 잘못된 정보로 불안과 공포만 심화된다. 제가 일일이 답변하기 귀찮아서 확 알려드렸다.(웃음) 결국은 그게 혼란을 줄이는 더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 생각이 났다. 전쟁이 났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강 철교 끊고 본인은 도망가 버렸다. 방송을 통해 '걱정 말라, 서울은 사수한다'고 했다. 의료 기득권 살자고 국민들에게 정보를 숨기고, 그래서 병원을 통해 병이 퍼지는 모습을 보니까, 이승만과 한강 철교가 생각났다.
프레시안 : 사실 이번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다른 대응, 거기의 핵심은 리더십이었던 것 같다.
이재명 : 리더십도 있지만, 더 근본은 국민에 대한 애정, 사명감이 있느냐, 없느냐다. 공직자가 가진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다. 뭘 해먹으려고 공직자를 하느냐, 시민들의 행복을 위한 공직자의 길을 가느냐, 딱 그 차이다. 생각 자체가 다른 것이다. 국민이 얼마나 불안할까, 국민이 얼마나 위험할까, 이런 생각을 했으면 정부가 과연 그랬을까. 기득권 눈치를 보느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것 아닌가.
프레시안 : <프레시안> 편집국에 전화가 왔다. 독자가 '메르스 의심증세가 있다'고 해서 보건소에 알아보니 '알려진 메르스 증상과 달라서 검사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더라. 그래서 본인이 알아본 결과 성남에서는 본인 부담을 하면 보건소에서 해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성남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재명 : 그게 요새 유행이다. 성남으로 이사가자.(웃음) 지금도 묘한 것이 있다. 성남에 양성 환자가 4명이 나왔다. 그런데 이 4명은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즉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정부의 통제선 밖에 있는 사람들이 환자가 된 것이다. 황당했다.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운수에 따라 검사 받게 된다는 거다. '혹시 병원 간 일 있어요?' 물어서 '삼성의료원에 갔다' 그러면 검사를 해준다는 식이다. (일반 사람들은) 검사를 안 해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나. 혹시 이 사람이 지역감염이 됐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르스 발병) 병원에 가거나 접촉한 사람만 검사했기 때문이다. 지역감염은 확인이 불가능하게 해 놓고, (정부는 지역 감염은) 없다고 우기는 상황이다. 위험한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따로 민간 검사 기관을 확보해서 검사를 했다. 102건 검사했는데, 100% 음성이어서 다행이었다. 한 건이라도 양성이 나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프레시안 : '접촉력'이 없는 사람은 정부에서 검사를 안해줬던 것 같다.
이재명 : 그래서 우리가 했다. 원래 성남시는 정부와 같이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만약 성남시가 같이 검사하면 자기들은 안한다'는 취지로 버티더라. 그래서 (정부와 함께 하는 것은) 할 수 없이 포기했다. 왜 못하게 할까? 자신들이 내린 결론과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게 정보 독점이다. (국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 해봐야 한다. 시스템 자체가 없다시피 하다. 심각하다. 이 부분에 관한 한 정부는 없었다.
청년배당·기본소득? 성남은 한다. 그러면 실현된다
이재명 :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게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 그리고 좀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드는 것 아닌가. 그것을 위해 시민들이 세금을 낸다. 세금은 최대한 아껴서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여져야 한다. 4대강 사업 하고, 자원 외교 한다고 세금 가져다 버리고, 방산 비리 저질러서 세금 빼먹고…. 나쁜 짓이다. 저는 최대한 비용을 아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측면을 본다. 하나 더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의 책임만 강조되고 공공성은 약화되고 있다. 무한경쟁, 각자도생, 승자독식, 등 야만사회로 가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환경 속에서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발전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희망이 생긴다. 그 조건을 만드는 게 정부다. 정부가 정해준 세액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아껴서 시민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해주겠다는 것인데, 그리고 그것을 하려고 지방자치를 하는 것인데, (공공산후조리원을) 하지 말라고 하면 황당한 것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가 내놓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재명 : 법에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없다. 협의하라고 돼 있다. 특정 계층만 주고 특정 계층은 빠지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다른 자치단체와 균형이 안 맞다? 다른 데 못하니까, 너희도 하지마? 이런 태도는 지방자치를 부인하는 것이다. 차이가 생기고 불균형이 생긴다니….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아니, 선별복지 하라면서.(웃음) 똑같이 복지하지 말라면서 보편복지를 안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 아닌가? 거기에 덧붙여서, 이번에 거짓말을 했다. 선착순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저소득층, 다자녀 가구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 하위 10~15%만 이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주겠다고 했다. 정부 방침에 맞춰서 하는 것인데, (논리가 부족하니까) 성남시가 선착순으로 운영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성남시가 아무리 그래도 수백만원이 드는 복지 정책을 하는데 '줄서!' 해서 선착순으로 하겠나? 그래서 제가 복지부장관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성남시가 그렇게 무식한 곳이 아니라고 했다.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면 못 하는데, 우리는 준비를 다 해 놓았다. 전임 시장 빚 갚고도 예산을 확보해 놓았다. 새로 빚을 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에 손 벌리지도 않는다. (재정이 올바로 쓰여서) 배 아파 죽으려고 하는 사람 많이 있다. '야, 저거 내가 해먹을 수 있는데'라면서.(웃음)
프레시안 : 최근에 예고한 성남시 복지 정책 중 하나가, 기본소득과 청년배당 이야기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사 가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 실현 가능성이 있나?
이재명 : 제가 하면 실현되는 거죠. (웃음) 지금 2차전이 준비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동의 재산으로부터 생기는 이익은 공평하게 나눠 갖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그게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기초노령연금이다. 65세 넘었다는 이유로 돈을 주고 있다. 그것도 기초소득의 일종이다. 부분적 기초소득이다. 그런데 우리는 청년에게 해주자는 것이다. 노인만 되고 청년은 왜 안 되나. 어린 게 죄는 아니지 않나. 노인은 고생을 해왔다. 그래서 일종의 후배당 개념이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선투자하자는 것이다. 청년들이 취업도 못하고 자기 수련도 못한다. 청년들의 역량이 성장하지 않으면 그 사회 전체의 손실이다. 그러니 거기에 선투자를 하자.
프레시안 : 벌써부터 비판을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이재명 : 일각에서는 '그것 주면 일을 안 할 것 아니냐'고 하는데, 걱정 하지 마시라. 그렇게 많이 주지 않는다.(웃음) 20살부터 29살까지 잡는다고 하면 10만 명이다. 10만 원씩만 줘도, 1년에 120만 원, 1200억 원 정도 된다. 그렇게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현실적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들이 자기 역량을 기르고, 찌들지 않게 책도 사보고, 무전여행도 가고, 커피 마시면서 토론도 하고, 이 정도만 조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우리 사회 구성원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지 않겠나. 청년들이 중동을 가겠다고 하는데, '시장님 때문에 안 갑니다' 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보자는 게 취지다. 재정 상황도 따져봐야 한다. '청년 선투자'라는 정책 목적만 실현토록 하면 아까우니까,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같이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청년배당금을) 지역 화폐로 주는 것이다. 지금 성남사랑상품권이 있다. 그런 것으로 (청년들에게) 주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몇 가지 정책을 믹스해서 시행할 것이다. 저는 말 하면 한다. 그냥 넘어가는 것은 없다.
프레시안 : 최근에 성남의료원도 주목받는데, 시장님이 정치를 하게 된 계기가 성남의료원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재명 : 제가 두 번째 전과가 생긴 계기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주민 발의 조례가 만들어지고 난 후 첫 사례로 성남의료원을 발의했다. 1년간 모든 노력을 다 해서 그렇게 발의했는데 (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부결로) 날치기하고 도망가더라. 그 때 방청객들이 항의했고, 저도 소리를 좀 질렀다. 그러니까 특수공무집행방해, 즉 시의회를 점거했다고 하더라. 사실 내가 거기에서 울었었다. 정말 서럽더라. 시민이 원하고, 시민이 시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인데도 권력이 없으니, 1년짜리 프로젝트가 시의원들의 방망이 소리에 없어져버리더라. 그래서 우리가 직접 하자고 했다. 그게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다. 2004년에 그렇게 결심하고 2006년에 성남시장 선거에 나왔다가 떨어졌다. 2010년에 당선되서, 10년만인 2013년에 성남시의료원이 착공됐다. 2017년에 완공이 된다. 의료 공공성이라는 것 때문에 제 정치인생이 시작됐으니까, 저는 각별히 그 부분에 관심이 있다.
프레시안 : 메르스 사태 겪으면서 공공의료원이 중요하게 부각된 것 같다. 성남의료원의 음압병상이 32개로 설계돼 있더라. 민간병원이 하지 않는 것들을 커버하는 부분 쪽으로 된 것 같다. 우리나라 전체 음압병상 숫자(99개)에 비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재명 : 그게 (언론의) 눈에 띤 것 같다. 공공의료 지출을 옛날에는 적자라고 해서 소홀히 했다. 공공의료라고 하면 당연히 재정 투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돈을 남길 수 있는 분야는 삼성이 하겠죠. 그런데 삼성이 안하지 않나. 돈이 안 남으니까. 그러면 당연히 재정 투자가 돼야 한다. 이것을 적자라고 비난하니까 공공의료 시스템이 (메르스 사태에서) 이렇게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재정 투자다. 손해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 즉 적자냐, 투자냐, 하는 논쟁에서 '투자다'라고 말하는 입장이 우위를 갖게 됐다. 이를테면 국방은 적자다. (굳이 따지면) 37조 적자 아닌가. 그런데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1년에 20억~30억 원, 많게는 50억 원 적자가 난다고 비판한다. 공공의료에 1년에 100억 씩 투자하면 안 되나?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앞으로는 그런 공격이 좀 약해질 것 같다.
프레시안 :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적자라고 해서 없앤 일이 있다.
이재명 : 제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거가대교를 없애라. 적자 나니까. (웃음) 공무원 문화시설, 체육시설, 운동장, 다 적자다. 그것 왜 하나. (메르스 사태와 성남의료원 논쟁이) 이게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에 대한, 또 공공투자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적자를 잘 내는 게 살림을 잘하는 것이다. 재정 수지 균형, 즉 수입이 들어오면, 딱 그만큼 쓰는 게 제일 잘하는 것이다. 문화센터에 공연하면서 180억 원 없애는 것, 어디 체육시설 한 개에 130억 원 써서 없애는 것은 괜찮은데, 50만 명이 이용하는 공공의료에 50억 원 쓰는 것은 죽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훨씬 중요하고 효율적인 일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공공성 강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자라고 하면 안 된다. 안 그러면 국방부도 적자라고 해라.(웃음)
야당 혁신, 국민은 답을 알고 있다. 실천이 문제다.
이재명 : 저는 이 정권이 보수정권이라고 생각 안 한다. 이게 무슨 보수인가, 보수냐, 진보냐 따질 수준에 미치지 못한, 무능한 집단이라고 본다. 보수는 이렇지 않다. 보수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균형, 정의, 형평, 평화, 이게 다 보수의 가치다. 그게 아니고 만날 해먹기나 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왕 놀이'나 하고 있다. 정부는 제일 중요한 게 시스템이다. 지휘 체계다. 이 지휘 체계가 없으면 아무리 유능한 집단이라도 무너진다. 만화에 머리를 손으로 들고 다니는 캐릭터가 있다. 머리가 몸을 통제해야 하는데, 머리를 들고 다니는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나?
이재명 : 계속 그럴 것이다. 저는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불행한 예측을 가지고 있다. 더 크게, 더 위험하게. 아마 안 바뀔 것이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어떤 부분, 특히 정치적인 부분은 결단력이 있는 것 같다. 이번 거부권 정국에서 그런 게 또 나타났다.
이재명 : 그런 것은 잘 한다. 그런데 (국정에는) 관심이 없다. 대통령 일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장관이 할 일이고 신하들이 할 일이지, 하는 식이다. 야단을 치더라도 자기들끼리 숨어서 야단을 쳐야지,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권한은 나에게 있다? 문제다. 만날 유체이탈 화법이 나오는 이유다. 왜냐 하면 인식 자체가 그렇다. 다른 사람은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를 못한다. (대통령) 본인도 다른 사람이 왜 이해를 못하는지 이해를 못한다.(웃음) 원래 책임과 권한은 공존하는 것이다. 공무원 야단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병원장은 왜 야단치나. 돈벌이 하려고 열심히 하는 사람을 왜 야단치나? 그것은 국민을 야단친 것이다.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을 (대통령은) 이해를 못하겠죠. (웃음)
프레시안 : 국민들이 보기에는 병원장이 고개를 숙인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또 언론도 최근 문화일보의 '오보'를 지적했는데, 병원과 언론 등이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여러 가지 의문들을 가졌을 것 같다.
이재명 : 다 책임이 있는데, 책임의 종류가 다르다. 삼성의료원은 국민에 대한 기업 윤리 차원에서의 책임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그래도 (책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세지 않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하지만, 그것도 기업 윤리에 가까운 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법률상 책임이다. 윤리와 다른 영역의 법적 책임이다. 국민들이 월급을 준다. 그런데 엉터리로 했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병원이 잘 못했다는 비판과 차원이 다르다.
프레시안 : 메르스 정국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활약이 돋보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은 역할을 잘 했나 하는 것을 봤을 때. 국민들은 미흡하게 느끼는 것 같다. 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재명 : 공감한다. 야당이 정책적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이다. 대안 제시 능력의 부족이다. 성남시도 사실 처음 겪는 일이니까, 뭔가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공무원들이 가진 한계가 있다. 변화를 안 주려고 한다. 보건소 하나를 비워놓으라고 했는데, 의사가 없다는 거다. '민간 병원에서 데려다 써라. 돈 줘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안 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나중에 성질을 확 내면서 '안 오면 그 병원에 다 보낸다고 해라. 거부하면 다 단속해서 행정처분 한다고 하라'고 했다. 비상 사태라 강제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니까 움직이더라. 정부 기관 책임자가 성남에 와서 '성남 잘 하고 있네. 왜 이리 잘하느냐' 하면서 베껴갔다. 어느 부처의 모 차관이 성남시를 보더니, '중앙 정부가 이렇게 따라해야 하겠네' 하고 갔다더라. 그래서 내가 속으로 '아이고, 이거 매뉴얼에 다 있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야당은) 그냥 '(정부가) 잘 해라' 하고 있으니까…. 이것은 애들 보고 공부 잘해라 하는 것과 똑같다. 구체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국민과 소통을 늘려가야 한다. 물론 (야당이) 안을 많이 내도 (언론은) 안 써주지 않나? <프레시안>은 쓰겠지만,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은 안 쓴다. 그러면 전달이 안 된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어야 할 일이 아니다. 소통을 직접 해야 한다. 국민과 접촉을 늘려야 한다. 제가 잘 한다고? 아니다. 소통을 많이 하니까 사람들이 뭘 하는 것처럼 인정해주는 것이다. 다른 시군에서 하는 것을 베껴서 하는데, 저만 하는 것처럼 돼 있는 것도 많다. 홍보가 안 되면, 저는 눈 터지게 댓글 써주고 한다. 접촉과 소통을 늘리고 구체성이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게 차곡차곡 쌓이면 국민 지지율도 올라가지 않겠나. 야당이 나쁜 사람들도 아니고, 잘 하려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새정치연합이 혁신위를 꾸려서 혁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이재명 : 그것은 조금 다른 측면의 문제다. 정치 집단은 일단 소통이 잘 돼야 신뢰를 얻는다. 그 다음에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내용이 없으면 욕먹는다. 그 다음에 근본적으로 당의 체질을 바꾸는 방식으로 혁신을 하는 것이다. 사실 혁신안은 수없이 많다. 답은 국민이 다 알고 있다. 문제는 행동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용기와 결단의 문제다.
홍준표와 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단, 정 반대 의미로!
프레시안 : 많은 분들이 능력을 가진 성남 시장이라면 조금 더 큰 정치를 계획했으면 하는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총선은 안 나가신다고 하는데?
이재명 : 그걸 왜 나가나.(웃음)
프레시안 : 그러면 뭘 할 것인가?
이재명 : 저는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물론 굳이 놓고 고를 수 있다고 한다면 더 역할이 큰 것을 고르는 게 맞다. 그런데 역할이라는 것은 제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면 길은 생긴다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시장하려고 산 것도 아니고, 변호사 되려고 대학 간 것도 아니다. 사실 대학교도 가려고 해서 간 것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가던 길인데, 이 자리까지 왔다. 좀 더 많은 영향력, 많은 권한을 가지면 좋죠. 그러나 그것조차도 내 뜻대로는 안된다. 그래서 제 기본 작전이 있다. 머리를 잡는 것은 어렵다. 꼬리를 잡는 것은 쉽다. 그러면 꼬리를 잡아서 몸통을 흔들어보자. 그런데 요즘은 몸통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도 같다.(웃음)
프레시안 : 더 큰 꼬리를 잡으면 어떨까?
이재명 : 더 큰 꼬리를 잡으려고 쫒아다니면 지금 잡은 꼬리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웃음) 이런 얘기가 있죠. 멍멍이가 먹이를 입에 물고 가다가 물 속에 있는 자신을 봤다. 그것까지 먹으려고 입을 벌리다가 물고 있는 것도 떨어뜨렸다. 내가 성남시장 역할을 하는데, '시장 말고 뭘 해야지' 마음속으로 확정하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을 거기에 맞추게 된다. 그러면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나쁜 결과를 낳게 된다. (목표를 위해 시장직을) 이용하려고 하게 된다. 그러면 속된 말로 스텝이 꼬인다. 그러면 모든 것을 다 놓친다.
프레시안 : 넘어지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이재명 : 확실하게 길이 생길 때까지 현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그 길을 막을 필요도 없다. 김어준 씨가 얼마 전에 '대통령하고 시장, 둘 중에 뭐 할 건데'라고 해서 '그러면 대통령 해야지' 했다. 단순한 질문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뜻대로 거기에 맞추는 (오히려) 그 길이 봉쇄될 수가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얘기해야 해요.(웃음)
프레시안 : 단순하게 말하면 그게 제목으로 나간다.
이재명 : 그렇게 나는 절대 안하죠. (웃음) 아이가 몇 살이에요? 성남으로 빨리 이사 오세요. 성남시의 직간접적인 '시민의 권리'를 더해보자. 아이 낳으면 얼마 준다. 차액보육료 지원한다. 도서관 엄청나게 많다. 시내에 어린이집 많고, 학교 가면 밥 주고, 장난감 공짜로 빌려주고, 체험학습도 다 지원해준다. 그런 데가 어디 있나. 학교에서 학부모 모임하면서 식사하는 것도 지원해준다.(웃음)
프레시안 : 시장이 바뀌면 어떻게 되나?
이재명 : 그것은 운명이다. 일단 혜택을 주면 뺏기는 어렵다. 홍준표 지사 정도의 '용감함'이 없으면 못하는 거다.(웃음) 주민들을 괴롭히는 게 자기에게 표가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황당한 거다. 홍 지사와 나는 비슷한 스타일이다. 단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웃음) 그냥 인간적으로만 보면, 홍 지사는 남을 갑자기 배신하거나 하는 분은 아니다. 담백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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