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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몸'은 아파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건강미인'이라는 환상"

"요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도 더 잘 챙겨 먹는데 이상하게 몸이 무겁고 안 좋아요."

어깨가 무거운지 목과 어깨를 돌리면서 들어오시는 이 분은 평소 예민한 신경과 위장 문제 때문에 종종 오곤 합니다. 전보다 체격이 조금 커진 듯 해서 물었더니, 왜소해 보이는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얼마 전부터 체육관에 등록해서 트레이닝도 받고 식단도 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 단백질 보충제도 복용하냐고 물었더니, 근육이 붙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최근에 먹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합니다. 이 분의 경우는 체질적으로 같은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늘지 않거나 그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는데, 운동에 욕심을 내고 편중된 영양섭취로 인해 몸에 피로물질과 독소가 누적되고 도리어 순환이 떨어지게 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보충제 섭취는 중단하고 운동도 몰아서 하기보다는 천천히 꾸준히 하실 것을 당부했습니다.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얻자고 건강을 잃어서는 안되기 때문이지요.

근력 운동을 하다 어깨와 허리를 다쳐서 오는 분들이나 다이어트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아~ 이제 사람들의 마음에 여름이 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노출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보니 몸매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분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그 기준이 너무 과한 것이(말로는 그렇지 않다고들 합니다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운동선수나 연예인의 몸에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의 연습과 훈련 그리고 그것을 지원해 주는 인력과 시각기술의 도움까지 받은 상품화 된 몸을 목표로 하다보니 단기간에 그 이상적인 기준에 가까워지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되거나 과한 방법들을 쓰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몸을 상하게 됩니다. 설사 목표한 바를 손에 넣었다 해도 잠시 유지될 뿐 오래 지속되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계속 될 것입니다.

나는 갈수록 획일화되는 시각문화에 대해 도덕적 차원에서 화가 나고 심란해진다. 사람들의 신체 불안전성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이 그런 문화를 조장하고, 그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관해 두려움을 느낀다. 말 그대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매일 자기 몸이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고,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적인 분투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문제로 여기고 심지어 허영의 발로라고까지 생각하지만, 이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얄궂게도 몸 전체나 일부에 대한 고통이 오늘날 너무나 보편적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이런 신체문제들의 중대성을 쉽게 간과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공중보건의 숨겨진 응급상황이다.

- <몸에 갇힌 사람들>, 수진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 펴냄
▲배우 클라라가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건강을 위해서 몸매를 가꾼다고 하고 '건강미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에게서 겉으로 보여지는 몸을 가꾸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은 듣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요. 우리가 건강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몸의 이미지는 태어나면서부터 노출된 환경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미지가 거의 모든 사람에게 같다는 것입니다. 각기 사람들에게 있는 건강의 특징과 다름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수치와 아주 일부 사람들만이 실현 가능한 몸이 보편적 기준이 되고 이에 부합되지 못하면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암암리에 우리 머릿속에 심어져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 기준에 부합되지 못한 몸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 층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어린아이와 나이 든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젊은 그것도 아주 좁은 기준의 몸을 기준으로 삼고 쫒고 있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몸과 마음의 문제들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가에 따라 내가 건강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환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의 기능이 원활하고 기혈이 막힘없이 흐르는 상태를 건강의 기본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체형 자체도 나에게 맞게 바로 잡히게 됩니다. 하지만 나답고 바른 체형이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몸매와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나다움을 포기하고 자신이 동경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고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것을 통해 만족을 얻고자 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치료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러움이 가장 좋습니다. 들판에서 자신의 본성대로 크는 나무와 화분에서 분재로 키워진 나무, 둘 중 어느 쪽이 건강할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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