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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한약재가 더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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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한약재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한약재에 대한 단상

점심을 먹고 동네 한바퀴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앉아 살짝 나른한 기분으로 앉아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한의원이죠? 거기는 약을 지을 때 국산 유기농 한약재만 써서 짓나요?"

우리나라 한약재의 현황과 실제 제가 쓰고 있는 약재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 조금은 실망한 목소리로 "전에 다니던 곳은 그런 약재만 써서 짓는다고 했는데요" 라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약재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말씀하신 기준의 약재만으로 처방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답하고는 통화를 마쳤습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한약재에 대해서 묻습니다. 믿을 수 있는지, 국산만 쓰고 수입 약재(주로 중국산 한약재)는 쓰지 않는지 그리고 중금속이나 농약에는 안전한지 등이 가장 많은 질문이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100% 국산 한약재만으로 환자분들의 몸 상태에 맞는 처방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기후 조건 상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는 식물이 있고, 생산이 되더라도 그 약효가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육계나 용안육 같은 약재는 동남아와 같은 따뜻한 기후에서 나는데, 이러한 약재는 조선시대에도 수입을 했습니다.

한편 약방의 감초라고 불리는 감초는 신강이나 몽고 등지에서 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는 하지만 약효가 미치지 못하지요. 몸을 보하는 약재의 대명사인 녹용과 같은 경우도 러시아, 뉴질랜드 그리고 중국에서 나는 것만이 정식 한약재로 유통될 뿐, 국산녹용은 식품으로는 쓰이지만 정식 약재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만약 국산한약재 만을 고집한다면 제한된 약재들 속에서 처방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병을 다스리는데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국내산 한약재라고 무조건 다 좋을까요? ⓒ연합뉴스


다음으로 한약재의 안전성에 관한 부분입니다. 현재 한의원에서는 식약처 검사를 통해 약재로 써도 된다고 허가된 약재만을 제약회사를 통해 구입해서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식약처에서는 수시로 샘플링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를 수거해서 문제가 없는지 조사하고,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약재를 수거하도록 하고 그것을 유통시킨 회사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한약재가 어디서 나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불분명했던 과거에 비해서 안전성에 관한 부분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반작용이 생긴 것이 있는데, 그것은 식약처의 검사를 받지 못하는 약재들은 쓰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약재의 수요나 생산량이 적어서 제약회사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유통시키지 않는다면 구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한의사가 직접 재배하거나 산에서 채취한 약재도 환자에게 쓸 수 없지요. 예를 들어 한의사가 산에 가서 산삼을 캐서 이것을 필요한 환자에게 복용하게 한다면 의료법 상에는 불법이 되는 것입니다. 한약재의 안전성이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한의사의 입장에서는 꼭 쓰고 싶은 약재를 구할 수 없거나 있어도 쓸 수 없는 제약이 생긴 것이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체할 약재들을 찾아 쓰지만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럼 현실적으로 믿을 수 있는 좋은 약재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요? 먼저 식약처의 검사를 마치고 정식으로 유통된 규격한약재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재배된 약재 보다는 야생의 것을 채취한 것이 좋고, 재배된 것이라도 야생에 가까운 환경에서 키우거나, 약재가 처음 자라기 시작한 지역 혹은 기후 조건상 약효가 더 나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우리가 사는 땅에서 난 국산한약재를 선택해야 겠지요.

환자분들이 안전하고 좋은 약재를 선호하는 것처럼, 한의사 또한 약효가 좋은 약재를 써서 병을 잘 치료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수입약재라고 다 나쁘고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고, 국산약재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좋은 약재의 기준은 약효와 안전성입니다. 이 기준에 적합한 약재를 쓴다면 믿고 복용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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