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혈압이 조금 높다고 싱겁게 먹으래서 그렇게 했더니 당최 음식이 맛이 없어 죽겠어요. 국을 끓여도 심심하고, 나물을 무쳐도 맛이 안 나서 밥 먹기가 고역이네요. 애들 아빠는 병원밥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성화에요."
가끔 "부침개 부쳤으니 입이나 다시라"고 하시며 가져다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침을 맞다 말고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위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 싱겁게 먹으라는 말을 들어서 그렇게 했더니 사는 재미가 없답니다. 남도 출신의 아주머니는 동네에서 음식솜씨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게 되었다구요. 저도 더 이상 아주머니의 솜씨를 맛볼 수 없게 되어 내심 아쉬웠지요.
환자분들 중에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아주머니처럼 저염식을 실천하는 분들도 있고, 그냥 먹고 싶은대로 먹는다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 경험으로는 두 경우 모두 지속적으로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고, 저염식을 하지 않은 분들이 딱히 약이 늘거나 혈압이 높아지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혈압 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일반적인 통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상반되는 연구결과들도 꽤 나오고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마우스와 인간은 염분이 매개하는 면역력 증강(salt-driven boost in immune defense)의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걀 프라이나 감자튀김에 소금을 듬뿍 첨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이번 연구가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면역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랜돌프 교수는 말했다. "우리의 조상들은 항생제도 없었고, 수명이 길지 않아 심혈관질환에 걸릴 우려도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고염식이 감염을 물리치는 유용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고염식의 해로운 효과가 이로운 효과(면역력 증강효과)를 능가한다. 다만 감염된 피부의 소금 농도를 외부에서 증가시키는 것은 무방해 보인다. 수액제나 젤(gel)이나 드레싱 등을 통해 피부의 염분농도를 상승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피부의 염분농도를 상승시키는 치료법의 실행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좀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가 간단한 메커니즘으로 인간의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연구는 매우 도발적"이라고 듀크 의과대학의 토머스 코프먼 박사(腎臟學)는 논평했다.-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금이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우리 몸은 감염에 대한 방어를 위해 소염분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대로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해로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의서에서도 동쪽지역의 바닷가 사람들은 생선을 많이 먹고 짠 것을 좋아해서 이로 인해 속에 열이 쌓이고 혈을 손상시킨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싱겁게 먹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금을 건강을 위해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소금을 선택해야 합니다. 화학적으로 정제된 염화나트륨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천일염이나 볶은 소금 그리고 죽염과 같이 자연상태의 소금에서 불순물이나 독소를 제거한 소금을 먹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무의식중에 섭취하는 염분을 줄여야 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을 얼마 넣는가를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먹는 음식이나 특히 가공식품을 먹을 때는 많은 염분을 섭취함에도 그 사실을 모르게 됩니다. 따라서 가능한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자연상태의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그런 음식을 사 먹는다면 과도한 염분섭취는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식습관은 자극적인 맛과 첨가물에 중독된 우리 미각을 회복시켜 제대로 된 음식을 맛있게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는 어쩔 수 없이 과도하게 섭취한 염분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갈증이 날 때 차나 음료 대신 물을 마시도록 하고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즐겨 먹으면 필요이상으로 염분이 몸 안에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수분은 줄어들게 되는데 여기에 과도하게 짜게 먹는 습관이 더해진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젊어서는 자극적이고 짠 맛을 조금 즐겼더라도 나이가 들면 음식을 담백하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머니가 진료를 받고 나가실 때 너무 짜게만 드시지 않는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음식 맛을 제대로 낼 수 없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이 혈압에 더 나쁘니, 좋은 소금을 먹고 묵은 음식의 비율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처럼 신선한 음식 즐겨 드시고 지금처럼 운동 꾸준히 하시면 될 거라고요. 웃으면서 나가신 아주머니가 어떤 선택을 하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맛있는 부침개를 맞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주머니가 너무 싱거운 사람이 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