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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우리 서로 화해하면 안되나요"

[표동협의 '정치 픽션'] '보이지 않는 손'이 남북 해빙 저지하고 있다?

한반도에 이상한 기운이 흐른다. 갑자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판하고, 한국 정부의 부인에도 미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에 다시 불을 지폈다. 분명히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6.15선언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가 7년 만에 열린다고 하는 뉴스를 들은 게 며칠 전 아니었나?

일단 지난달 말로 돌아가보자. 4월 24일, 북한이 그렇게도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종료됐다.

4월 27일,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 지원을 승인한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5.24 대북 제제 조치를 취한지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4월 30일, 6.15 공동행사 관련 남북해외대표자회의 신청이 통일부에 접수됐고, 이는 5월 4일 최종 승인됐다.

그리고 5월 1일, 통일부는 지방자체단체 등을 포함한 대북 민간 교류 확대를 골자로 '광복 70주년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교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민간에서 추진하는 문화, 역사, 스포츠 등 다방면의 교류를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에 정부가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특히 눈에 들어왔다. 남북 민간 교류에 "언론인의 참여 및 동행취재도 허용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5월 5~7일, 중국 선양에서 남북해외대표자회의가 열렸다. 7년 만에 6.15남북공동행사가 가시화된 것이다.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간 '6.15공동선언 15돌 기념 민족공동행사'가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8.15 광복70주년 행사는 평양에서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술술 잘 풀리는가 싶었다. 이 분위기가 반전되는 데는 며칠 걸리지도 않았다.

먼저 북한은 5월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의외로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12일 오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1년 만에 개최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여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보완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기존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다.

▲ 존 케리 미 국방장관을 접견하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그런데 다음날인 5월 13일 오전, 국정원이 한 건 해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들 앞에서 북한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 4월 30일 숙청됐다는 내용의 (사실상) 대국민 발표를 했다. 숙청은 고사포에 의한 '총살'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첩보' 수준까지 시시콜콜 언론에 공개했다.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이미 북한은 상종 못할 집단이었다.

이틀 뒤인 5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스승의날 행사'에 참여했는데, 희한하게도 "북한의 공포정치에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는 말을 축사에 포함시켜 놓았다. 북한의 실상을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는 스승이 돼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아무리봐도 행사와 발언 내용이 어울리지 않았다. 급하게 끼어들어간 메시지의 냄새가 난다.

잘 나가던 남북간 민간 교류도 파열음이 났다. 우리 정부는 '8.15 행사'를 서울에서 해야 한다고 북한 측에 제안, '딴지'를 걸었다고 한다. 6.15공동선언 주역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씨의 방북도 갑자기 불투명해졌다.

연속타가 나왔다. 5월 19일 박 대통령은 <조선일보> 주최 행사에서 "북한의 공포정치로 국제 사회가 경악"했다고 재차 비판했다.

그런데 마침,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국에 있었다. 케리 장관은 5월 18일 방안했고, 그날 저녁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된)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했다.

내친 김에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5월 19일 "한미 양국이 사드 문제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던졌다.

정리해보자.

뭐, 의미 없는 '해빙 분위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남북문제는 하도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그런데 4월 24일 이후 조성된 해빙 무드가 5월 9일 북한의 '도발'로 식었고, 5월 13일 국정원의 '첩보' 공개로 다시 얼어붙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지도부의 '공포 정치'를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다시, 사드다.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 관계자가 최근 비밀리에 방한해 사드 구매를 제안했다는 말도 들린다.(우리 정부는 부인했다.)

"지금 남북관계가 좋아져서는 안돼!"라고 외치는, 어떤 강력한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및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어떻게 결론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안되는,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까.

광복 70주년 풍경이란 게 이렇다. 과연 남북 화해를 저지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존재는 '픽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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