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다. 뭔가 짜여진 느낌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기자들에게 사의 표명을 알린 게 21일 0시 52분이다. 마침 전날 오후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총리 대행 체제가 갖춰졌다. 애초에 "최경환 부총리가 돌아올 때까진 총리직을 수행 하세요"라는 박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 총리의 마지막 충정이랄까.
"귀국 후 이 총리 거취 결정"은 '페이크'였을 수 있다. 조간 신문이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싣지 못하도록 12시 마감 시간이 넘어 문자를 뿌린 것도, 이 총리 사의 표명이라는 거대한 '떡밥'을 연착륙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충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기자들에게 사의 표명을 알린 게 21일 0시 52분이다. 마침 전날 오후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총리 대행 체제가 갖춰졌다. 애초에 "최경환 부총리가 돌아올 때까진 총리직을 수행 하세요"라는 박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 총리의 마지막 충정이랄까.
"귀국 후 이 총리 거취 결정"은 '페이크'였을 수 있다. 조간 신문이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싣지 못하도록 12시 마감 시간이 넘어 문자를 뿌린 것도, 이 총리 사의 표명이라는 거대한 '떡밥'을 연착륙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충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가설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정치적 상상력을 정말 풍부하게 해주는 또 다른 '떡밥'이었다. 감사할 정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시기에 4대강이 있는 대구를 방문한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놀랄만큼 뻔뻔한 답변을 내놓았다. 전직 대통령이 언론에 "나 대구 간다"고 예고해 사진 기자들을 불러들여놓고 한다는 말이다. 전직 대통령실장에, 홍보수석까지 대동해놓고 한다는 말이다. 비까지 추적추적 오는 날에 굳이 낙동강 보를 방문해 놓고서 말이다.
게다가 한마디 내놓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놓고서 "빨리 모든 것이 정리가 되어서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들이 평안했으면 한다"고 했다. "정리"하란다. 그것도 "빨리" 하란다. 이게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면 할 말이 없다. 마침 21일 한 친이계 의원이 기자들을 만나 한마디 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방향을 제시하는 듯 보이지 않나. 이것은 우리 스스로 죽는 길"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샴쌍둥이와 같다. 샴쌍둥이를 치려 했던 사람에 대한 정리는 어떤 식으로든 필요했다.
이완구 총리 사퇴는 그런 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바지 사장'이었다 하더라도, 어찌됐든 '이명박 정부 사정'의 신호탄은 이 총리의 입에서 시작됐다. 그런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명박 정부 사정은 일단락됐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이를테면, 어제 이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벌인 만찬 자리에는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이 참석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향해 한마디를 안했을까? 이 전 대통령의 만찬 발언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정무특보 직함을 떼야 마땅할 것이다.
이를테면, 어제 이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벌인 만찬 자리에는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이 참석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향해 한마디를 안했을까? 이 전 대통령의 만찬 발언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정무특보 직함을 떼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빼든 칼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갈 곳 잃은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새로운 지침이 나왔다. 전날 황교안 장관의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쌍둥이처럼 잘 들어맞는다.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 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완종 리스트' 8인방에 대한 수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놓은 발언)
"검찰은 정치 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 내 주기 바란다"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전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특히 박 대통령의 발언은 뭔가 하나가 빠져 있다. 지난 15일 발언을 보자.
"한편으로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부정부패 문제를 뿌리뽑고 그것은 계속해서 중단없이 진행을 철저하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 정치 개혁을 이루는 두 가지, 이것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자 미래로 가는 길이고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이고 참극이라든가 이런 불행을 막는 길이기도 하고, 이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5일, 세월호 현안 점검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
"두 가지"를 제대로 해내겠다고 했다가, 하나를 슬그머니 거둔 것이 아니겠나. 검찰은 참으로 명료한 수사 지침을 받아들였다. 이 총리의 사퇴는 그 신호탄이다.
사족으로 하나 더 붙이겠다. 역시 가설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행보다. 그가 19일 일본을 방문했다가 20일 귀국한 것은 다른 의미가 아니다. 검찰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에 나온 행보다. 검찰 수사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대담한 행보다. 그가 치사하게 일본으로 도피하려 했다거나 하는 해석은 그를 잘 모르고 하는 말들이다.
정리해보자. 검찰 수사는 방향은 21일 자정을 기점으로 전환됐다. 이명박 정부 사정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권 사정으로 간다. 이미 뺀 칼은 집어 넣을 수도 없다. 무라도 잘라야 하는 것 아니겠나. 아, 이건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정치 픽션'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돌아가며 쓰는 일종의 가상 정치 칼럼입니다. 이 '카더라' 칼럼이 진실의 한 구석이라도 보여줄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정치 평론가 표동협은 가공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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