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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기소는 '사법 재난'이다"

[기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소 소식을 듣고

이 글은 저의 오랜 동료이자 벗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공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재판부에 정의로운 판결과 선처를 청원하면서 쓴 글입니다. 이 내용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내용을 일부 수정해 <프레시안>에 기고합니다. (필자)
아름답고 생명이 약동하는 봄의 계절에 시민 여러분께 경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조희연 교육감과 1990년 이래 성공회대학교에서 때로는 총장으로서 때로는 동료교수로서 20여년 이상을 함께 지내오다가, 작년 지방선거에서 조희연 교육감과 함께 당선되어 경기도교육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재정입니다. 제가 오늘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선거법 위반 재판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4월 조희연 당시 성공회대 교수는 제게 수차례 찾아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서달라는 간절한 요청을 해왔습니다. 당시 이 요청은 조희연 교수의 개인적인 청이기도 했지만, 또한 그가 속해 있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약칭 민교협) 등 교수단체들이 좋은 후보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부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마지막까지 그 청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동안 조희연 교수는 학계에 명성 있고 존경받는 7~8명의 대학 총장 출신이나 교수 여러분들을 직접 찾아 가서 서울교육감 후보로 나서 줄 것을 간청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조희연 교수가 교육감 선거에 나서게 된 것은 권력이나 명예욕이 아니라 그의 시대적인 책임감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성공회대학교 교수 시절 조희연 교육감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가치를 위하여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였습니다. 대결보다는 화합을, 비판보다는 대안을, 현재 보다는 미래의 변화를 모색하였습니다. 그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었습니다. 누구를 놓고 비판하거나 비방하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는 상대방을 서로 입장이 다르다 하더라도 존중하고 그 입장을 역지사지하여 이해하는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성공회대학교를 "더불어 숲"의 정신으로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길을 모색하는데 앞장섰습니다. 그것은 그의 교육적인 가치가 "한 사람을 위대한 사람으로 기르기보다 열사람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으로 교육하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민주주의와 진실을 위한 노력이 그의 활동의 중심이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까지 폭을 넓혀서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활동에도 앞장서서 활약하였습니다. 그는 학문을 연구실과 강의실에 가두지 않고 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몸으로 실천하였습니다. 조희연 교수는 학자로서 만이 아니라 학교 경영자로서도 오직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활동하였습니다. 물론 저의 이 글을 입바른 과찬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사제로서 저의 진심을 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 프레시안(손문상)

이번 소송 사안 자체는 간단합니다.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선 조희연 후보는 SNS를 통해 취득한 "고승덕 후보와 두 자녀가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한 것도 아니고 의혹을 부풀리려는 뜻과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조희연 후보의 입장은 오히려 상대 후보가 조기에 이를 해명하여 혼란이 없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기자회견을 통하여 제의한 것뿐이었습니다. 이를 놓고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http://www.noanti.org/)이라는 단체가 조희연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고발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단체는 조희연 후보를 39번째로 고발했는데, 37번째는 32일간 단식한 세월호 유가족인 김영오 씨였으며, 38번째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광화문 광장을 농성장으로 내준 박원순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소 자체를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것은 당시 언론을 통하여 고승덕 후보에 제기된 의혹 4가지 중의 하나였습니다. 사안을 살펴 볼 때 조희연 후보가 해명하라고 한 것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비방하기 위하여 은밀하게 한 것도 아니고, 제기된 의혹을 놓고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승덕 후보가 직접 해명을 하여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이 발언의 배경은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 후보에게 의혹의 진실을 밝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답변의 기회를 공개적으로 제공한 것입니다. 이것은 선거 과정에서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조희연 후보의 정확한 요구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사람들에게 돌아다니는 의혹을 풀어줌으로써 오히려 상대 후보를 공정하게 도와주려는 뜻이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상대 후보가 정확하게 해명하면 그 뿐이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나도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를 분명하게 해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어느 후보에게나 주어진 당연한 권리이며 모든 유권자들의 알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작년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것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후보자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주의경고로 종결 처분하였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선관위가 단순한 '행정'기관처럼 생각하지만, 서울선관위원장은 곧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겸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수사한 경찰도 무혐의로 품신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진행된 사건을 검찰이 공소시효 하루 전날에 일방적으로 기소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 기소 자체가 정당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만일 이것이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인 의도에서 이루어졌다면 이것은 대단히 불행한 사법 재난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이해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드물게 국가적-사회적 의제들에 대하여 비판적 식견을 깊게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교육영역에서 우리 사회가 선진국을 향한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고 할 때, 누구나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는 온화하고 균형 잡힌 천성을 가지고 생활하면서도 진실을 지키고 증언하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교육은 지금 '조용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 공정택 교육감 당시의 불행한 상황을 벗어나, 곽노현 교육감에게 걸었던 혁신교육의 꿈이 깨지고, 이어 문용린 교육감 시절 지나친 보수적인 교육으로 서울교육이 퇴보한 바 있었습니다. 이제 조희연 교육감을 통하여 지난 10개월간 서울교육을 안정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조희연 교육감의 '부드러운 지도력'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물론 수도권교육감협의회가 협력과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 프레시안(최형락)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기간의 의혹공방 문제를 이미 서울선관위가 주의경고로 종결하여 경찰도 무혐의 품신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충분한 절차도 밟지 않은 채 공소시효의 시간에 묶여 서둘러 기소하여, 이제 조희연 교육감이 4월 20일부터 3일간 국민참여 재판을 받는다고 하니, 교육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서울교육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한 시대를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전혀 부정이나 불의를 행한 일이 없이 누구보다 깨끗하고 양심적으로 살아온 조희연 교육감의 행적을 20여년 이상 지켜본 저로서는, 이 재판이 조희연 교육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관점에서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이 상대후보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한 것도 아니고 의혹을 부풀린 바도 없으며 다만 선거과정인 만큼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하여 그 의혹을 해명해달라고 한 것인데, 이를 유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누구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를 유죄로 판단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이 땅에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면, 서울시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조희연 교육감이 차질 없이 서울교육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조 교육감에 대한 1심 공판은 20일부터 4일간 서울중앙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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