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끌어 온 KTX 승무원이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코레일의 노동자"로 인정 받았지만, 대법원이 이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2006년 시작된 이들의 싸움이 남긴 것은 엉뚱하게도 1인당 1억 원 가까운 '빚'이었다.
2008년 12월 법원이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이면서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매달 180만 원씩 지급하라"고 했는데, (☞법원 "KTX 승무원 사용자는 코레일…월 180만원 줘라") 2012년 12월 사 측이 역시 소송을 거쳐 임금 지급을 중단할 때까지 받았던 돈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4년 간 이들이 받은 임금은 90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소송비용 등을 합쳐 1인 당 약 1억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은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1억 원이라는 돈을 반환할 능력이 되는 승무원이 정말 한 명도 없다"며 "그것 때문에 재산압류라도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승하 지부장은 "개인이 갚을 능력이 없으면 이런 것들이 다 가족에게 돌아갈 텐데 결혼한 친구들은 '남편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이혼을 해야 하나', '나는 애라도 없지, 쟤는 애가 둘인데 어떻게 하나' 서로 이런 걱정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나온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코레일(옛 철도공사) 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항소했고, 2011년 나온 2심 판결에서도 승무원들이 이겼다. 그러나 또 코레일은 항소했다. 결국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어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김승하 지부장은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오랜 시간 싸워오면서 항상 KTX 승무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법원에서 이렇게까지 뒤집힐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승하 지부장은 "너무 어이없고 절망스러워 눈물도 안 나더라"며 "조합원들 모두 좌절감이 너무 큰 상태"라고 전했다.
김승하 지부장은 "한 조합원은 법원에 오지 못하고 전화로 패소 소식을 듣다가 그대로 울었다"며 "아무 것도 모르는 옆에 있는 3살짜리 아들은 '엄마, 왜 울어' 그러면서 같이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김승하 지부장은 "최선을 다해서 결과를 뒤집을만한 증거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철도노조의 조합원으로 우선 코레일 측과 교섭을 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승하 지부장은 "코레일이 마지막 교섭에서 약속했던 1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것도 상기시키고, 희망을 잃지 않고 KTX 승무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