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000일을 넘겨 이제야 법원으로부터 "코레일이 사용자"라는 판결을 받아 낸 KTX 승무원들은 웃고 있었지만 얼굴 한 구석에 그늘이 졌다.
3일 서울 용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에서 만난 오미선 KTX승무지부장은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KTX승무원들이 "코레일은 소송 결과를 즉시 수용하라"고 촉구한 기자 회견 자리에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꼭 이맘 때였다. 작년 12월 당시 이철 사장은 (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는) 합의서까지 다 써 놓고 갑자기 뒤집어버렸다. 또 코레일이 (소송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법을 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법원 판단 듣고 나니 새삼 노동부가 떠올라"
KTX 승무원들은 전날 나온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관련해 "장기 투쟁에 지친 우리 승무원들에게 커다란 함이 되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부분적으로 불법 파견 요소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적법 도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렸던 노동부가 새삼 떠오르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법원 "KTX승무원 사용자는 코레일…월 180만원 줘라")
법정 대리인인 법무법인 노동과 삶의 최성호 변호사도 "이번 판결로 2번이나 (적법 도급이라고 한) 노동부의 판단이 정치적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대화로 풀어보기 위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내는 것을 미루고 미뤄왔던 지난 3년의 시간이 억울"했다.
처음 380명의 승무원이 2006년 3월 파업에 들어간 이후 그해 5월 파업 대열을 지켜 온 280명의 승무원이 전원 해고됐다. 그리고 1000일이 흘러 지금은 34명이 남았다. 뒤늦게 낸 소송에서 법원이 승무원들의 오랜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코레일은 먼저 사과하고 KTX 승무원을 열차로 돌려놔야"
코레일은 "법원의 판단은 따르겠지만 고용 여부는 본안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심에서 비슷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코레일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다면,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TX승무원들이 이날 "그동안 일관되게 코레일이 '법적 판단 결과에 따르자'고 주장했던 만큼 이제 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즉시 결과에 따라 KTX 승무원을 모두 열차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 까닭이다. 이들은 "코레일은 해고와 오랜 투쟁으로 고통 받아온 승무원들은 위로하고 사과하는 일부터 해야 하며 위탁된 KTX 승무업무를 하루 빨리 환원해 직접 맡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호 변호사도 "본안 소송이 남았지만 이미 가처분 과정에서 모든 자료가 다 제출된 만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간 끌기로 당사자들에게 더 고통을 주는 것은 공기업의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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