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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노 대통령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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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노 대통령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기자의 눈]청와대가 답하지 않는 몇 가지 질문

공무원 대면접촉 제한, 브리핑룸-기사송고실 통폐합을 골자로 한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 발표된 지 1주일 만인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었다.
  
  지난 22일 국무회의 이후 규모와 성향이 다른 모든 언론매체들이 이 방안을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 국정브리핑, 청와대브리핑, K-TV 등 현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유사홍보기관들이 일제히 맞대응 해봤지만 '역부족'이라고 느꼈는지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날 노 대통령은 "언론이 진실을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원리원칙대로 할 용의가 있다"고 특유의 직설적 언사를 사용했다.
  
  '계속 시끄러우면 남아 있는 기자실도 없애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같은 발언으로 인해 '강 대 강' 충돌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하지만 예견되는 충돌과는 별개로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의문 1, 반발이 거세면 강경대응한다?
  
  일단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즉각 다양한 반발과 해석을 낳았다.
  
  특히 '원리원칙'을 언급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애초부터 그렇게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협박성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여러분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던 것인데 그것마저도 '언론탄압' 내지 '국민의 알 권리 제한' 식으로 접근하면 아예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고 답했다.
  
  천 대변인은 '원리원칙'에 대해 "선진국의 많은 나라와 같이 브리핑룸 외에 (기사송고실은) 제공하지 않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남아 있는 기사송고실의 글로벌스탠더드와 어긋나는 정부의 시혜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천 대변인은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피해나갔다.
  
  또한 천 대변인은 '언론이 지금 정책에 맞춰준다면 거기까지는 안 나갈 수도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며 "서로 협조해나가면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고 답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지금 제도라도 받아들일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송고실도 다 없애겠다'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제시한 셈이다. 반발이 거세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논리인가, 압력인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협박인가, 선전포고인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의문 2, 어디까지가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기자실 문제에 대해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선진국' '글로벌 스탠더드'를 누차 강조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선진국에는 국정홍보처 같은 중앙 홍보조정기구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는 지적에 대해 천 대변인은 "그건 별도로 토론할 문제"라며 "각 국가의 정치제도의 특성에 맞게 국정 홍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가진 부서나 인력이 얼마나 배치되어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답했다.
  
  기자실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국정홍보처 문제는 '한국적 특수성'에 따르겠다는 이중잣대인 셈이다.
  
  하지만 천 대변인은 "(국정홍보처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내놓고 토론을 하자고 하면 저희도 토론을 해볼 용의는 있다"며 "자료를 정리해 어떤 형식으로든 조만간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청와대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은 어떻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잣대가 마땅치 않아서 비교해 보지 않았다"고 답한 바 있다.
  
  도대체 '글로벌 스탠더드'의 적용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의문 3, '죽치고 앉아 담합하는 사례'를 왜 공개하지 않을까?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 때부터 계속 '기자실 문화가 부활하고 있다.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무단 출입 사례가 잦아 업무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막상 구체적 사례는 공개하지 않아 의문을 남기고 있다.
  
  지난 27일 TV 심야토론 프로에 출연한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이 사무실에 자꾸 들어와 공무원들이 낮에 일을 못하고 밤에 일하는 사례도 잦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는 주문엔 응하지 않았다.
  
  '부처 기자실의 폐해, 사무실 무단출입의 심각성을 나타낼 수 있는 사례나 그 빈도 등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면 논란이 깔끔해질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천 대변인은 "사례나 빈도에 적합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청와대브리핑'이 그런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청와대브리핑이나 국정브리핑에서 쏟아지고 있는 글들은 '과거 기자실 문화'에 대한 비판에 무게가 실려 있을 뿐 오늘의 현실을 짚어내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기자실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지적은 보건복지부 기자단을 향해 노 대통령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담합하고…"라는 했던 발언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전후 사실관계 파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터져나왔고 유시민 당시 장관뿐 아니라 노 대통령도 복지부 출입기자들을 향해 사과한 바 있다.
  
  자신들이 지적한 '본질적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이같은 상황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날 청와대브리핑은 '사무실 무단출입'에 관한 과거의 네 가지 사례를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현 개방형브리핑 시스템 하에서의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사례수집이 있기나 했던 건지 의문이다. 그런 실증적 토대를 갖추지 못한 채 설익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면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의문 4, '결론 낸 다음 토론'은 가능한가?
  
  이날 노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단언했지만 이같은 토론이 성사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일단 천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토론하시겠다는 주제는 정부와 언론의 관계 전반과 취재지원시스템을 둘러싼 모든 것"이라며 "현직 언론인, 언론사, 그리고 언론관련 단체들과 토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토론'을 강조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한미FTA 문제,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누구와도 토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여러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다.
  
  특히 한미FTA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반대하는 정치인들, 반대 단체들과 무릎을 맞대고 토론할 수 있다"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FTA반대 범국본의 경우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수 차례 토론을 제안했고 지난 주 초에는 청와대에 공문을 접수하기까지 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천 대변인은 "토론 용의는 살아 있다"며 "반대 진영의 문제제기가 좀 좁혀지고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지켜지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이든, 한미FTA든, 이번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든 노 대통령은 항상 일방 통행을 한 다음에 반대 세력을 향해 "토론해보자"라고 말하곤 한다.
  
  결국 노 대통령이 상정하는 토론은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나가기 위한 사전 의견수렴이 아니라 사후약방문'이란 말이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런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토론이 성사될 수 있다고 정말 믿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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