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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 노조 판결…"법원은 행정부 시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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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 노조 판결…"법원은 행정부 시녀인가"

재판부 "노조법 2조 4항 어기면 '바로' 법외 노조…통보는 집행 명령일 뿐"

9명의 해직 교사가 가입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 노조' 통보를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전교조는 "사법부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임을 고백했다"며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19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해직 교원도 조합 가입을 가능토록 하는 전교조의 규약이 노조법 및 교원노조법을 위배한다며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따라 '법외 노조'를 통보했다.

재판부는 그간 노동부와 전교조가 형성한 주요 쟁점에서 전부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해직 교사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판결했음은 물론, 모법에 근거하지 않은 시행령에 따른 행정관청의 법외 노조 통보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단 9명의 해직 교사 때문에 15년간 법내 지위를 유지하며 운영됐던 전교조를 '법외 노조'화하는 것은 '비례 원칙' 위반이라는 전교조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9년 전교조의 노조 설립 신고에 대해서도 노조 측 주장과는 달리 '허위 규약 신고'라고 해 반발이 일고 있다.

"해직 교원 가입은 노조 자주성 훼손" vs. "9명 해직 교사야말로 자주성 보장"

재판부는 이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조법 제2조 4호 라목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다"면서 "이 규정에 따라 제한되는 노동조합의 단결권보다 이 조항으로 확보되는 노조의 자주성에 따른 공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원은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더욱 특별한 규율을 할 수 있고 노조의 자주성 및 독립성이 훼손되면 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이 받게 돼 국민 전체가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 2조(해직 교원의 노조 가입 제한) 또한 헌법, 즉 노조의 단결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전교조에 가입된 9명의 해직 교사가 전교조의 자주성을 해치고 있어 공익을 해한다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애초 전교조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조항은 사용자의 일방적 노조 개입을 막기 위한 조항"이라며 "해고자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실질적으로 훼손될 때만 노조 아님 통보가 가능하다"는 '실질설'을 내세워 왔다.

이와 관련,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9명이 어떻게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고 있는지에 대해선 재판부가 설명하지 않았다"며 "참교육 운동을 하다 해직된 9명이야말로 전교조의 자주성을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 ⓒ연합뉴스

재판부 "노조법 2조 4항 어기면 '바로' 법외 노조"

이날 재판부는 교원노조법 및 노조법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관청의 통보 처분도 '정당'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 설립신고서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 아님을 통보해야 한다"는 시행령만을 근거로 법외 노조를 통보했으며, 이에 대해 전교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는 모법에 근거가 필요한 행정처분"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노조법 2조 4항에 따라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이 허용된 경우 노조가 아니라고 보는 효과가 곧바로 발생한다"며 "시행령 9조 2항은 노조법에 따라 발생한 효과를 명확하게 하고 노조에 시정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집행 명령의 일종"이라고 판시했다.

노동계는 이 시행령 적용이 전교조를 시작으로 다른 노조를 상대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행정관청이 노조를 임의로 해산하는 법률 조항이 있었지만,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이던 1988년,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문제의 시행령을 만듦으로써 행정관청이 노조 해산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놨다.

전교조 측 법률대리인 신인수 변호사는 "과거 정부가 밀실에서 만든 시행령을 오늘 재판부가 언급했다"며 "이 판결대로면 행정관청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노조를 상대로 얼마든지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UN 가입국 중 오직 대한민국에만 있는 법으로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는 1988년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주의 시계 1988년으로 후퇴"

재판부는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비례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도 판시했다. 애초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노조법 2조 4항 등에 대해선 판단을 미루더라도, 비례 원칙 위배를 간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노동계 및 일부 법조계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재판부가 내세운 근거는 △ 전교조가 1999년 허위 규약을 제출해 설립 신고를 했다는 점 △ 전교조가 노동부의 2010년 시정명령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한 점 △ 전교조가 규약을 시정해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 3일 이내 신고증을 교부받을 수 있다는 점 △ 해직 교사 9명은 부당해고된 교원이 아니라 형사상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거나 해임 처분에 대한 소송에서도 패소된 자들이란 점이다.

그러나 앞서 같은 재판부(반정우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때는 "1999년 설립 신고를 한 후 약 15년 동안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으로 활동했고, 전교조의 조합원은 약 6만여 명에 이르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여러 학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해 법적 안정성을 해하고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본 바 있다.

재판부의 허위 규약 신고 언급에 대해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전교조가 1999년 설립신고 당시 해직 교원의 조합원 인정 조항(부칙 5조)을 삭제하고 신고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전교조는 1999년 6월(설립신고 이전 시점) 있었던 24차 전국대의원대회 자료집에 부칙 5호를 제정하지 않은 사실을 내세워 허위 신고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노조법상 보호 즉시 해제…"상관없이 참교육 운동 이어간다"

이날 행정법원의 판결로 전교조에는 즉각적인 '법외 노조'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법적 지위를 잃었다고 해서 '불법 노조'가 되는 것은 아니나 노조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즉 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불가능해지며, 노조 전임자 지위를 잃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더불어 각 시도교육청 교육감이 전교조와 임금 단체협상을 체결해야 하는 의무도 사라진다.

물론 이는 전교조가 2심 재판을 진행하기 앞서 제기할 '처분 중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일시 중단된다. 최근 당선된 13개 지역 진보 교육감들이 자체 판단으로 전교조와의 임단협 체결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전교조는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참교육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미 CMS 방식의 조합비 납부 체제를 확보해 안정적 재정 운영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은 "법원이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상식과 합리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막지 못했다"며 "오늘 법원은 행정권력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조합은 얼마든지 탄압해도 없애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으며 교사들에게는 탐욕스런 사학 권력과 교육 기득권 세력에 맞서지 말고 침묵하라고 요구했다"고 평했다.

12일째 단식 농성 중인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노조법 2조 개정 요구와 단식 투쟁, 친일·뉴라이트 역사관의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해직 교원 전교조 가입을 가능케 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한명숙·심상정 의원 발의)이 계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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