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전교조와 정책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이념 교육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트린 전교조와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까? 아이들이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밝혔다.
박 대통령이 야당 당수 시절부터 드러내 왔던 '전교조 혐오' 철학에 비춰봤을 때,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찍어내기'는 정권 차원의 '반노조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89년, 전교조에 '철퇴' 내렸던 김기춘 돌아온 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전교조 혐오론자'들이 즐비하다. 특히 전교조나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 8월 청와대에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가 들어선 후 노동부와 교육부의 기류가 급변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실제 김 실장이 임명을 받은 후인 지난 9월 교육부는 전교조와 진행하던 단협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그 후에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정권 차원의 기획이 아니면 이렇게 밀어붙이지 못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연합뉴스 |
김기춘 실장은 전교조 탄생 때부터 전교조와 악연을 맺어왔다. 1989년 전교조가 설립됐을 당시 노태우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때 전교조에 '철퇴'를 내린 인사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 실장이다.
김 실장이 1989년 9월 검찰총장 재직 당시 국정감사에서 밝힌 현황에 따르면 그는 전교조 교사 해직에 반대시위를 하던 중·고등학생까지 구속했다. 김 실장은 당시 "8월 말 현재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 입건된 교사는 국공립 391명, 사립 10명 등 총 401명이며 구속된 중고생은 3명"이라고 밝혔다. 어린 학생들까지 구속시킬 정도로 김 실장은 '전교조 관련자 검거'에 열을 올렸다. 그해 말까지 구속된 학생은 총 5명으로 늘었다.
문교부 공무원이 전교조 위원장이 '좌경적 발언'을 한 것처럼 유인물을 만들어 반상회에 배포했다가 고소당한 사건과 관련해, 김 실장은 유인물이 허위라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해 구설에 올랐다. 이 때문에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2012년 12월 대선 직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정원식 전 총리는 문교부장관 재직 당시 '전교조 학살자', '교육 학살의 주역'으로 불렸다. 정 전 총리는 1500명의 교사를 대량 해고했다. 그는 "가슴 아프다"며 "장관직을 떠나기 전 해직교사 구제를 청와대에 진언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싶다>라는 책을 쓰고 전교조 명단을 불법 공개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배상판결을 받았던 조전혁 전 의원은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었다. 지금은 새누리당 등록금대책TF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의 최근 국정감사 발언은 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전교조 혐오'를 잘 보여준다. 이 의원은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7종 교과서 집필진 전체가 전교조 교사들로 채워져 있다"며 7종 교과서에 대한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전교조 교사 참여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투다.
박근혜 정부의 '이념 장사' 시즌2?
이번 '전교조 사태'를 통해 추정컨데, 박근혜 정부 하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외압' 시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노동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을 점진적으로 보장해 나가야 할 상황인데, 전교조에 대한 이번 조치는 단체교섭권을 박탈함으로써 시계를 14년 전으로 돌려놓은 셈이 됐다. 전교조 뿐 아니다. 최근에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설립 신고를 고용노동부가 반려하기도 했다. 노동부 요구사항을 이행키로 약속했던 전공노는 어리둥절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전교조 사태를 NLL 논란이나 '종북' 논란처럼 정부 차원의 '이념 논란' 이슈로 보는 시각도 있다. 보수층 입장에서 노조는 불편하다. 결국 노조에 대한 공세는 보수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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