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는 대한민국 역사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단체이며 반미와 친북을 주입시키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서슴지 않고, 걸핏하면 연가투쟁에 교원평가제도 반대하는 집단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교육을 맡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2월 15일, 서울 신촌 일대에서 '사학법 개정 무효'를 촉구하는 시민 선전전을 하던 중 내뱉은 말이다. 전교조를 '한 마리 해충'에 비유한 이 발언은 전교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논란을 불렀다.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개정됐던 사학법은 개방 이사 도입과 족벌 사학 비리 근절 등의 내용을 담았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표가 '저격'한 것은 전교조였다. 사학법을 개정하면 전교조가 사립 학교를 장악해 아이들을 빨갱이로 만들 거란 논리였다. 전교조는 2005년 12월 20일, 박 당시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2005년 12월 15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발해 장외 투쟁을 주도했다. 장외 투쟁이 사흘째를 맞은 이날 박 대표는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이번 날치기법(사학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무현 정권'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이를 수단으로 사학을 하나씩 접수할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연합뉴스 |
전교조는 '한 마리의 해충'이자 '불순한 세력'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전교조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지난 23일 해직 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란 통보가, 고용노동부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닐 거란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보단 전교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원초적 거부감'이 작동, 정권 차원의 '전교조 죽이기'에 시동이 걸렸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전교조를 '눈엣가시'로 보고 있단 사실은 지난 대선 중에도 드러난 바 있다.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3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전교조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계셨죠? (…) 문 후보는 교육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이념 교육 (등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트린 전교조와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까", "아이들이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25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노동부가 긴 시간 '검토 사안'으로 놔두었던 것(해직자 조합 가입 가능 규정에 대한 시정 명령)을 지금에 와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단순한 실무 부처의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본다"며 "전교조를 '눈엣가시'로 여겨 온 박근혜 정부와 보수 세력이 만든 공안 탄압"이라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보기 : 보수 '눈엣가시' 전교조…박근혜 정부에서 운명은?)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정부 명령 거부", 26일부터 단식 돌입
사실상 예고됐던 전쟁이 시작된 터라, 전교조는 정부와 갈등이 긴 시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당장 26일부터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
김 위원장은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초대석에서 "법외노조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다양한 공교육 정상화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할 순 없다"며 "고용노동부의 규약 시정명령을 거부할 것이고 그 결과가 법외노조라면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성 시작에 앞서 전교조는 2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재작년 10월,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할 것과 행정 관청에 의한 법외 노조 통보를 규정하고 있는 시행령 제9조 2항을 규정할 것을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최근 노동부는 인권위로부터 권고받은 이 두 조항을 그대로 활용해 전교조에 규약 시정을 명령했다.
다음 달 18~19일에는 연가 투쟁도 예정돼 있다. 연가 투쟁이 학생들을 볼모로 한 정치 시위라는 일부 언론들의 공격에 대해 하 대변인은 "한 학교에서 많아야 한두 명의 선생님이 하루 휴가를 쓰고 벌이는 준법 투쟁"이라며 "출장과 다를 것이 없다. 휴가 전후로 아이들은 필요한 수업을 그대로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두 번 휴가를 쓴다고 교육 과정에 파행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며 "법이 보장한 휴가 사용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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