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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분 최고조…지금은 '분열'의 前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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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분 최고조…지금은 '분열'의 前夜

'강재섭 중재안' 사실상 '백지화'…전면전 불가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정계은퇴'까지 시사하며 경선 룰과 관련한 중재안 수용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한나라당의 내분사태가 중대 국면에 처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끝내 이 중재안의 수용을 거부할 경우 15일로 예정된 상임전국위 등 정상적 절차를 통한 중재안의 처리는 사실상 무산되고 박근혜-이명박 진영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진의가 뭐든 타협은 없다"

물론 실현 가능성을 따지긴 힘들지만, 4.25 재보선 패배 이후 '강재섭 체제의 유지'를 하나의 원칙으로 견지해 온 박 전 대표가 '당을 위한 대승적 결단'의 모양새를 취하며 중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러나 강 대표의 배수진을 친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 측은 11일 오후 현재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 혼란을 수습해야 할 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캠프의 이정현 특보는 "우리는 어떤 압박이 있더라도 불합리한 중재안을 받아들이거나 타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면서 중재안에 대한 거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유정복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단순한 '공갈협박'인지, 정말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한 말씀인지 모르겠다. 일단 진의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편으론 "그런 것이 아니라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최경환 의원은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무책임하다"면서 "위헌적 요소가 있는 중재안을 어떻게 받으라는 것이냐. 문제제기가 나왔으면 그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지 무조건 받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 1위의 대선주자와 당 대표가 함께 불합리한 안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강재섭 대표가 지금 시점에서 왜 박 전 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그 상대방이 박 전 대표라는 것을 강 대표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 측이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면서 "중재안을 받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강 대표는 두 후보가 합의를 해 줬으면 하는 생각도 했겠지만 그만큼 중재안에 대한 강한 관철 의지를 내보인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재섭 배수진, 왜?

이에 따라 주말과 휴일을 거치며 박 전 대표 측의 획기적인 입장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강재섭 중재안'은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가 전제로 내 건 "상임전국위에서 중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거나 대선주자 간 별다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의 전국위 상정을 용인하거나 이명박-박근혜 진영 사이의 새로운 타협안이 도출되는 극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내주부터 '중재안 백지화→강재섭 사퇴→내분 증폭→박근혜·이명박 분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당 내에선 강 대표의 대표직-의원직 사퇴 카드를 일종의 '압박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중재안이 무산될 경우 강 대표가 최소한 대표직을 유지할 근거는 없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각종 비난이 예상됨에도 '정계은퇴'라는 배수진을 친 것은 대표로서의 '최후의 통첩' 성격이 강해 이를 없던 일로 돌이킬 수도 없는 처지다.

일각에선 중재안 발표를 전후해 박근혜 캠프가 강 대표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을 토로했고 대다수 언론도 그의 파격적인 입장 선회에 의구심을 던진 것을 보고 감정이 무척 상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강 대표는 "내가 옆집 똥개도 아니고…"라며 격한 감정을 노출하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강재섭이 이명박 쪽으로 줄을 섰다'는 식의 보도를 접하고 강 대표가 충격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는 공정 경선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만한 경선 진행이 어려워진 데에 따른 자포자기적 심정이 가미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결국 분열인가?

더욱 큰 문제는 강 대표가 중재안 무산 뒤 실제로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한나라당은 상상키 힘든 혼란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대표의 사퇴는 곧 현 지도부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비상대책위 구성을 통해 임시지도부를 뽑거나 정식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두 대선주자 진영으로 양분된 한나라당의 현실에서 중립적이면서 권위와 구심력을 가진 지도부를 선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자기 쪽에 유리한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 양쪽의 극단적 갈등이 예상되고, 경우에 따라선 지도부를 선출 못한 상태에서 경선 룰도 공전하는 최악의 가능성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사태를 거치며 '분열은 곧 공멸'이라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 상존하고 있어 갈등의 귀결이 분당이나 각자 출마로까지 치달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사활을 건 권력 쟁투에서 제어력을 상실한 양측이 극단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현재로선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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