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특히 "이런 식으로 하면 한나라당이 원칙이 없는 당이고,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고 말했다. 중재안이 확정될 경우 경선 불참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가 강재섭 중재안에 대한 거부 입장과 함께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함에 따라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박근혜-이명박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성큼 다가선 셈이다.
전국위원회가 최대 분수령
박 전 대표의 이같은 고강도 압박은 오는 15일 열리는 상임전국위원회 의결과 21일 전국위원회 표결을 저지하겠다는 배수진으로 풀이된다. 당헌개정사항인 경선 룰을 변경하기 위해선 전국위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분의 최대 분수령은 전국위의 결과가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친박 성향인 김학원 전국위 의장이 이날 "후보자들이 합의해 오거나 전국위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을 하지 않고서는 상임전국위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 난항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합의가 안 되는 상태에서 당 대표의 우격다짐은 당을 쪼개는 일이며 대표가 지도력과 중재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재섭 대표를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물론 전국위 의장이 아니더라도 강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소집할 권한은 있다. 강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폭풍우가 몰아쳐도, 풍랑이 일어도 선장은 배를 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무조건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전국위 소집 강행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국위 의장이 반대하는 가운데 순탄치 않게 소집된 전국위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시장 간의 극단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선 '각목사태'까지 거론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선 표 대결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분당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표 대결에서 강재섭 중재안이 부결될 경우 강재섭 대표는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자신이 주도해 밀어붙인 안이 무너진 데에 따른 불가피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강재섭 지도부가 물러나면 비대위를 소집해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경선 룰을 새로 만들어가야 할 지도부 구성을 놓고 박근혜-이명박 측의 갈등이 증폭돼 재연될 것이 뻔하다.
반면 전국위에서 강재섭 중재안이 가결될 경우 분열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유승민 의원은 "가결된다면 한나라당의 당헌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것이 되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생각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게다가 관심이 집중된 전국위에서 박 전 대표가 판정패하면 이는 고스란히 대선후보 경선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중재안도 통과되고, 경선도 해보기 전에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을 좌시할 수가 없게 된다. 최악의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는 얘기다.
강재섭 중재안, 누구한테 유리한가? 일단 중재안은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하한선을 보장하는 등 이명박 전 시장 쪽에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경선준비위원회 논의를 통해 합의된 것은 8월에 20만 명의 규모로 경선을 치르자는 것. 그리고 대의원과 당원, 일반국민과 여론조사를 각각 2:3:3:2로 반영해 민심과 당심의 반영비율을 5:5로 맞추자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조사 반영방식이다. 대의원과 당원, 일반국민은 실제 투표소에 나가 투표를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에는 투표가 없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여론조사 인원은 대의원, 당원, 일반국민의 유효 투표수를 모두 합친 것의 20% 규모로 실시해 왔다. 박 전 대표 측이 20%라는 '비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바로 이 현행방식을 고수하자는 것이다. 강 대표의 중재안은 이 지점을 수정했다. 여론조사 인원을 계산할 때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국민의 투표율을 3분의 2, 약 67%까지 보장한다는 것. 결국 일반국민 투표율이 30%가 나오든, 50%가 나오든 67%로 끌어올려 여론조사 실시 인원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숫자를 기준으로 무조건 여론조사를 4만 명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을 펴 온 이 전 시장 측이 "미흡하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중재안 수용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민심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전 시장으로서는 현행 방식에 비해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