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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 걸리면 가족 재앙"…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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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큰 병 걸리면 가족 재앙"…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묻다

[기고] 중증질환자 치료부터 재취업까지 지원할 후보 없나요?

환자단체연합회가 오는 4일 지방선거를 맞이해 새누리당 정몽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통합진보당 정태흥, 새정치당 홍정식 서울시장 후보에게 '환자 정책 제안서'를 보냈다. 이에 각 후보에게 제안한 정책 내용과 답변을 소개한다. 답변은 박원순 후보에게서만 왔다. 편집자.

"아버지가 94세로 연세도 많고 자주 입원을 하셔서 마냥 간병만 하기에는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의료원으로 오고부터는 정말 안심이 되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직장을 다닐 수도 있고 아이들도 챙길 수 있어서 심적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었지요."

중랑구에 사는 구미숙(50) 씨는 "환자 보호자보다 전문가인 간호사들이 2시간마다 가래를 확인하고 욕창을 관리해주니 더욱 편안하게 믿고 맡길 수 있다"며 환자안심병원을 칭찬했다. 서울의료원 환자안심병원 실무책임자인 이인덕 간호부장도 "보호자들도 간병비라는 경제적 문제와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환자안심병원은 서울시의 성공적인 공약 모델이다. ⓒ서울의료원 홈페이지

환자안심병원은 2013년 1월 17일 90병상을 시작으로 시범사업을 했다. 같은 해 3월 4일 90병상을 추가하여 총 180병상 규모로 정식 오픈했으며, 현재 서울시민들에게 선진국 수준의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유치하여 국내 최대 규모는 물론 의료기관 최초로 일반 병상 100%인 380병상을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행한 환자안심병원은 시사하는 바가 큰 의료 정책이다. 의지만 있다만 꼭 중앙정부가 아니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의료 복지 정책을 펼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수도이면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기에 환자 정책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 단위의 보편적 '보호자 없는 병원'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중증질환자 원스톱 투병 지원센터, '환자행복마을' 설립 시급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환자 복지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환자단체연합회는 6. 4 지방선거를 맞이해 지방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는 환자 복지 정책을 각 서울시장 후보에게 제안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통합진보당 정태흥, 새정치당 홍정식 서울시장 후보에게 제안한 환자 복지 정책은 다음과 같다.

먼저 '중증질환자 원스톱(one-stop) 투병 지원센터'를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중증질환자 원스톱(one-stop) 투병 지원센터'란 치료부터 재활, 재취업까지 중증환자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을 말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울시가 장애인, 여성, 청소년, 노인 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증질환자들을 위한 특화된 시설 등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여성·학교 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와 유사한 중증질환자 원스톱 투병 지원센터 개념의 가칭 '환자행복마을'을 설립·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증질환자들에게는 더 정확한 투병 정보, 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한 사회 복지 정보, 치료 종료 후 사회 복귀 프로그램, 장기간의 투병에 인한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서적 지지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증환자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온라인을 통해 알음알음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치료 정보나 재활 지원 등이 없어서 막막함을 호소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많다. 스티븐존슨증후군 환자인 민지 엄마는 "2008년도 민지가 스티븐존슨증후군을 진단받았을 때, 인터넷에도 정보가 거의 없었고 진단이 확정되기 전까지 담당 의사도 정확히 알지 못해 보호자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며 "만약 이런 정보를 알려줄 기관이 있다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백혈병을 앓았던 이충호 씨도 "의류회사 사업부장으로 일했지만, 백혈병 치료 도중 회사에 눈치가 보여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을 하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는 건강이 괜찮아졌으니까 일자리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모두 멈칫거렸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백혈병환우회에서 클린카 운행 봉사를 하고 있다.

중증질환으로 경력이 단절된 이 씨가 취업하기로 마음먹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는 "직업교육기관에서 훈련을 받고 창업지원센터에서 교육도 수강했지만, 경력이 단절돼서 막상 다른 분야에 도전하려니 두려움이 생겼다"면서 "중증환자들이 치료 후에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새로운 분야에 용기 있게 도전하도록 격려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변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사실 지난 임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환자단체연합회와 중증환자를 위해 통합적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정책 협약을 했다. 하지만 2012년 7월 24일 발표한 서울시 공공의료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에는 제외됨으로써 중증환자들의 희망 사항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물론 지금도 보건소, 동사무소, 복지관, 직업훈련소 등에서 중증질환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고는 있다. 그러나 이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이어서 이용률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국장은 "중증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문가와 협의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직접 수행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환자행복마을 설립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환자행복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환자행복마을' 콜센터를 브랜드화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가장 먼저 문의하는 곳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환자행복마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러 군데 전화할 필요 없다, '환자고충해결 지원센터'로 모두 가능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둘째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환자고충해결지원센터'를 제안했다. 환자나 시민들은 의료 관련 고충과 민원을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왕좌왕하다 분노를 터트리기 일쑤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 고충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하기 쉽도록 창구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기면증을 앓게 된 이상운 씨는 "예방접종과 기면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개인적인 역량으로는 너무 힘들었다"며 "환자고충을 들어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연결해주는 기관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씨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하는 '환자샤우팅카페'에서 이런 자신의 사연을 직접 소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서울시에서는 '환자권리 옴브즈만' 제도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서울특별시 '환자권리 옴부즈만'이 환자권리 보호의 핵심인 '의료 민원 접수 및 해결 지원'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개월 동안 '환자권리 옴부즈만'은 개별 민원은 전혀 받지 않았고, 시립병원과 보건소에 접수된 민원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1월에야 제정된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관리 기본조례'에서도 환자권리 옴부즈만의 업무로 '환자 의료 민원 해결 지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용덕 전 환자권리 옴브즈만 사무국장은 "직접 민원을 받는 보건소를 모니터링하는 일에서도 환자권리 옴부즈만의 행정적인 권한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봤다"며 "'환자권리 옴브즈만'과 같은 조직이 다시 생긴다면, 환자 관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권한도 그 조직에 주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캠페인만으로도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이외에도 꼭 복잡한 단계를 거치고 여러 이익집단과 조율하지 않아도 되는 정책도 있다. 환전 안전을 위한 캠페인이 그것이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병원에서부터 '환자 안전 캠페인'을 벌인다면 어떨까?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는 서울시립병원에서 투병 중인 환자나 간병 중인 환자 가족들이 병원 내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직접 참여하는 운동인 '웃는 환자, 안전한 서울시립병원 만들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투약 오류 예방을 위한 환자 본인 확인 운동인 '나이/이름 말하기' 캠페인, 감염예방을 위한 '나 손 씻었어요' 캠페인, 체력이 약한 환자들이 낙상 위험에서 안전하려면 입원하는 동안 간병인과 간호사를 부를 때 눈치 보지 말고 뻔뻔하게 불러야 한다는 '낙상 방지 뻔뻔' 캠페인' 등이다.

이는 최근 늘어나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 중 하나다. 미국의학원은 1999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To Err is Human)'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예방 가능한 병원 내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최소 4만4000명에서 최대 9만8000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예방 가능한 병원내 안전사고 사망 환자수가 1만7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60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좋은 약으로 환자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야 할 환자가 병원에서 안전사고로 죽는 불행한 일을 막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서울시립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이 운동을 실행한다면 결국 전국적으로 모든 병원으로 확산될 것이고 이에 따른 환자 안전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 환자단체 제안 정책에 공감, 이외는 무응답


▲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누가 당선되더라도 환자들도 시민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서울시 정책에 책임 있게 반영하는 서울시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증질환자 원스톱(one-stop) 투병 지원센터', '환자고충해결지원센터', '환자 안전 캠페인' 등 세 가지 정책 제안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박원순 후보가 답변을 보냈다. 새누리당 정몽준, 통합진보당 정태흥, 새정치당 홍정식 후보는 답이 없었다.

'중증질환자 원스톱 투병지원센터의 설립'에 대해 박원순 후보 측(담당자 정책팀 이승선)은 "중증질환자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한다"며 "이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을 검토하여 중증환자들의 투병, 사회복지, 재취업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포함하는 한편, 정서적 지지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환자고충해결지원센터'와 관련해서는 제도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 측은 "서울시가 이미 마련한 '건강서울 36.5' 제도가 도입 초기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향후 환자단체연합회 등에서 제시한 의견을 검토하여 환자의 권리를 실현하고, 고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 측은 "'웃는 환자 안전한 서울시립병원 만들기 캠페인'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공공보건의료인력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시립병원 운영 개선 방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다.

아쉽게도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정태흥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홍정식 새정치당 서울시장 후보는 답변을 해오지 않아, 의료 복지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6․4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누가 당선되더라도 환자도 시민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서울 시정 정책에 책임 있게 반영하는 서울시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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