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둘러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갈등과 신경전, 강 대표의 쇄신안 발표,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사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강재섭 퇴진론…. 숨 막힐 듯이 이어진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1일 오전 폭풍전야처럼 고요해졌다.
"모든 것 수용하든지, 갈라서든지"
이날 오전에는 당 지도부의 일상적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이명박 전 시장이 쇄신안을 최종적으로 수용할지 여부를 두고선 아직도 관측이 엇갈린다.
이명박-박근혜 갈등의 수면 위 지표인 강재섭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공은 이재오 최고위원 쪽으로 넘어갔다.
정형근 최고위원이 이날 "이재오 최고위원과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최고위원이 자진사퇴를 감행할 경우 선출직 최고위원은 강재섭 대표만 남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현 지도부의 와해다.
지도부 해체와 새 지도부 선출 과정을 견뎌내기에는 한나라당의 내구력이 턱없이 약해 보인다.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든, 전당대회를 새로 열든 박근혜-이명박 진영의 전면전 국면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강 대표가 "내가 사퇴하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했던 말은 이를 의식한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자신을 뺀 모든 지도부가 사퇴한다면 최고위원 보임을 통해서라도 지도부를 끌고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픈프라이머리 등 경선 룰 문제는 물론이고 경선 관리의 권한과 관련된 '강재섭 지도부'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 굴복하든지, 아니면 갈라서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 여부가 분당이라는 극단적 상황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미 사퇴 결심을 굳혔지만, 캠프 내의 온건파이자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이를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로 지도부가 해체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이명박 전 시장이 모두 감내해야 한다"는 게 만류의 근거다.
이재오, 장고에 들어가나
이 전 시장 본인도 1일 오전 예정된 노동절 마라톤 행사 참여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 최고위원과의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캠프의 조해진 특보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실 이재오 최고위원이 거취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기 전까지는 쇄신안에 대해 특별히 캠프의 입장을 낼 것이 없고, 만일 이 최고위원이 사퇴를 하게 된다면 따로 캠프의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캠프 내의 의원들이나 측근들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이 최고위원 측은 "현재 우리 쪽에서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오늘 중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건 그 시점부터 한나라당은 4.25재보선 이후 갈등 양상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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