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심의 대선? 재보선도 못했는데…"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조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당을 중심으로 대선을 돌파하자는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재보선조차도 당 중심으로 치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계속된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신경전 속에 합동유세도 여러 차례 무산됐다"면서 "이는 한나라당 경선만 통과하면 본선에도 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진영의 지난친 신경전과 기싸움이 결국 이번 재보선 참패를 불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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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어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여당의 명찰도 뗀 상태"라면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면서 국민들은 좀 더 가혹한 선택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재보선 참패를 위기의 시작으로 인정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재보선 결과는 국민들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면서 "이를 재정비의 계기로 삼아 본선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의 시각도 대동소이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은 "대전 선거와 관련해선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쟁하듯 지역에 내려와 유세를 펼쳤던 부분이 오히려 충청권의 정서를 역으로 건드렸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정치컨설턴트 '민'의 박성민 대표도 "뚜렷한 정치세력도, 정당도 없는 상태에서 대선을 앞두고 심대평이라는 인물 하나는 살려 놓고 보자는 정서가 충청권에 존재한다"면서 "그런 상황에서는 이명박, 박근혜라는 두 거대 대선주자가 지역에 내려오면 올 수록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 중심모임 등의 활동이 있기는 하지만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재보선 이후에는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 "제3의 후보들이 난립하는 등 아름답지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는 또한 "돈 공천 파동 등 재보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를 두고 그 동안 높은 지지율을 보여 준 지지층이 한나라당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이번 선거결과를 해석했다.
실제로 전략적 요충지인 대전 서을의 경우 후보의 경쟁력은 뒷전에 두고 계파 간 '타협'에 의해 공천이 이뤄졌고, 서울 양천의 기초단체장 선거도 공천에 반발한 전직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측, 재보선 당일에도 날선 공방
각종 악재에 앞서 거대 대선주자 진영 간의 갈등이 재보선 패배의 핵심 원인이라는 지적이지만 재보선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25일부터 양 진영 측은 날선 공방을 재개했다.
박 전 대표 측을 지원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서 "대운하 공약은 누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공약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낙동강 바닥을 파고 시멘트를 발라서 운하를 만드는 방식으로 21세기 한국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라고 몰아쳤다.
이에 이 전 시장 측의 박형준 의원은 즉각 반박성명을 통해 "참으로 개탄스럽다. 자기 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국민사기극 운운하는 것은 저급한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권 교체를 바라는 동지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말에 금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재보선 결과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날에 유력 대선후보 흠집 내기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재보궐 선거 투표용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전면전이 재개된 셈이다. 박성민 대표는 "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는 한 한나라당은 언제나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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