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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민심'과 한나라당 독주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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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민심'과 한나라당 독주의 종언

[기자의 눈]'오만'과 '부패' 용인하는 정권교체는 없다

홈런 한방을 맞아도 구질이 좋으면 어지간해서 투수가 바뀌는 일은 없다. 4.25 재보선에서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에서도 대참패한 한나라당은 경기 후반에 제구력을 상실한 강판 직전의 투수 같다. 17대 국회 들어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기호 1번을 달고 치른 선거의 징후 치고는 최악이다.
  
  한나라당이 정말로 패한 것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메시지를 보낸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4년 집권에 대해 처참한 성적표를 매겼다. 이어진 10.26 재보선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사망 선고에 다름 아니었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이번 4.25 재보선에 구(舊)여권은 안중에 없었다. 일찌감치 정당으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해 사망신고서 제출만 남겨둔 세력을 부관참시까지 할 만큼 유권자들이 한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후보를 내건 말건, 몇 석을 건지건 이건 당초부터 얘깃거리가 못 됐다.
  
  따라서 이번 4.25 재보선의 핵심은 그동안 반사이익을 향유해 온 한나라당이 드디어 민심의 심판대에 올라섰다는 데에 있다. 신당도, 이렇다 할 대선후보도 없는 구여권으로부터 미래 전망을 찾을 근거는 없는 유권자들의 눈은 50%에 육박하는 당 지지율, 기라성 같은 대선후보를 보유한 한나라당으로 쏠렸다. 과연 그들이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를 예의 주시한, 무서운 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는 단지 재보선 '완봉승'을 놓친 심리적 충격이나 대선 교두보인 대전을 잃은 전략적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될 민심의 역린을 이번 선거에서 건드리고야 말았다.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무덤이었던 '오만'과 '독선'이 한나라당으로 옮아갔다. 지방선거에서 '싹쓸이'로 권력을 몰아줬더니 후보 매수, 억대의 돈 가방이 오간 공천 파문으로 되돌아왔다. 당 대표의 지역구에선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은 당원들의 선거법 위반 과태료를 대납한 일까지 벌어졌다. 과거 '차떼기당'으로 상징되는 '부패'의 오명까지 스스로 불러낸 셈이다.
  
  대선후보들은 타성에 젖었다. 재보선 현장 곳곳을 누비고 다닌 박근혜 전 대표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속지 말자 노(盧)정부'였다. 그는 가는 곳마다 "현 정권은 지난 4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현 정권에게 계속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재보선 지원유세라고는 하나 '정권심판론'에 발목이 잡힌 그의 과거지향성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이명박 전 시장의 주장은 '하면 된다'였다.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그는 연일 "지도자를 잘 만나서 함께 힘을 모으면 우린 어떤 어려운 일도 해 낼 수 있다. 나는 해 낼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70년대식 포지티브 메시지'에 용기 백배 했을 유권자가 몇이나 됐을지 이 전 시장은 알까?
  
  12월까지는 8개월이나 남았는데…
  
  재보선 후폭풍을 피해갈 길 없는 한나라당은 당직 개편에 착수했다. 경우에 따라선 논란의 중심에 선 강재섭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윤리위의 기능 강화도 빼놓지 않고 거론된다. 그러나 사후약방문 식의 땜질 처방이 스스로 '초식공룡당'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심각해진 총체적인 해이를 발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주요 대선후보들이 실질적으로 자기 당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명진 윤리위원장의 말대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당내를 양분해 으르렁대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내 경쟁에서만 이기면 청와대로 직행할 것 같은 권력의 단꿈을 포기할 리 없을 뿐더러 쟁투에서 패했을 경우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선부터 중진들에 이르기까지 줄세우기 내지는 줄서기가 끝났다는 건 천당과 지옥 사이에서 벌어진 도박판이 일찌감치 집단화됐음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의 '5월 대란설'은 그래서 나온다.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강재섭 지도부는 사실상 무너졌다. 최소한의 구심력을 가진 사령탑이 사라진 한나라당엔 극대화된 원심력만 남는다. 대선후보들은 벌써부터 '재보선 책임'을 상대에게 뒤집어씌우기에 급급하다.
  
  이같은 집단 환각적인 이전투구 속에 '오만'과 '독선', '부패'가 상징하는 과거로 가는 레일에 올라탔음을 자각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아무리 목 놓아 외친들 유권자들이 그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투자욕이 정권교체 쪽으로 발현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선 대선에서도 민심은 대세론의 오만함을 용인하지 않았다. 9회말 투아웃에도 투수는 얼마든지 강판될 수 있음을 4.25 재보선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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