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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 상장, '그들만의 잔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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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생명보험사 상장, '그들만의 잔치' 되나?

[기고] 상장자문위의 업계편향성부터 극복해야

생명보험사 상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를 둘러싸고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상장자문위는 이미 지난 7월 유배당 보험상품의 과거 계약자에 대한 배당은 적정했다는 결론과 함께 생보사 상장 방안을 잠정 결정했고, 나아가 최근에는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용역연구를 의뢰해 이런 결론이 타당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상장 자문위의 이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이들은 상장 자문위의 구성부터 문제 삼고 있다. 대부분 위원들이 업계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상장자문위의 결론 자체도 정확하지 않은 분석을 바탕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업계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장자문위의 의뢰로 연구를 수행한 외국계 컨설팅회사가 내놓은 보고서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상장자문위는 자신들의 결론이 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상장자문위가 보고서의 내용을 왜곡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개혁연대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경상학부)가 생보사 상장을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내년 하반기쯤 실시될 것으로 추정되는 생보사 상장이 갈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는 취지로 이 글을 싣는다. <편집자>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이 '어떤 사람의 손'에 의해서 수순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상장자문위)는 내년 초 상장안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고, 내년 후반기에는 생보사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상장자문위 안의 근거가 된 관련 자료를 전부 공개하겠다던 금융감독위원회 윤증현 위원장의 국정감사 진술은 흐지부지 공수표로 끝날 모양이다. 국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소수 대주주만을 위한 생보사의 상장 방안은 수백만 보험계약자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산업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산업 간 '소비자 신뢰' 경쟁에서 생보산업은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장자문위의 놀라운 결론…의도된 작품
  
  생보사 상장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보사의 성격 규명이다. 현재 상장자문위는 생보사가 100% 순수한 주식회사이며 상호회사적 성격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최근까지의 정부 의견이나 과거 상장자문위 결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즉 생보사 상장 문제가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되었던 1990년 당시의 재무부와 1999년과 2003년에 금융감독기구 산하에 설치되었던 상장자문위는 일관되게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인정했으나, 현재의 상장자문위는 지난 20년 간 형성된 이런 공감대와 180도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상식 밖의 결론에 대해 상장자문위는 이번 위원회가 과거와는 달리 매우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되었으며 분석방법도 과거보다 크게 진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매우 다르다. 사실상 금감위 주도로 구성된 현 상장자문위에는 생보사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임원 등 직간접적으로 생보업계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중립적이라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상장자문위 안의 내용을 보면 분석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것은 물론 분석과정도 매우 주관적이라, 사실을 호도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의도된 '작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
  
  지난 10월 30일 국정감사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우리나라 생보사는 주식회사와 상호회사의 성격이 혼재된 혼합회사'라고 명확하게 진술한 바와 같이, 생보사의 과거 운영행태는 분명히 상호회사적이었다. 먼저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의 기존 생보사는 설립 이후 1991년까지 100% 유배당 상품만을 판매하였다. 그 당시 보험계약자는 높은 보험료를 지급하고 거의 배당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경영위험은 주주와 공유하였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는 1957년 설립 시점부터 1973년까지 지속적인 배당전 손실을 기록하다가 1982년과 1983년에는 각각 84억 원과 29억 원의 압도적인 손실을 기록하였다(당시 삼성생명의 납입자본금은 10억 원에 불과하였다). 이 손실은 궁극적으로 1984년 재평가차익과 배당전 이익으로 보전되었는데, 이것의 상당부분은 계약자 몫이므로 결국 계약자가 손실의 대부분을 부담한 것이다. 이에 비해 총 132억 원의 재평가차익 중 주주 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자본전입분 20억 원은 손실보전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의 기존 생보사는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된 상태에 이른 경험이 있다. 금융기관의 자본잠식은 곧 파산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주주는 자본확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의 경우 1975년 자본총계가 (-)20억 원의 잠식상태였지만, 주주는 자본을 투여하지 않았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자본을 투여하지 않은 주주는 그 권리를 모두 상실하는 것이며, 대신 채권자인 보험계약자가 주주의 지위를 승계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정부가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인정한 것도 사실이다. 먼저 1990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를 허용하면서 그 재평가차익의 70%를 계약자에게 배분하도록 한 것도 정부의 이러한 시각의 반영이다. 즉 자산재평가법에서는 주식회사의 재평가차익은 전액 주주 몫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보험감독규정에서는 생보사의 재평가차익의 분배에서 계약자 몫을 분명히 인정하도록 하여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인정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견해는 1990년 재무부의 시각을 반영한 <생보사 기업공개에 관한 시각>이라는 문서와 1991년 재무부 보험제도과 담당 사무관의 논문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틸링하스트 검증의 비밀
  
  12월 13일자 보도에 의하면, 상장자문위는 과거 계약자에 대한 배당이 적정했다는 상장자문위의 주장에 대해 틸링하스트(Tillinghast)라는 외국 계리컨설팅회사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자문위의 분석이 적합하다는 객관적인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용역결과 보고서(사실 서한(letter)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를 자세히 검토한 결과, 틸링하스트는 상장자문위 분석 내용을 독자적으로 검증한 적이 없으며, 단지 상장자문위가 보내 준 정보의 완결성(completeness)과 정확성(accuracy)을 전제한 채 자산할당 모형(Asset Share) 분석 내용과 상장자문위의 주장 사이에 정합성이 있다는 정도의 외교적인 코멘트였음이 드러났다.
  
  나아가 보고서의 행간을 읽어보면 틸링하스트는 용역을 발주한 상장자문위의 의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한계 속에서도 간접적으로, 그러나 분명하게 상장자문위 보고서에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틸링하스트는 자산할당 모형이 개별 회사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밝혀 수 개의 기존사와 신설사 자료를 합쳐서 분석한 상장자문위 안의 문제점을 암시하였고, 나아가 미실현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 분석방법이 아님'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였다. 이런 서한으로 '계약자에 대한 배당이 적정했다'는 것을 검증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며, 최대한 선의로 생각해도 완전히 '오버'한 해석이다.
  
  사실 틸링하스트의 서한과 무관하게 시민단체에서는 상장자문위의 해당 보고서 내용(계약자 배당의 적정성)의 심각한 오류를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자료의 대상과 기간의 혼재, 투자 수입의 과소평가, 유배당 결손의 주주 우선 보전 제도의 간과, 그리고 자본계정 운용손익을 생보사 설립 시부터 도입한 문제 등 과학적 연구로는 용납될 수 없는 의문과 오류 투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생보사 상장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의 상장자문위는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보험계약자를 대표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고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중심이라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이 편향된 상장자문위의 안이 '어떤 사람'의 막강한 힘을 빌어 정부 안으로 둔갑했다고 해서 과연 어느 국민이, 어느 보험계약자가 수긍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의 생보사 상장이 일견 생보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단견이다. 생보사의 상장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대주주는 천문학적인 자본차익(capital gain)을 누릴 수 있겠지만, 생보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보험계약자 대표를 포함한 새로운 상장자문위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자료를 완전히 공개한 후 합리적인 원칙 하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절차를 통해서 만들어진 상장 안이라면 비록 각 이해당사자가 조금씩 불만스럽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 없이 쌍방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보다 원칙과 대화를 통해서 같이 상장 안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생보사 상장에 대한 작업의 정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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