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의 상장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월 구성된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가 7월 '계약자에게는 배당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포함한 상장방안 초안을 내놓은 뒤 이 초안의 방향대로 최종안을 만들기 위해 예정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생보사들의 주식시장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장자문위의 생보사 상장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삼성그룹 등 재벌그룹 계열 생보사들을 비롯한 생보업계에 막대한 상장차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비판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실제 생보사의 상장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자문위, 정책세미나 열어 '계약자 배당 불가' 다시 강조
상장자문위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세브란스빌딩에서 한국보험학회와 리스크관리학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생명보험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유배당 상품의 과거 계약자 배당이 적정했으므로 생보사 상장 시 계약자에 대해 추가로 배당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또 다시 강조했다.
나동민 상장자문위원장은 "생보사들이 적정 배당을 한 것으로 분석됐고, 외부용역을 통해 자문위의 분석이 적합하다는 객관적인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장자문위는 지난 7월 유배당 상품의 계약자 배당이 적정했다는 내용의 자체 분석 결과를 발표했고, 그 뒤 영국계 보험계리법인인 틸링하스타에 이런 분석 결과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자문위에 따르면, 틸링하스트는 자문위가 유배당 상품의 계약자 배당 수준을 분석하기 위해 이용한 방법과 가정, 분석결과가 모두 합리적이라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최근 자문위에 전달했다.
나동민 위원장은 "아직 내부유보금 처리 문제가 남아있지만, 자문위 활동을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눈다면 거의 말기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생보사의 상장을 위한 최종방안 수립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은 상장자문위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국회 공청회에서 다시 한 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초에 증권선물거래소에 최종 보고서를 증권선물거래소에 제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종보고서를 제출받으면 증권선물거래소는 상장규정 개정안을 만들어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생보사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의 수십 년 묵은 숙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계약자 이익배당 둘러싼 논란은 여전
그러나 실제 생보사의 상장이 이뤄지기까지 수많은 논란과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상장자문위의 생보사 상장안에 대해 "보험업계의 입장만 고려한 편향적인 방안"이라고 규정하고 반대 의견을 밝혀 왔다.
시민단체들은 생보사는 계약자에게도 주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상호회사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장으로 발생하는 이익금을 주주뿐 아니라 생보사의 계약자에게도 배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간주하고 계약자 배당에 반대하는 상장자문위의 의견과 정면 배치된다.
이같은 논쟁은 정부 내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생보사는 상호회사적 성격도 갖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권 부총리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함으로써 정부 내의 이견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상장자문위의 중립성도 도마에 올라
이같은 상장방안의 내용 상 논란과 별개로 상장자문위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의 국정감사 기간에 일부 의원들은 상장자문위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박영선 의원(열린우리당)은 당시 "자문위가 보험업계에만 편향적으로 구성돼 최종 상장안이 마련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12일 열린 정책세미나에 대해서도 패널 구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 토론자들이 상장자문위의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와 경실련, 참여연대는 공동성명을 통해 "상장자문위의 의견과 반대되는 학자들은 모두 패널에서 빠진 반면, 계약자 이익배당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학자들만 포함됐다"면서 "일방적인 토론회로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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