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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뜬금없이 '생보사 상장' 왜 꺼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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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뜬금없이 '생보사 상장' 왜 꺼냈나

삼성생명 차익배분 놓고 논란 재연, '면피용' 아니냐

금융감독위원회가 21일까지 생명보험사 상장과 관련된 유관기관에 '생보사 상장관련 의견 제시'를 요청함에 따라 삼성생명 상장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위가 이날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다음달 말까지 생보사 상장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참여연대 등은 '차익분배' 문제를 제기하며 삼성생명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생명상장은 종합주가지수 1천선에서나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며 논란에 끼어들기를 기피하는 분위기나, 어떤 형태로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익분배 방식 놓고 논란 재연**

생보사와 시민단체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핵심쟁점은 지난 99년 상장 시도때도 논란이 됐던‘상장에 따른 차익분배 방식’이다.

참여연대는 우리나라 생보사가 계약자가 사실상 주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상호회사라고 규정하고 상장 차익을 주식으로 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 등 생보사는 엄연히 주식회사로 주주의 동의 없이는 주식 배분이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99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금감원은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에서는 생보사 상장차익의 배분방식을 주식배당이 아닌 현금배당으로 하되 계약자 배당액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배당 원칙을 고수하는 삼성.교보생명과 주식배당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지난 90년 삼성.교보 생명이 상장을 대비한 자산재평가 차익에 대해 `3(주주) : 4(계약자) :3(계약자 몫으로 내부유보)'로 정했던 생보사 자산재평가 차익의 배분비율을 재조정해, 내부유보를 포함한 계약자 몫을 종전의 70%에서 80~90%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은 지난 90년 기업공개를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다음 재평가 차익중 30%와 40%를 각각 주주와 계약자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30%(8백78억원)를 자본잉여금으로 내부유보시켰으며, 재평가 차익에 대한 법인세 3천2백억원에 대해선 특례면제로 납부를 연기해 왔으나 올해말로 기한이 끝난다. 이처럼 현금배당을 원칙으로 계약자 몫을 80~90%로 높이고 지난 13년간 경과이자를 더할 경우 삼성생명의 계약자 현금배당액은 3천억~4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계약자 몫으로 내부유보된 돈을 주식으로 전환(자본전입)해 계약자에게 배당할 경우 삼성생명 계약자들의 주식 지분이 50%에 육박하게 되고 상장후 시가총액은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어, 현금배당과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이 금감원의 절충안을 받아들이지는 의문이다.

***'뜨거운 감자' 삼성생명**

이처럼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인 삼성생명 상장문제를 금감원이 이번에 꺼낸든 것은 복잡한 여러 현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99년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삼성생명 주식 3백50만주 처리 지연에 따른 채권단과 삼성생명측 딜레마다. 현재 삼성생명 상장이 계속 늦춰지면서 연리 19%의 패널티(벌금성 가산이자)가 붙어 채권단에 갚아야 할 부채는 3조5천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대다수 금융기관들이 대손충당금 적립등을 해놓은 상태여서 일단 장부는 깨끗한 상태나,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삼성으로부터 3조5천억원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은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돼왔다.

법인세도 문제다. 상장이 올해를 넘길 경우 지금까지 다섯번이나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을 다시 고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 차익에 따른 법인세 납부 기한을 연장해 줘야 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올해 말까지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자산재평가 차익에 대한 법인세로 각각 3천2백억원, 2천2백40억원을 물어야 한다. 생보사측은 90년 당시 상장을 보류시켰던 재무부 탓으로 돌려 법인세 납부 연기를 재차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경부가 법인세 납부 연기를 거절할 경우 생보사측은 일부를 주식으로 나눠주는 방안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생명상장에도 대부분 비관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번에 삼성생명 등 생보사 상장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삼성생명이라는 거대 우량주식 물량이 상장되면 다른 주식값은 급락할 게 뻔한데 과연 현재의 취약한 증시상황에서 상장이 가능하겠냐"며 "주가가 1천선은 돼야 가능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 고위관계자도 "증시가 취약하고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생명주 상장은 실현불가능한 일일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도 "은행들이 서로 돈을 못빌려줘서 안달인 삼성그룹을 상대로 삼성자동차 부채를 갚으라고 독촉할 배짱있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며 삼성생명 상장에 부정적 전망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상장보다는 상장 지연에 따른 여러 문제를 빗겨나가기 위해 정부가 삼성생명 상장 문제를 재론한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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