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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가 100달러 넘어가니 초조해졌나…"미, 이스라엘 공격에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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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가 100달러 넘어가니 초조해졌나…"미, 이스라엘 공격에 당황"

수출길 막힌 중동 산유국 감산…전문가 "고유가 지속 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전망이 짙어지며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수출길이 막히며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 감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저장고 공습이 공급 위기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외신은 유가 급등을 우려한 미국이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연료저장고 공습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유가가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에 더해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국들은 대학 휴교, 석유 가격상한제 도입 등 대응에 부심 중이다.

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31.4% 급등해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상승폭을 줄여 EDT 오전 4시51분(한국시각 오후 5시51분) 기준 전장보다 13.67% 오른 배럴당 103.33에 거래 중이다.

브렌트유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9% 급등한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BST 오전 9시52분(한국시각 오후 5시52분) 기준 전장보다 15.42% 오른 배럴당 106.85달러에 거래 중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인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WTI는 이미 지난주 35.6%, 브렌트유는 27%가량 상승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장이 전쟁 조기 종료에 대한 낙관을 버리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한 석유 수출 및 생산 차질을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피단 에너지 그룹 설립자인 밥 맥널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 주 전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 장기 폐쇄를 상상조차 못했던 거래자들이 역사상 최대 규모 원유 공급 차질을 가격에 반영하는 단계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CSIS) 선임연구원 클레이톤 시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시장이 트럼프 정권에 부여했던 유예 기간이 지난 주말 만료됐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운송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적으로 폐쇄되거나 물리적으로 봉쇄된 건 아니지만 해협 통과를 시도한 선박 최소 9척이 공격 당한 뒤 다른 선박들이 두려움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1000척 이상의 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협 봉쇄가 계속될 경우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가디언>을 보면 골드만삭스는 6일 보고서에서 공급 차질이 한 달간 이어질 경우 유가가 이달 말까지 배럴당 145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 금융기업 웨스트팩 경제학자들은 지난 3일 공급 차질이 3달간 이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상승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막힌 걸프국들의 석유 생산 감축도 잇따르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7일 이란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탓에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원유 및 정제 처리량 감축을 밝혔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자연재해 등 사태 때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도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을 미뤄주는 조치다.

이라크·카타르도 석유·가스 생산 감축에 들어간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에 기반을 둔 위성 데이터 분석업체 카이로스를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저장 공간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이미 원유 생산을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해협 봉쇄가 길어져 산유국들이 결국 유정 폐쇄로 나아가게 되면 이후 이를 다시 열더라도 유량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어 공급 우려가 더욱 커진다.

이스라엘이 7일 이란 석유 저장시설들을 공습하며 공급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더 커진 모양새다. 미 매체 <악시오스>를 보면 7일 이란 군 작전을 총괄하는 카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는 이란이 역내 국가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공격으로 보복할 수 있고 그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이란 연료 저장고 공격에 미국이 당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 이스라엘 당국자, 사인에 정통한 소식통을 취재해 이스라엘이 이란 연료 저장고 30곳가량을 공습한 건 사전 통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예상을 크게 뛰어 넘은 규모로, 미-이스라엘 간 중대한 의견 불일치를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 당국자들이 저장고가 불타는 영상이 석유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해 에너지 가격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은 매체에 "대통령은 그 공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석유를 아끼고자 하지 태우고자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공격은 사람들이 높은 유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뿐 아니라 가스, 비료의 주요 운송로로 공급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동시에 성장률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해 1년간 지속할 경우 전세계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상승하고 세계성장률은 0.1~0.2%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호주 금융사 베타쉐어즈 수석경제학자 데이비드 배서니스는 <가디언>에 이번 유가 충격이 1970년대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선진국 경제를 지속적 침체로 몰아 넣었던 상황과 유사하다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공급 차질이 지속된다면 올 상반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 경제 성장은 부진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망 장기화에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의 주요 목적지인 아시아 각국엔 비상이 걸렸다. 9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방글라데시는 전력 절약을 위한 긴급 조치 일환으로 이날부터 대학 휴교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필리핀은 관공서에 점심시간에 컴퓨터를 끄고 에어컨 온도를 24도이하로 설정하지 않도록 했다.

한국에선 30년 만에 석유 가격상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이번 주 내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가 급등에 아시아 시장 흔들림은 계속됐다. 지난주 급등락을 반복했던 코스피지수는 9일 전 거래일보다 333(5.96%) 내린 5251.87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5.2% 하락한 52728.72에 거래를 마쳤다.

▲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손님 차량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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