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조만간 대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예정이다. 원 의원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정기국회가 끝난 뒤, 이르면 17일 쯤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당 대표 경선에 불참했을 때부터 그의 대권 도전은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등 소위 '빅3'가 당 안팎에서 견고한 기반을 구축한 가운데, 상대적 후발주자인 원 의원의 가세가 한나라당 대선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소장파 결집할까?
'빅3'를 중심으로 한 대선 경쟁의 조기과열과 3자 구도의 고착화 기미가 원 의원의 출마 결심을 앞당긴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원 의원의 정치적 자산인 '수요모임' 등 당내 소장파 그룹까지 지리멸렬한 상태라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원 의원 측은 대권도전 선언을 7.11 전당대회의 참패 이후 지지부진한 소장파들이 재결집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여건은 녹록치 않다. 대표경선 패배 후 '제 갈 길 찾기'가 뚜렷해진 소장파들의 분위기를 돌이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빅3'에 줄을 선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남경필, 김명주 의원 등 일부 의원들만 '원희룡 지지세력'으로 꼽힐 정도.
게다가 17대 국회 초기만 해도 부단히 당 내 주류 세력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던 소장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당 내의 의미 있는 의견 그룹으로 자리 잡는 데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실제로 북핵 사태 국면에서 원 의원과 소장파들은 당내 보수세력과 한 목소리로 강경한 대북 제재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 의원이 다시금 소장파의 리더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가 '원희룡 파괴력'의 일차적 시험대로 꼽힌다.
파괴력 있을까?
더욱 큰 난관은 한나라당 대선 구도가 '빅3' 간의 경쟁으로 이미 상당부분 고착화됐다는 것.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현격한 열세가 뻔한 원 의원의 파괴력이 의심받는 가장 큰 요인이다.
당내 기반의 열세는 물론이고 정치적 성향에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큰 차별성을 보이기가 어려운 구조다.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 등의 슬로건은 손 전 지사가 선점한 상태다. 원 의원은 모토로 내걸 예정인 '미래세력을 위한 생활정치'도 손 전 지사의 포지셔닝과 겹친다.
원 의원의 한 측근은 "원 의원의 출마의 명분, 그리고 손 전 지사와의 차별성이 가장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고 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지금은 파급력을 논할 때가 아니다. 시대상황을 볼 때 꼭 (원 의원이)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미 나와 있는 후보와의 차별화가 가능한지, 국민들이 거기에 납득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지점"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원희룡 효과'는 박근혜-이명박 보다는 손 전 지사 쪽에 일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손 전 지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듣지 못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소장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했던 손 전 지사로서는 원 의원의 독자행보가 달가운 소식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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