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방식 논쟁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다. 국민들 눈에는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것이다."
20일 오전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의 새 대표로 선출된 남경필 의원은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남 의원은 "지금 언론을 보면 온통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그에 관련된 뉴스 뿐"이라며 "전당대회를 거치는 동안 한미 FTA 문제 등 중요한 정책에 대한 논쟁은 전혀 없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당내 개혁세력의 몰락…더욱 선명한 목소리 내겠다"
남경필 의원은 그러나 "현재 당내 소장 개혁세력이 몰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며 "확고한 정체성과 비전 없이 세 불리기에 나섰던 것이 패인"이라고 뚜렷한 소장파 퇴조현상을 인정했다.
실제로 전당대회 초반에 3강으로 평가받았던 권영세 의원은 6위로 밀려난 뒤 지명직 최고위원에 선출됐고, 여의도연구소장에 임태희 의원이 임명됐지만 두 의원 모두 개혁보다는 중도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 의원은 "대리전과 색깔론 등으로 지나치게 보수화된 한나라당의 잘못을 더욱 명확하게 지적하고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수요모임에 맡겨진 시대적 사명"이라며 "앞으로는 수요모임이 더욱 선명한 입장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은 이미지가 아니라 콘텐츠 경쟁"
남 의원은 "한나라당이 현재 선진화라는 구호를 선점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2007년 시점에서 선진화의 내용과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요모임의 전 대표인 박형준 의원도 "수요모임은 정치적 세 싸움 보다는 실력을 쌓고 제기되는 여러 현안에 대해 우리의 콘텐츠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내년 대선에서는 이미지 보다는 콘텐츠, 즉 정책 중심의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모임과 미래모임 등 한나라당 내의 소장개혁파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김헌태 소장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로 가장 고민이 많아진 세력이 바로 소장파"라며 "영남 중심의 보수세력이 득세한 한나라당에서 소장파가 과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요모임도 현재로서는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더욱 분명한 정체성과 목소리'를 강조하기는 했지만 당장은 실질적임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고민이 감지되는 지점이다.
한편 소장, 중도파 그룹의 연대체인 '미래모임'은 이날 오후 '전당대회 평가와 한나라당의 진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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