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당의 대북 강경제재론에 소장파까지 가세하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의 국면이 지날 때마다 '당내 개혁세력은 과연 무엇을 개혁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정말 어려운 시기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12일 <프레시안>과 만나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세력, 당내 개혁세력, 소장 세력이라고 자임했던 당내 세력이 치열하게 (당내 주류세력과) 싸웠던 사학법 재개정 때와는 다르게 당 내의 세력구도에 연연해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원희룡 의원이 제기한 '남북경협 중단론'에 대해서는 "위기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완되어야 할 측면은 있지만, 햇볕정책, 대북 포용정책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해 굉장한 순기능을 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 지도부가 주장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론에 대해 그는 "PSI를 주장하는 미국, 일본과는 다른 특수성이 한국에는 있지 않느냐"며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PSI 전면 결합은 치명적 오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 북핵 문제의 해법을 두고 한나라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나친 이념 공세라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보는가?
정치인들의 대응이 국민의 여론에 너무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국민적 불안감에 무조건 편승해 가면 안 된다고 본다. 지금은 한국의 미래, 동아시아 평화와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국면이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 이후 한나라당은 인적구성 등의 문제로 '도로 민정당'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냉전적인 프레임, 지역주의 중심의 프레임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지금 높은 지지율 하나를 믿고 이런 식으로 가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것이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한나라당의 당헌당규를 봐라. 북한과의 공존, 공영,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당의 입장과 다르다며 나를 비판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나를 제외한 당 전반이 당헌당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 결국 내년 대선을 의식한 보수층 결집 의도로 보는 분석도 있다.
그런 측면은 분명히 있다. 지금은 강경 입장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평화적 해결에 대한 여론이 과반수 이상이라는 것을 당은 직시해야 한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더라도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대중은 민감하다. 지난 대선에서도 보수 일변도로 흘렀다가 패한 것 아닌가?
- 강경론에 소장파도 동참했다. 원희룡 의원도 '남북경협의 중단'을 제기했는데.
지금 한나라당은 전반적으로 합리적 보수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노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내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세력, 개혁세력, 소장 세력이라고 자임했던 세력이 당내의 세력구도에 연연해 하는 것 같다. 주류세력과 치열하게 싸웠던 사학법 재개정 때와는 대응방식이 다르게 흐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나의 국면이 지날 때마다 '당내 개혁세력은 과연 무엇을 개혁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 고 의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당 내 다른 의원이 있나?
현재로서는 없다.
- 소장파를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나?
좀 더 설득을 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답답한 측면이 있다. 이 문제가 상당히 많은 쟁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포용정책에 대한 평가도 있는 것이고, 또 이번 핵 위기의 원인진단도 중요하다. 봉쇄와 압박이냐,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방식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해법 논쟁도 그렇다. 설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지만, 북핵사태의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를 두고 생각하면 다들 연착륙을 선택하지 않겠나?
-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위기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완되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햇볕정책, 대북 포용정책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굉장한 순기능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미사일, 핵 등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로드맵이 보완되어야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정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 당 지도부는 PSI 전면 참여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북핵 사태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 내에서 PSI 참여를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 오류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북핵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특수성이 한국에는 있지 않나. 작은 긴장이 굉장히 큰 영향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결책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노력뿐이다. 이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 대북 특사 등 다양한 방법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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