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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당에 안주 말고 벌거벗고 광야서 경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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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빅3', 당에 안주 말고 벌거벗고 광야서 경쟁해야"

[인터뷰] 한나라당 원희룡 "'대세론' 소근대단 또 주저앉아"

5·31 지방선거 결과는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에도 충격이었다. 승자가 질러야 할 환호는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의 무게에 지레 눌린 듯 했다. 혹여 실족으로 '집권의 꿈'을 놓칠까, 대권 주자도 당직자도 까치발 걸음이다. 7월 현직에서 물러나는 한나라당 '빅 3'는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손학규 지사) 저마다 현실 정치와의 거리두기를 한동안의 계획으로 삼는 분위기다.

이에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의원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가져야 할 '경각심'은 단순한 몸조심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원 의원은 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이제 시간 관리만 잘 하면 된다, 지금 지지율만 잘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안이한 사고"라며 "변화에 대한 준비 없이 내년 9월까지 흠만 안 잡히면 된다는 식으로 숨어 다니다가는 결국 또 다시 주저앉고 말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받은 표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열린우리당을 응징하기 위한 표가 적잖은 만큼 이를 온전히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이고 안주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원 의원의 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의 재편 움직임 등 1년 반여 동안 많은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크게 실수만 안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또 한 번의 실패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이에 원 의원은 "이제는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빅 3'가 벌거벗고 광야에서 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대권 주자들이 당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민생의 바다로 들어가서 역동적으로 자신의 장을 만들고 경쟁을 거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당장 노 대통령을 비판하기는 쉬우나 박근혜가 통치하는 나라는, 이명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 이 역시 막연하기는 매 한가지"라고 했다. 현장에서 몸을 부딪히며 체험한 결과들을 정책과 노선으로 발전시켜 본격적인 당내 경쟁을 시작하라는 주문이었다.

원 의원은 "민심이 오늘은 노무현 정권을 심판했지만 내일은 한나라당 집권은 안 된다는 심판에 나설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진정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민심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진정한 집권 준비"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의원회관에서 1시간 여 진행된 원 의원의 인터뷰 전문.

▲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는 예상돼 왔던 것이지만 80% 이상의 지자체장 자리가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돌아간 것은 충격적인 결과다. 현실에 몸 담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번 선거를 총평한다면.


"열린우리당이 큰 응징을 받았고 그 스케일에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큰 충격을 받았다. 열린우리당이 심판을 받은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무능하다는 것과 일관되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다는 것, 세 가지 면이다. 무능하다는 말은 대권을 줬고 과반수 의석을 줬는데도 자신들을 뽑아준 지지층을 위해 무엇 하나 해 놓은 게 없다는 뜻에서다. 또 집값 잡겠다고 하면서 개발 계획을 내 놓고 서민 위한다면서 재벌 규제 풀어주는 식의 정책적 자기모순이 심했다. 그리고 위압적인 자세로 국민을 가르치려 들고, 자기들이 언제나 도덕적 우위에 있고 절대선이라는 태도가 정말 국민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싶을 정도였다. 이런 점 때문에 20대 80의 사회를 되돌려 놓겠다고 자신했던 현 정부는 오히려 20대 80의 스코어로 참패를 당한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결과가 우리 사회의 보수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냐고 물으면 그건 좀 더 복잡한 문제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서민들이 잘 살고 나라 살림이 좋아지는 것이지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 않냐. 국민이 잘 살게 하는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선들이 총역량을 정비해 나가면서 생산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현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은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자기 콩깍지에 싸여 능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기득권의 저항이고, 정책 혼선은 시대의 첨단과 전통적 도덕을 조화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본인들에게 유리한 식으로만 해석하고 있고, 노 정권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스트레스 푸는 식의 표심으로 반사이익만 누리려는 것 같다. 서로 말로는 시대의 변화와 국민 감동을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그에 대한 정답을 전혀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찍은 80%, '여당 응징'이 대다수"

- 한나라당이 받은 80%의 지지율에 대한 성격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앞으로 한나라당의 방향도 달라질 것 같다.

"80%의 성격은 다층적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표가 있다. 이 표는 한나라당이 수권 능력이 있다고 믿는 분들의 표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는 노무현을 찍고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을 찍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표가 더해졌다. 나름대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내용을 비교하는 층의 표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고 말하는 계층, 무책임한 남편보다는 바람난 남편이 낫다고 말하는 층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준 것이다. 이들에게도 상대적이지만 열린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이 낫겠다고 인정을 받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가치 판단은 유보한 채 열린우리당 응징이 먼저라고 말하는 계층도 한나라당을 찍었다. 투표권으로 열린우리당을 혼내주고 싶은데 사표를 만들기 싫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선택한 경우다. 이들이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찍을까는 유동적이다. 열린우리당이 쇄신을 거쳐 제 모습을 갖추면 다시 열린우리당을 찍을 수도 있는 표심이다."

- 후자가 얼마나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나.

"글쎄. 정확한 분석이 필요할 테지만 느낌상으로는 고정 지지층보다는 후자 쪽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세 번째 부류, 그러니깐 한나라당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그저 열린우리당을 응징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택한 표심도 꽤 된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 내놓은 것 없이 선거 이겨"

- 한나라당이 이런 높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이 무엇을 하겠다고 국민 앞에 내놓은 부분이 없이 이긴 것은 사실이다.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예를 들어 한미 FTA에 대비한 국가 전략 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현안에 대한 입장 외에도 교육과 복지 등등의 분야마다 우파의 깃발을 들어 차별화하긴 했지만 집행 가능한 정책을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내 놓은 적은 없었다. 선거 과정에서 국가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선명하게 내세우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반대 측과 논쟁하는 과정이 빠져버렸다.

또 한나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는지에도 의문이 가능하다. 공천 비리의 꼬리를 잘랐다든가, 개인의 비리가 발생했을 때 당과의 관계를 단호히 차단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그 구조나 풍토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당이 내세운 인물이나 내 놓은 정책 면에서도 과거의 모습을 못 벗어난 측면이 많았다. 구태의연한 공격도 많았고 정책이 다양하게 논의됐다기 보다는 화합을 빙자해 다양한 의견을 억누르는 등 당의 운영 면에서도 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캠프에서 직접 선거를 지휘하기도 했다. 오 후보 역시 정책으로 평가를 받았다고 평을 내리긴 힘들지 않나.

"정책 선거를 안 했다고 단정하면 섭섭한 면이 없지 않다. 전체적으로 선거가 정책 선거로 흐르지 못한 점은 있다. 여당이 정책 대결로 나올 줄 알았는데 용산에 16만 호를 짓겠다고 하다가 스스로 꼬리를 내리기도 하고, 막판엔 아주 읍소 작전으로만 갔다. 캠페인은 상대적인 것 아니냐. 정책으로 와야 정책으로 붙을 수 있는데, 진검승부하지 못한 것이 우리도 아쉽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선거판 자체가 이미 다 짜여져 있었고 시민들이 지지 여부를 모두 결정해 둔 상태에서 정책 대결이란 게 싱거워진 측면도 있다."

- 정책 선거를 가로 막은 데에는 박근혜 대표도 한몫 하지 않았냐. 박 대표가 퇴원하자마자 대전에 내려가자 열린우리당에서는 선거를 훼손했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여당 입장에서는 너무하지 않냐는 푸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입장에서는 바람이 있다고 해서 선거 운동 안할 수도 없지 않겠느냐. 주변에서 정치적 영향을 우려해 말리기도 했다는데, 정치인이 정치 효과를 무서워하는 것도 우스운 얘기다."

"집권 가능성 높아질수록 '한나라당發 스트레스'도 구체화"
▲ ⓒ프레시안

- 선거 다음날 '오늘은 웃고 있지만 내일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이 다음번엔 한나라당으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국민들이 불쌍한 것은 선거에서 선택을 해 주면 감사할 줄을 모르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가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힘을 좀 주면 대세론이 생기고 우월감에 입각해서 정치권 마음대로 밀어 붙이고, 이를 보다 못한 국민들은 선거가 되면 울화통을 표출하는 식이다. 이번 선거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스트레스가 터져 나온 셈 아니냐.

이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힘을 줬으니,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3년 전 이맘 때에는 '창 대세론'이 나왔다. 국민 잘 살게 좀 잘 해보라고 밀어주니깐 국정원장을 누가 한다더라, 국방장관은 누가 한다더라 하는 소리가 먼저 흘러나오니 '창은 절대 안 된다'는 저항군이 결집하게 된 것이다. 이들 세력이 정치적 사건을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커졌고 이들의 울화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다.

벌써 한나라당은 압도적 승리를 했으니 다음번에는 크게 실수만 안 하면 될 것 같다고 소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경제는 좋아지고 사회는 통합으로 가고 지역주의도 확실하게 없어질 것 같다는 확인을 주면 물론 좋다. 그러나 이번 승리를 나눠먹자고 특정 지역이 득세하고 반공주의자들이 깃발을 휘두르고 사회를 나누고 재벌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글쎄, 한나라당을 집권 세력으로 상정하고 고민을 시작한 국민들이 이번엔 '한나라당 스트레스'를 겪게 되지 않을까."

- 지방선거 압승이 한나라당의 집권엔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과 맞아떨어지는 주장 같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것이 아니었다. 국민과는 별 상관 없는 추상적인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한나라당에 대한 스트레스도 구체화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집단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더 지긋지긋하냐를 선택하는 국면이 대선이 된다면, 국민들은 지난 대선과 비슷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흠 안 잡히려 숨어 다니다간 또 주저앉고 말 것"

- 그래서 '경각심'을 강조하는 것이냐. 선거 직후부터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잔칫집이라기 보단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단순히 몸조심 하자는 게 아니다. 민심이 오늘은 노무현 정권을 심판했지만 내일은 한나라당 집권은 안 된다는 심판에 나설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진정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심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진정한 집권 준비다. 민심에 부응한다고 해서 괜히 좋은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한다면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키고 국민들에게 어떤 내용을 제시하고 그 내용은 어떻게 구성해 나갈 것인지를 지금부터 짜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심을 읽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책과 노선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이미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유권자들은 막연한 민주화 투쟁 세력이나 한나라당 반대 세력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들이 집권한 지 10년 가깝게 지났고 이들의 네트워크에 한나라당이 뒤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

-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미 재편 노력이 시작됐는데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갖춘 한나라당은 구태의연하게 비쳐질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선거에 승리한 당이 먼저 분열할 이유는 없다. 선거에 진 당이 먼저 들끓는 것은 당연하다. 열린우리당의 붕괴를 전제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새 인재와 미래 세력을 흡수하는 반 한나라당 연합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본다. 집권 향방을 둘러싼 경쟁은 이제부터인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시간 관리만 잘 하면 된다, 지금 지지율만 잘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안이한 사고다. 단순한 인물 조합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이슈나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을 놓고 콘텐츠와 세력이 함께 재편되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고 결국 한나라당도 변화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준비 없이 내년 9월까지 흠만 안 잡히면 된다는 식으로 숨어 다니다가는 결국 또 다시 주저앉고 말게 된다."

"'빅3', 당에 안주 말고 벌거벗고 광야서 경쟁해야"

- 변화하는 전체 구도에서 한나라당의 향방을 논의하는 자리가 결국 7월 전당대회가 아니겠냐. '수요모임'이 제시할 노선과 정책이 궁금하다.

"이제까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노선경쟁보다는 세력다툼의 장인 경우가 많았다. 열린우리당도 그렇지 않았냐. 2월 전당대회에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노선 경쟁이 나오는 듯 했으나 결국 정동영계와 친노계가 맞붙는 싸움터로 변해서 노선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냐. 한나라당은 더 하다. 한나라당은 수직적 충성에 익숙해서 수평적 논쟁이 일어나면 당이 깨지는 줄 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은 한 번 줄 서도 서너 달뿐이지만 한나라당은 이번에 서는 줄이 대선까지 가는 줄이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가 '줄서기', 혹은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이다. 선거 캠페인도 그렇다. 과거처럼 '내가 전투력이 강하니, 내가 여당이랑 잘 싸우니 나를 뽑으면 대선도 이길 수 있다'란 식으로 호소하고, 여당과 잘 싸울 사람을 뽑는 선거가 돼선 안 된다. '수요모임'은 이번 전당대회를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틀과 경쟁을 만드는 지도부를 뽑는 선거로 보고 이 방향으로 추동하고자 하는데, 솔직히 잘 안 된다."

- 후보와 관련해서는 외부인사를 선호하는 듯 하다. 이유는?

"당내에는 마땅한 인사가 없다. 당 밖에 우리가 원하는 인사들은 정치를 멀리 하려 한다. 그래서 고민이 깊다."

-임태희 의원은 아예 대선주자들이 다 전당대회에 나와서 직접 맞붙으라고 주문하기도 했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주자들을 당 밖으로 돌리다보면 주자들은 활동의 장을 잃고 당은 비중이 떨어지는 경향이 생기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 어차피 대리전이 될 텐데 직접 본선처럼 싸워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대권주자들이 전당대회에 못 나오도록 당헌을 고친 이유는 미리 불거질 수 있는 암투와 경쟁, 그리고 대세론의 심화를 막기 위해서다. 전당대회에서 이긴 사람에게 당장 대세론이 붙을 텐데 그 다음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전당대회는 기존 세력관계를 요식적으로 확인하는 판이 아니라 여러 세력이 저마다의 정치적 콘텐츠를 시험해 보는 장이 돼야 한다. 주자들의 활동을 우려한 것도 그렇다. 뭐 주자들 입장에서는 눈물나게 고마운 소리겠지만, 이제는 대권주자들이 벌거벗고 광야에서 달리는 것이 맞다. 대권 주자들이 당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민생의 바다로 들어가서 역동적으로 자신의 장을 만들고 경쟁을 거치는 것이 맞다."

-6월엔 박근혜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7월엔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가 현직에서 물러난다. '빅 3'가 없는 당, 그리고 현직에서 떠난 '빅 3'가 서로서로 고민스러운 지점일 것 같다.

"각자 고민을 한 텐데 그 분들이 노무현이 망해가고 있으니깐 우리가 이긴다는 한가한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이벤트로 민생정치를 하라는 게 아니라 정말 서민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곳에 가서 체험하고 그 내용을 담아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장 노 대통령을 비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박근혜가 통치하는 나라는, 이명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 이 역시 막연하기는 매 한가지다. 이에 대한 다면 평가가 치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안주하는 자는 움직이는 자를, 성을 쌓는 자는 길을 내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결국 서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열하게 담아내는 그릇이 되고 이를 정치적 힘으로 표출하는 과정을 다이나믹하게 이끌어 가는 사람이 승리할 것으로 본다."

- 당과의 거리는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다 당 안에 계시는 분이다. 당과의 관계는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추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쯤 되면 대의원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 저마다 치열하게 이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주자들을 당에 참여시키는 문제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 이명박 시장은 6개월 전 대선 주자를 선출하는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부분 하나만 놓고는 뭐라고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당헌이라는 것이 어차피 현실의 반영이니 내년 6월 전까지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내년 상반기에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반영될 수도 있지 않겠냐."

"대권 선언? 국민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한다"
▲ ⓒ프레시안

- 전당대회를 거치고 대선까지 가는 과정 상 소장파의 역할은 어떤 식으로 발전할까. 정개 계편 과정에서 독자세력화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는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더 넓게 볼 수 있는 것이고, 경직되거나 편협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기본자세다. 다만 미래세력이라는 정체성은 분명히 하려고 한다. 과거의 경직되고 편협한 이념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맞고 미래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이 될 것이 그 입지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라면 당연히 독자색을 내야 할 것이다. 후보를 따로 낼 것인지 아니면 공유하는 누군가로 할 것인지 등은 방법론이다."

- 원칙을 강조했는데 지금까지 소장파가 보여준 모습이 그 원칙에 부합했는지는 의문이다. 공천비리 과정에서 '정풍운동'을 언급했다가 지도부 책임론으로 얘기가 커지자 얼른 주워 담는 등 몇 가지 전례에서 소장파는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비겁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공천 비리 상황에서는 결국 박 대표가 소장파의 주장을 다 받아들였다. 그 상황이 지도부가 다 썩었으니 몰아내자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도부를 압박해서 비리 혐의자들을 끊어내자는 것이 목적이었고 미흡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결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나."

- 박 대표가 이달 중순께 사퇴하면 원 의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지도부를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바가 없다. 나는 집단의 힘으로 2등이 됐으니 그 뒤의 거취도 집단의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다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3주 동안 공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직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3주 짜리 대표를 맡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 대권 선언 계획은.

"다 때가 있지 않겠나. 월드컵을 보면서 젊은 의원들이, 프로리그에서 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월드컵 주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이 더 큰 게임에서 경쟁하고 승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훈련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내가 뛰는 팀의 감독은 국민이다. 국민의 명령과 작전에 따르고, 팀의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

- 손학규 지사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손 지사가 저평가 우량주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 손 지사의 지지율이 10%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 팀 전력을 위해서는 여러 선수가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그 안에 내가 들어갈 것이냐, 다른 누구를 응원할 것이냐는 사소한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여러 사람이 경쟁해 팀을 승리를 이끄는 것이 내 목표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 그 다자구도 안에 이회창 전 총재도 포함될 수 있을까.
"질문 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노코멘트 하고 싶다. 개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뉘앙스는 전달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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