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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오바마에게 망상을 품지 않는다"

[해외 시각] "당장의 재앙은 피했다. 이제부터 할 일은"

미국 대선이 오바마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의 재선은 미국 진보 세력의 승리인가? 오바마의 승리가 평범한 미국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미국의 전쟁 범죄를 사라지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변화를 내세우고 백악관에 입성했던 오바마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긍정적인 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진보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 경제 위기, 공화당의 발목 잡기 등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투표 당일이던 6일(현지 시각), 미국의 대안 언론 <커먼드림즈(Common dreams)>에 이 문제를 다룬 글이 게재됐다. 필자는 셍크 위구르다. 셍크 위구르는 <커런트 TV>(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시민 참여 방송을 모토로 내걸고 2005년에 설립)의 웹 TV 토크쇼 프로그램인 '영턱스(The Young Turks)'를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로 일했고, MSNBC에서 진행자를 맡은 적이 있으며 <허핑턴포스트>, <폴리티코> 등에 기고도 하고 있다.

셍크 위구르는 오바마의 재선을 미국 진보 세력의 승리라고 여기는 건 착각이라고 봤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도적질을 계획"하는 롬니의 집권을 막기 위해 오바마에게 지지표를 던졌지만, 오바마가 집권 1기 때와 달리 진정한 진보의 모습을 스스로 보일 것이라는 헛된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셍크 위구르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좌지우지하는 '돈의 힘'을 정치에서 제거하기 위해 싸우는 일이다. '노골적으로 나쁜 놈'과 '덜 나쁜 놈' 중 후자에 투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움직인 정치의 지형 자체를 아래로부터 바꿔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거 공학에 매몰되는 대신 장기적으로 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은 대선을 코앞에 둔 한국인들도 곱씹어볼 만한 이야기다. 또한 양당제의 굴레에 갇혀 "참사를 지금 맞을 것인가, 나중에 맞을 것인가"라는 비참한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미국인들의 역사적 경험은 제대로 된 진보 정당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아래는 <커먼드림즈>에 실린 글의 주요 내용이다.

진보 실망시킬 오바마, 그럼에도 내가 지지표 던지는 이유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에 마법을 부리듯 태도를 바꿔서 진정한 진보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008년(의 기억)에 취해 있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직후 공화당과 메디케어(기자-노인 의료 보장 제도), 메디케이드(기자-저소득층 의료 보장 제도), 재량 지출, 그리고 아마도 사회 보장 예산마저 삭감할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대타협)을 할 것이다. 그에 더해, 그들은 세제의 허점을 메워 추가 세입을 확보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법인세를 감면하고 아마도 부유층에 대한 최고 세율을 낮출 것이다.

중산층, 그리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단물을 빨아먹으면서 부유층과 권력자들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은 참 용감한 일이다! 그게 그렇게 용감한 일이면, 왜 양측 모두 자신들이 하려는 것을 선거 전에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가?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무인항공기로 살육하게 하는 공습에 무분별하게 계속 서명할 것이다. 영장 없이 도청하고 무기한 구금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국적 기업들이 요구하는 모든 무역 협정을 통과시키고, 석유 채굴 기록을 경신할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 나라의 최대 문제, 즉 정치를 부패하게 하는 금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10억 달러의 합법적인 뇌물을 거둬들인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에 마법처럼 개혁가로 변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개혁으로 나아가는) 그 방향으로 오바마가 움직이게 만들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압박하는 것이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오바마가 정치인이고, 세계사적인 사건이 오바마를 압박하는 때가 오면 그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오바마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런 의미에서, 난 결코 망상을 품고 있지 않다. 그런데 왜 오바마에게 지지표를 던지느냐고? 간단하다.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롬니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내겐 놀라운 일이다.

(당신이 이미 백만장자가 아니라면) 롬니가 자신들을 위해 싸워줄 것이라고 누가 제정신으로 믿겠는가? 롬니는 부유층을 위한 부시의 감세 조치가 현존하는 상태에서 20퍼센트의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롬니는 상속세를 없앨 것인데, 그렇게 하면 셀던 아델슨(기자-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의 카지노 자본가)은 약 9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부유층과 권력자를 이보다 더 잘 대변할 수는 없다. 어떻게 이 나라 사람의 거의 절반이 이런 사실을 보지 못한다는 말인가?

롬니가 가져올 소득 불평등은 터무니없이 불공정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치명적이다. 이런 규모의 소득 불평등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엄청난 경제 붕괴 현상에 직면했었다. 대공황 때도 그랬고, (기자-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그랬다.

이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은행에 대한 규제가 추가로 철폐되며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미디어가 (기자-이른바) '사실 보도의 종언'에 겁을 집어먹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쟁 직전에도 미디어는 공화당의 말도 안 되는, 논란거리 주장에 대해 논하는 것이 편향 보도라고 여겼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나? 9.11테러를 통해 미국을 공격한 이가 사담 후세인이라고 미국인의 거의 70퍼센트가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은 기만당했다.

지금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고 있다. 롬니의 세금 관련 계획이 부자들에게 몇 조 달러를 거저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미디어는 미국인들에게 결코 명확히 전하지 않았다. 롬니의 계획대로 된다면 지출 삭감이 거의 대부분 중산층에 대한 부분에서 이뤄질 것이고, 롬니가 미국 역사상 최대의 도적질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거의 속아서 또 다른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지경에 이르렀다. 거의.

궁극적으로, 오바마가 승리할 것이다.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이를 자신들의 승리로 간주하는 잘못을 범해, 몇 달 후 그랜드 바겐이 이뤄지면 몹시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나? 참사를 지금 맞을 것인가, 나중에 맞을 것인가 말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다. 투표는 선택지 중 하나(매우 중요한 하나)이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당신은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선택지 중 가장 나은 쪽에 투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앙을 방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기적으로 당신은 예비선거에서 진정한 진보를 위해 싸워야 한다. 그래야 당신은 총선 때 현실적인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가 정치에서 돈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민주·공화) 두 정당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거둬들였는지 떠벌리는, 합법적인 뇌물이 판치는 이 미친 체계를 멈출 때까지, 단기적으로 우리가 좋은 선택지를 가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루스 페인골드(기자-민주당 상원의원)가 말한 것처럼, 공짜 점심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치인에게 1000만 달러를 공짜로 기부하는 것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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