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에서의 외교문제와 침체되어 있는 경제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바마는 이 과제들을 '아시아로의 중심 축 이동 (Pivot to Asia)'과 감세 연장을 중단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 가능성 열어놔
오바마는 첫 임기 때 일방주의를 배격, '세계와의 화해'를 주장하며 대통령에 취임했다. 실제로 그는 2009년 카이로 연설을 통해 중동지역에서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서도 단계적 철군 및 전쟁 종료를 통해 상황을 마무리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러한 외교 원칙이 아시아에도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오바마는 유세과정에서 '아시아로의 중심 축 이동 (Pivot to Asia)'이라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제시했다. 전략적 이익의 중심을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책전환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G2라고 불리는 중국과의 관계설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오바마는 봉쇄와 협력을 동시에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바마는 한국, 일본을 비롯해 인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호주를 아우르는 국가들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 지난 2월 미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첫 만남을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왼쪽) ⓒAP=연합뉴스 |
미국은 이런 행보에 대해 중국을 포위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9월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활동은 아시아가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함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앙대학교 손병권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지난 9월 클린턴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이후 양국관계가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커지니까 불안한 심리가 있을 것이다. 동맹국 역시 중국의 세력 확산을 불안해하기도 한다. 이런 불안심리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아시아로의 회귀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선 침체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 역시 국내 빈부격차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국내사정 때문에 당분간은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손 교수는 "미국은 산적한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원거리에서 중국의 팽창 경향을 막는 정책을 구사할 것"이라며 "호주, 인도, 베트남 등의 나라들과 전통적 우방인 한국, 일본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개입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을 "긴장 속에 현상을 유지하려는 의도"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강화하여 미·중 관계의 악화일로를 막고 협력의 관계로 갈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지난달 22일 외교정책을 주제로 열린 3차 대통령후보 TV토론회에서 "중국이 규칙을 따른다면 국제사회에서 잠재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 감세 연장 중단을 통한 재원 조달
오바마 경제정책의 핵심은 부시 행정부 때 감세됐던 세금 연장을 중단해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른바 '버핏세'라 불리는 부자 증세와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을 옹호하고 있다.
오바마는 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은 인하해야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과세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세율이었던 40%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간소득 20만 달러 (부부합산 25만 달러) 이상 가구의 소득세율을 현재 35%에서 40%로 높이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바마는 각종 유세 현장에서 "클린턴 행정부 당시 최상위 소득계층의 부자들에게 재정적자 감축과 직업훈련, 교육, 연구개발, 복지 등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세금을 요구했었다"며 "그 결과 2천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빈곤층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손병권 중앙대교수는 "오바마의 증세 정책은 부시 행정부 이후 유지됐던 감세 연장을 연간소득 20만 달러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세율 자체가 워낙 낮은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현재 적자를 해소 못하면 예산을 깎겠다고 했는데, 모든 예산을 일괄적으로 삭감할 경우 우리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국방예산 삭감의 문제를 꼽았다. 손 교수는 미국이 국방비를 삭감할 경우 당장 동맹국들의 안보 불안이 나타날 수 있고, 방위비 분담 문제에 있어서도 동맹국들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예산 삭감 문제는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예산 삭감이 쉽게 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출을 어디서 줄일지 대통령과 의회 간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예산 합의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모든 분야에서 예산이 삭감될 수 있는데 대통령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의회와의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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