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유세가 나쁜 세금? 문재인 캠프, 그건 아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유세가 나쁜 세금? 문재인 캠프, 그건 아니다

[대선쟁점 일문일답] <12> 민주통합당, 잘못 생각하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부유세'가 대선 정국에서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부유세 신설을 제기했다가 하루 만에 개인 의견이라며 물러서는 해프닝이 있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는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이 문제를 다룹니다.

1. 먼저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부유세라는 게 정확하게 어떤 겁니까?
⇨ 부유세는 개인이 소유한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뺀 나머지 순자산액에 대해 일정 세율로 과세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과세대상은 나라마다 많이 다릅니다만 전문가들이 고액자산가라고 할 때는 거주주택과 동산을 제외하고 투자자산이 순액으로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 우리 돈으로 순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사람을 말합니다.

2. 전 세계에서 고액자산가는 모두 몇 명이나 됩니까? 또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 전 세계에서 투자자산이 100만 달러(순액) 이상인 고액자산가는 100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가 70억 명쯤 되므로 이 중 1/700, 즉 0.143%가 고액자산가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액자산가 수가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사람은 모두 14만 명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8%입니다.

3. 부유세 신설론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는 어떤 입장인가요?
⇨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부유세 신설' 주장 발언에 대해 박근혜 캠프는 사견일 뿐 당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에서 부유세 신설을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논의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 후보도 이와 관련하여 "최종적으로 당의 공약이나 입장이 어떻게 될 건가 하는 것은 공약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공약위를 거쳐서 결정되는 것만이 확실하고 책임질 수 있는 공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 문재인 후보 쪽에서는 상당히 강하게 김무성 본부장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 문재인 후보 측은 '부유세 신설론'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우상호 선대위 공보단장은 자신들이 오랜 기간 검토해본 결과 적합하지 않은 세금이라고 판단해서, 부유세 신설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후보 측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도 부유세는 얼핏 보면 서민을 후련하게 하는 느낌을 주지만 "썩 좋은 세금은 못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5. 안철수 후보 측은 부유세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 안철수 후보 측은 복지 재정 확충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부유세 도입을 검토할 수는 있다는 입장입니다. 안철수 캠프의 전성인 경제민주화포럼 대표는 12일 "불가피하다면 부유세 도입도 검토하겠지만 1차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부유세 도입이 1차적인 과제는 아니지만 불가피하다면 도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 과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부유세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었습니다.
⇨ 민주노동당이 부유세 이슈로 주목받았던 2004년 5월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 중 69.1%가 부유세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최근에는 찬성률이 더 높아졌는데요.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해 1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지 확대를 위해 최상위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81.3%가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7. 문재인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이 부유세에 대해서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요?
⇨ 이 위원장은 모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요. 하나는 상속세보다 열등하다는 것입니다. 즉, 상속세는 공짜로 물려받는 자산에 과세하는 것이지만, 부유세는 자기 노력이 많이 들어가 있는 자산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상속세보다 열등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과세대상이 되는 여러 자산들을 차별 없이 묶어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즉, 부유세 과세대상이 되는 자산 중에는 토지와 같이 세금을 무겁게 매겨야 할 것도 있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매겨야 할 것도 있는데, 그것을 차별하지 않고 다 묶어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8. 이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가 가능한가요?
⇨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 위원장은 부유세가 자기 노력이 많이 들어가 있는 자산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상속세보다 열등하다고 했는데, 그것이 부유세를 반대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소득세, 법인세도 존재 근거를 잃게 됩니다. 또 이 위원장은 과세대상이 되는 여러 자산들을 차별 없이 묶어버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는데, 이것 또한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닙니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자산은 나쁜 것이고 금융자산은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부동산 투기도 나쁜 것이지만 금융 투기도 이에 못지않게 나쁜 것입니다. 다시 말해 투기란 다 나쁜 것입니다. 또 이 위원장이 그렇게도 금융자산을 선호한다면 금융자산부문과 비금융자산부문을 나누어서 별도의 부유세를 신설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문재인 후보와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연합뉴스

9. 부유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자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2004년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문서를 보면 부동산과 예금·주식 등 금융자산, 그리고 개인채권, 골프장 회원권, 골동품, 귀금속 등이 부유세 과세대상으로 예시되어 있습니다.

10. 이 위원장은 또 모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선진국들 중에서도 부유세를 과세하는 나라 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부유세를 신설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 위원장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그런 논리가 바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자감세'를 감행하면서 내세운 논리입니다. 선진국들이 소득세 비중을 낮추니까 우리도 소득세 비중을 더 낮추자는 것이 강만수 전 장관의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선진국들과 우리는 처지가 많이 다릅니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소득세 비중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소득세 비중을 좀 낮추고 사회보험료 비중을 높이는 추세입니다. 부유세를 폐지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소득세 비중을 높여야 하고 또 부유세도 신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논리적인 일관성이 있는 겁니다.

11. 선진국들이 소득세 비중을 낮추고 사회보험료 비중을 높인다고 했습니다. 관련 통계를 소개해 주세요.
⇨ 1990년과 2009년 사이 20년간을 비교해 보면 OECD 회원국들의 총 조세액 대비 소득세 비율은 29.6%에서 24.7%로 4.9%포인트 낮아진 반면, 사회보장세 즉 사회보험료 비율은 22%에서 26.6%로 4.6%포인트 높아졌습니다.

12. 우리나라의 GDP 대비 소득세 비율은 어느 정도 되나요?
⇨ 200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소득세 비율은 3.6%로 OECD 평균 8.7%의 절반도 안 됩니다.

13. 우리나라에 부유세를 도입하면 1년에 어느 정도의 세수가 확보되나요?
⇨ 어떤 나라의 부유세제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세수가 많이 달라집니다. 가장 강한 부유세제를 가진 나라는 룩셈부르크인데 2007년 이 나라의 GDP 대비 부유세 비율은 2.34%였습니다. 2013년 우리나라 GDP가 1380조 원이라 가정할 경우 룩셈부르크의 부유세제 도입에 따른 세수효과는 32조 원에 달합니다. 그 다음은 스위스로 GDP 대비 부유세 비율이 1.37%였습니다. 스위스의 부유세제를 도입할 경우 세수효과는 19조 원입니다. 캐나다,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의 GDP 대비 부유세 비율은 0.18~0.35%로 이들 국가들의 부유세제를 혼합해서 도입할 경우 세수효과는 2.4~4.8조 원이 될 것입니다.

14.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가 부유세를 공약에 넣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요?
⇨ 박근혜 후보 캠프는 결코 부유세를 공약에 넣지 않을 것입니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잃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 캠프도 부유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부유세는 붕괴하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캠프도 검토는 하겠지만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안철수 캠프의 전성인 교수가 "불가피하다면 부유세 도입도 검토하겠지만 1차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이 발언은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5.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가 경착륙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부유세를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충분한 논리로 부유세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 민주통합당이 부유세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부유세는 나쁜 세금이 아닙니다. 참여정부의 대표상품인 종합부동산세가 부유세의 일종입니다. 또 여야가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인하도 부유세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종합과세의 완결판이 부유세인데 그게 나쁜 세금이라니, 민주통합당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문재인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집권한다면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사라지는 시점에 맞추어 부유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선진국들이 레이거노믹스의 영향을 받아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좀 줄여주었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