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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삼성-MB의 '줄·푸·세'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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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삼성-MB의 '줄·푸·세' 커넥션

[대선쟁점 일문일답] <11> '줄·푸·세' 폐기 없이 경제 민주화 없다

최근 월간지 <신동아>(2012년 9월호)가 "경제민주화 칼 뺐다는 박근혜 주변에 친재벌 즐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이 기사의 내용을 참고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근들의 이력과 성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신문사 중 하나인 동아일보사가 발간하는 <신동아>가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근들의 친재벌 성향에 관한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 동아일보사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A>가 삼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종편 <JTBC>와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신문사가 발간하는 <신동아>가 종종 재벌들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2. 역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신문사 중 하나인 <조선일보>도 과거에 삼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중앙일보>와 맞설 때는 재벌들에게 견제구를 날리곤 했습니다.
⇨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와 맞설 때는 이중플레이를 많이 했습니다. 재벌들에게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날리면서 <중앙일보>를 견제하고, 또 그것을 통해 자신들이 친서민적인 것처럼 위장하고, 대립 국면이 지나가면 대기업 광고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재벌 행태를 보이고…. 이런 행태 때문에 구독자들 중 상당수는 이 신문들이 상당히 중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것이 이 신문들의 생존방식, 즉 이중플레이를 통한 생존방식인데 말입니다.

3. <신동아>(9월호)에 따르면 박 후보 측근들 중에는 대기업 출신이거나 재벌총수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즐비하다고 합니다. 또 대기업들도 박 후보 주변에 줄을 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 이 잡지에 따르면 삼성은 확실한 선을 잡았는데 대기업들 중 일부는 선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4.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삼성의 로비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 MB정부의 경제정책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그런데 강 전 장관의 정책과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삼성연으로 약칭)의 보고서들을 보면, 그 내용이 대부분 일치합니다. 강 전 장관의 거의 유일한 저서가 2005년에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인데, 그 저서를 출간한 곳이 삼성연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5. 삼성연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었던 2008년 1월과 2월, MB노믹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감세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은 바 있습니다.
⇨ 이 연구소는 그해 1월 30일, '경제개혁을 주도한 국가지도자 6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고, 2월 13일에는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2007년 박근혜 후보가 주장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와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삼성연-이명박-박근혜'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MB노믹스가 완성되었고, 강만수에 의해 그것이 실천에 옮겨진 것입니다.

6. 삼성연이 2008년 1월 내놓은 '경제개혁을 주도한 국가지도자 6인'이라는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습니까?
⇨ 이 보고서는 "시대적 흐름을 통찰한"(?) 국가지도자로 6인을 추천했는데, 그 6인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 네덜란드의 루드 루버스입니다.

7. 삼성연이 6인을 추천하면서 MB정부에 제시한 정책적 키워드(핵심어)는 무엇이었나요?
⇨ 삼성연은 6인을 추천하면서 5가지의 정책적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민영화, 감세, 규제개혁(규제완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노사정대타협이 그것입니다.

8. 5가지의 정책적 키워드 중 삼성연이 특별히 강조한 것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진국의 대부호들이 부자감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삼성연이 좀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 선진국 대부호들 중에서 부자감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워런 버핏 회장입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스> 등에 실린 칼럼과 각종 인터뷰를 통해 감세론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9. 워런 버핏은 감세론자들을 어떤 논리와 근거로 비판하고 있습니까?
⇨ 그의 감세론 비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감세론자들은 부자들에게 감세하면 소비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했는데, 그런 주장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둘째, 또 감세론자들은 감세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 했는데, 세율이 높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4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지만 세율이 낮아진 2000년대 이후에는 창출되는 일자리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셋째, 또 감세론자들은 세율이 높으면 투자를 안 한다 하는데, 자신의 지난 60년간의 투자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자본소득세가 39.9%에 달했던 1976~1977년에도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꺼렸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 선진국의 다른 대부호들도 버핏과 비슷한 논리로 감세론자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버핏의 주장에 동의와 지지를 표하고,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거부함으로써 자신들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수백 명의 미국 기업가들과 부유층이 만든 단체인 '재정건전성을 바라는 애국적 백만장자들'도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오류로 드러난 공급경제학을 근거로 감세를 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 질타하고, "최부유층에 대한 감세는 경제성장에 아무런 효과가 없고 예산재앙만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11.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 중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유난히도 법인세 감세에 집착이 강한 것 같습니다.
⇨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관료 생활을 하다 1984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비서실 상무로 입사한 뒤 2000년 1월까지 대우에 몸담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때 경험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도 경험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겁니다. 경험주의의 오류란 현실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여 과거로 현실을 해석하고 재단(裁斷,옳고 그름을 가려 결정)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12. 이 원내대표가 경험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근거가 있나요?
⇨ 이 원내대표는 감세의 투자유인효과와 경제성장 유인효과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입니다. 감세의 투자유인효과를 검증해 보기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한계투자성향(marginal propensity to invest)이라는 지표입니다. 여기에서 한계투자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투자에 쓰인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냅니다(한계투자성향 = 투자의 증가분 / 소득의 증가분).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을 산출해 보면 1980년대에는 1.19, 1990년대에는 1.1, 2000년대에는 0.36으로 나타납니다.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시스

13.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이 0.36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이 0.36이라는 것은 기업들에게 1조원의 감세를 할 경우 이 중 3600억 원만 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정부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저소득층들에게 1조 원의 복지지출을 늘려서 1조 원의 소비를 유도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들에게 1조 원의 감세를 해서 3600억 원의 투자를 유도할 것인가. 경기회복 유도효과는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더 큽니다.

14. 저소득층에게 1조 원의 복지지출을 늘리면 1조 원의 소비가 유도된다는 증거가 있나요?
⇨ 복지지출의 소비확대효과를 검증해 보기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이라는 지표입니다. 여기에서 한계소비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에 쓰인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냅니다한계소비성향 = 소비의 증가분 / 소득의 증가분).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최근 6년간(2003~2009년)의 우리나라 한계소비성향을 산출해 보면 상위 10% 계층이 0.354, 하위 10% 계층은 1.309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15. 하위 10%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1보다 크다는 것은 이들에게 1조 원의 소득이 늘어날 경우 소비는 그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가요?
⇨ 그렇습니다.

16. 보수진영 학자들은 복지와 소비는 낭비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을 지원해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그런 주장은 소비와 투자에 대한 기본 인식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소비와 투자의 차이는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승용차라도 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비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합니다. 국민계정상 신축아파트를 구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전문기관들이 투입-산출 분석을 할 때 소비, 투자, 수출의 단위당 효과가 같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17. 그래도 단위당 설비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건설투자나 소비에 비해 큰 것 아닌가요?
⇨ 물론 단위당 설비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건설투자나 소비에 비해 큽니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의 단위당 효과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처럼 정부가 기업에 1조 원을 지원했는데 기업이 이를 토대로 1조 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지출했다면, 그때는 분명 1조 원의 건설투자나 1조 원의 소비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처럼 정부가 기업에 1조 원을 지원해서 이 중 3600억 원만이 설비투자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18. 우리나라 법인세 감세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2004년 서울시립대의 임주영 교수와 한양대의 고종권 교수는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감세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법인세 감면제도의 일종)의 투자유발 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제도의 투자유발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외 다수 학자들도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를 얻었습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설비투자액의 7~15%에 달하는 액수를 법인세에서 경감해 주는 매우 파격적인 제도입니다.

19. 정부도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확대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의 일몰(=한시법의 종료)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확대효과가 없다고 하자, 정부가 이것의 일몰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수혜자인 대기업들이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일몰은 하지 못하고, 제도를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로 바꾸어 존속시켰습니다.

20.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면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확대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투자와 무관하게 법인세 감세를 하면 투자확대효과가 나타난다고 강변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요?
⇨ 명백한 모순입니다.

21.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박 후보는 9월 초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07년 경선 당시 자신의 공약이었던 줄·푸·세와 현재 내세우고 있는 경제 민주화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율을 낮추는 건 현 정부 들어 상당 부분 실현됐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겁니다.

22. 박 후보의 말은 MB 정부의 부자감세가 자신의 생각과 같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런데 부자감세로 재정수입이 줄어들면 그가 주장하는 27조 원(연평균)이 드는 복지공약은 실현가능할까요?
⇨ 박 후보는 그날 방송에서 자신이"재원을 마련할 때 6:4 원칙을 말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6은 씀씀이에서 줄이고 4는 비과세 감면 조정이나 지하경제를 투명화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27조 원(연평균)의 복지공약 재원 중 60%인 16조 원을 씀씀이를 줄여서 해결하고, 나머지 11조원을 비과세 감면 조정이나 지하경제를 투명화해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조세·재정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23. 이명박 대통령을 따르는 친이세력들과 박 후보를 따르는 친박세력들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경제정책 기조는 쌍둥이처럼 흡사해서 MB정부가 박 후보의 줄·푸·세 공약을 엄청나게 많이 실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MB정부의 정책기조는 줄·푸·세 기조와 거의 90% 이상 일치합니다. MB정부는 부유층과 대기업이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부자감세를 강행해서 '줄'(세금을 줄인다)을 실천했고, 수도권 규제완화와 대형유통업체 규제 기피를 통해 '푸'(규제를 푼다)를 실천했으며, 집회와 시위, 노사분규 등으로 매년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난다며 '세'(법질서를 세운다)를 강조했습니다.

24. MB정부가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기피했다는 근거가 있나요?
⇨ 지금도 지식경제부는 대형유통업체 규제에 부정적입니다. 이들은 2000년대 내내 WTO 규범 때문에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할 수 없다며 거짓말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달리 WTO는 국내외 자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중소유통업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경부는 또 2009년 10월에는 대형마트가 가입해 있는 체인스토어협회로부터 연구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엉터리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가 소형슈퍼가 아니라 대형마트라는 황당한 보고서를 낸 겁니다.

25. 집회와 시위, 노사분규 등으로 매년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난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입니다. 논란이 되었던 당시 우리나라 총범죄건수는 172만 건(2006)이었고, 그중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분류된 것이 689건이었습니다. 당시에 한미FTA 반대운동이 많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689건은 매우 적은 것입니다.

26. 보수진영 학자들은 노사분규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2006년 당시 전체 취업자 수는 2315만 명이었고 이들의 1년 총노동일수는 57억 8775일이었으며, 그해 노사분규로 인한 전체 노동손실일수는 120만 일이었습니다. 총노동일수 대비 노동손실일수 비율은 0.0208%입니다. 이것은 노사분규가 그해 성장률 5.1%p 중 0.0208%p만큼의 성장방해를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큰 수치는 아닙니다. 선진국 평균 수준입니다.

27. 총범죄건수 172만 건이 GDP 성장률의 1% 손실을 가져온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GDP 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치는 위법행위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탈세와 교통사고입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0%가 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손실액도 소규모 전쟁과 유사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대기업의 횡포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해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 몰락하는 것도 경제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줍니다. 이 세 가지와 각종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합치면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가능할 듯도 합니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 노사분규 등으로 매년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난다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28. 박 후보도 지하경제 축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정치인들은 늘 그렇게 그럴듯한 말만 합니다. 우리나라 세무조사 비율을 보면 미국과 일본의 1/3~1/5 수준입니다. 현 정부 들어와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 중 어느 누구도 세무조사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하경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입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29. 다시 <신동아> 기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신동아>는 박 후보의 대표적인 대기업 출신 측근으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지목했습니다.
⇨ 현명관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삼성종합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쳤고 최근까지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있던 전형적인 삼성맨입니다. 그런데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현 전 회장이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 민주화 방향을 입안하는 정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는 2007년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단으로 활동하면서 박 후보와 인연을 맺은 뒤 이번에 공식적으로 캠프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에 대해 2007년 '줄·푸·세' 때에는 그의 경력이 어울렸지만 경제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30. 현 전 회장은 <서울신문>이 꼽은 박 후보 최측근 15인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 <서울신문>이 꼽은 박 후보 최측근 15인의 면면을 보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제외하고, 13인 대부분이 경제 민주화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 중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노골적으로 경제 민주화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는 줄·푸·세를 전면에 내세울 당시의 박 후보 태도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31. <신동아>는 박 후보 주변에 대우그룹 출신들이 유난히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박 후보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사람들 중에 대우맨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대우그룹 밥을 먹었고, 박 후보 정책 생산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안종범 의원과 강석훈 의원도 대우경제연구소에 재직한 적이 있습니다. 친박계 핵심이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조원진 의원은 대우의 중국법인 기획조사부 부장 출신인데, 조 의원은 지금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자주 만난다고 합니다.

32. <신동아>는 이들 외에도 박 후보 주변에 친재벌 인사들이 부지기수로 많다고 소개했습니다.
⇨ 이 잡지에 따르면 박근혜 경선 캠프의 김호연 총괄본부 본부장은 빙그레 회장 출신이고,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국내 최대 고무 회사인 동일고무벨트의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김호연 의원의 재산은 2250억 원이고, 김세연 의원은 1145억 원입니다. 국회의원 중 내로라하는 갑부들이 박근혜 재벌개혁의 선봉에 서 있는 겁니다.

33. 2007년에 박근혜 후보에게 줄·푸·세 공약을 만들어준 사람들이 이번에도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2007년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정책'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입니다. 그는 박 후보와 함께 경제 정책을 공부해 온 '5인 공부 모임' 멤버로, 당시 박 후보의 경제 정책을 만들었던 경제자문회의를 주도했습니다. 그는 새누리당 경선 때도 국민행복캠프 7인 정책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근혜의 최측근 경제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최근 그는 박 후보가 "줄·푸·세 기조를 폐기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34. 안종범 의원도 2007년 당시 줄·푸·세 공약을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안 의원도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박 후보와 함께 경제 정책을 공부해 온 5인 공부 모임 회원이었고, 경선 캠프에서 7인 정책위원회 위원이었습니다. 그는 2002년에는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민생·복지 특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35. 안 의원은 지난 3월 모 방송사 라디오에 출연해 "세금을 줄이는 게 친기업이라고 하는 등식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 안 의원은 감세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더 많이 하고 고용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 또 근로자한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친기업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황당한 주장입니다.

36. 황당한 주장이라는 근거가 있나요?
⇨ 기업들에게 1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게 친기업적이고, 반대로 기업들에게 1조 원의 세금을 거두어서 서민들에게 1조 원의 복지지출을 늘리면 그게 친서민적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전자만큼은 친기업적인 게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주장입니다. 안 의원의 머릿속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겁니다. 1조 원의 대기업 감세와 1조 원의 복지지출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소개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합니다.

37. 박 후보의 경제 정책 핵심 참모로 알려진 강석훈 의원은 또 어떤 사람입니까?
⇨ 강 의원도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경제공약'인 줄·푸·세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했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전 국민의 관심사인 경제 민주화 이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1, 2, 3호 법안'에 대해서 안종범 의원과 강석훈 의원은 단 한 번도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38. '경제민주화 1, 2, 3호 법안'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박 후보의 경제정책 핵심참모라는 두 의원이 서명하지 않았을까요?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경제 민주화 법안'1호는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 강화를, 2호는 재벌의 사익 편취 차단을, 3호는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법안에 서명을 못할 정도라면 그들에게 재벌개혁 의지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39. 박 후보 측근의 대다수가 친재벌이고 줄·푸·세 신봉자들이라고 보면 지나친 평가일까요?
⇨ 어디까지를 측근으로 보아야 하느냐가 논란거리가 되겠지만, 아직도 박 후보가 줄·푸·세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박 후보 측근의 90% 이상이 여전히 친재벌이고 줄·푸·세 신봉자들이라고 봅니다. 측근들 중 일부는 경제 민주화의 중요한 이슈가 대주주들이 일감 몰아주기나 독점 등 회사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 생색을 내는 것으로 재벌개혁에 근접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해서 내놓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법안에 따른 세수효과는 겨우 50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40. 박 후보가 재벌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요?
⇨ 줄·푸·세 원칙을 폐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MB정부의 친재벌정책과 결별하는 것이고, 경제 민주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근에 나온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법인세 감세 철회·인상안을 보면, 시민단체안의 세수효과가 7~8조 원이고, 민주당안이 3~4조원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연평균 27조 원의 복지지출을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현실성과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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