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안철수는 정말 외줄타기 곡예사일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안철수는 정말 외줄타기 곡예사일까?

[대선쟁점 일문일답] <9> 안철수 후보가 시급하게 고쳐야 할 점

1. 최근 <서울신문>(9월 26일)은 안철수 대선후보의 캠프를 일컬어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 그 기사 내용이 안 캠프 현실과 100%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50%만 일치한다 해도 안 캠프가 아슬아슬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2. 이 기사에 따르면 안 후보가 조직 내 '라인 형성'을 극도로 경계해 안 캠프에는 학연·지연·혈연을 고리로 한 연줄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고를 기반으로 한 실세도 없고 역설적으로 '연줄의 힘'을 통해 만들어지는 조직력도 없다 합니다. 라인, 실세, 조직이 전무한 '3무(無)' 캠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정치란 사회적 자원 배분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고, 권력은 곧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치과정에서 어느 캠프가 라인, 실세, 조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최고권력자의 영향력만을 인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안 후보는 왜 동서고금의 행정학자들이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균형 있게 인정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안 후보는 2인자 행세를 하려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내치는 행동을 보여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 2인자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도 좋지 못합니다. 이상적인 정치지도자와 2인자의 관계는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전자에게는 덕(德)이 있어야 하고, 후자에게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 후보는 자신에게 덕(德)과 통찰력이 모두 있기 때문에 2인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지나친 '자기확신'입니다.

4. 역대 대통령들이 2인자 행세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크게 낭패를 보았기 때문에 안 후보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닐까요?
⇨ 2인자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선후보가 2~3명 이상의 2인자 그룹을 인정하고 이들을 서로 경쟁시키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를 경쟁시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은 용인술은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겨냥해야 하는 대선주자로서는 적절한 것입니다. 2인자 그룹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안 후보 용인술보다는 낫다는 뜻입니다.

5. 박 후보에 대해서도 '독재적'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 이상적인 정치 지도자는 1시간의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고 할 때 참모들에게 50분 동안 충분히 논쟁하도록 하고, 마지막 5~10분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민주성과 효율성이 최대화됩니다. 물론 1시간 내내 논쟁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소규모 조직에서나 효율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박 후보는 1시간 내내 듣기만 하고, 결정은 토론 결과와 무관하게 혼자 한다고 합니다. 독재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6. 또 이 신문에 따르면, 안 캠프는 논쟁 자체를 해본 적이 없고, 대부분의 회의는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주재하며, 중요한 결정은 안 후보 혼자서 한다고 합니다.
⇨ 안 후보가 선호하는 이런 의사결정 구조는 거대한 행정조직이나 정치조직을 운용하는 데는 득보다 실이 큽니다. 정치조직과 행정조직은 그 특성상 연구조직, 기업조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7. 또 이 신문에 따르면, 안 캠프는 모든 구성원이 수평적 관계에 놓인 가운데 안 후보 홀로 정점에 서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후보가 어느 순간 독선적 결정을 내리려 할 때 개방성이 순식간에 폐쇄성으로 변질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어느 경우든 극단은 좋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지나치게 수직적인 조직들이 많기 때문에 조직을 수평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대안이 극단적으로 수평화된 조직이 될 수는 없습니다.

8. 정책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안 후보는 대선출마 직후부터 '혁신경제'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이 무엇입니까?
⇨ 안철수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9월 26일)에 출연해 발언한 바에 따르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견기업, 창의적 기업 주도로,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경제산업으로 발전하는 궤도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것의 키워드를 혁신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9.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라는 구호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최근 거버넌스(協治)와 관련된 진보진영의 고민은 관치와 시장맹신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입니다. 정부 주도니 민간 주도니 하는 논란은 10년, 20년 전에 있었던 식상한 논란 아닌가요?
⇨ '민간 주도로'라는 구호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구호입니다. 관치도 문제지만 시장맹신주의도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예컨대 공기업 개혁 문제, 관치로 풀어야 합니까, 민영화로 풀어야 합니까? 정답은 관치도 아니고 민영화도 아닙니다. 거버넌스 개혁으로 풀어야 합니다. 대학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치로 풀어야 합니까, 사학재단 자율로 풀어야 합니까? 거버넌스 개혁으로 풀어야 합니다.

10.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게 뭡니까?
⇨ 거버넌스는 일방적인 통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정치권력과 국민들(혹은 시민들)이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공적기구를 운용해 가는 공적기구 운용원리를 말합니다. 즉 행정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아래로부터 주민 통제가 발전하여, 주민들이 공적기구의 공적 의사결정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거버넌스 개혁에 가깝습니다.

11.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주세요.
⇨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상호 견제하며 예산을 통과시키고 그것을 집행했다면 그것은 조례와 같은 효과를 가집니다. 이때 일반 시민들은 이 의사결정구조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위임된 권력에 의해 일방적 통치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주민들이 이 의사결정구조에 상당부분 참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것은 일방적 통치에서 쌍방향 협치로 일정 부분 나아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2. 박 시장의 거버넌스 개혁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 박 시장은 고위직 비서진과 고위직 공무원이 만나 공동기획을 하게 하고, 이들이 기획한 것을 고위직 혹은 중간관리직 공무원들이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조율을 하며 그 내용을 채우게 하고, 또 그 내용들에 대해 현장 실무자들과 시민들이 의견을 내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중첩적인 소통을 통해 전문성과 현실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물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적 의사결정구조의 개혁방향은 그쪽으로 가야 합니다. 특히 공기업 개혁이나 대학 개혁은 거버넌스 개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13. 안 후보는 혁신경제를 핵심구호로 내세우면서 '민간자율'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또 민주당의 재벌개혁론에 대해서는 근본주의적인 접근이라 비판했습니다.
⇨ 근본주의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은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인데, 민주당의 재벌개혁론이 근본주의적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극단적인지는 의문입니다. 민주당의 재벌개혁론은 강도가 세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모델 내에서 재벌개혁을 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근본주의적인 게 아니라 점진적입니다. 일부 이해관계자자본주의적 요소가 가미되기도 하지만 그 부분은 극히 적습니다.

14.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는 어떻게 다른가요?
⇨ 대표적인 기업지배구조 모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주주자본주의모델(미국식)과 이해관계자자본주의 모델(독일식)이 그것입니다. 전자는 기업을 주주들의 재산으로 보고 기업경영의 목표 역시 주주들의 이익극대화에 둡니다. 반면 후자는 기업을 사회적 공기(公器)로 보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부의 창출을 강조하며 주주, 경영자, 채권자, 근로자, 소비자, 지역단체 등의 공동이익을 중시합니다.

15. 두 가지의 기업지배구조 모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주주자본주의모델은 이사회 중심의 일원적 기업지배구조를 갖는 반면, 이해관계자자본주의 모델은 이사회와 감사회로 구성되는 이원적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감사회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감사회는 회사의 장기전략 또는 주요 결정에 대한 사전승인 또는 사후보고를 받으며 이사의 임면에 개입하고 기업의 경영진을 감독, 견제합니다. 독일의 경우 감사회는 종업원 대표와 주주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종업원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감사들은 주주총회에서 선출합니다.

16. 지금 민주당은 이해관계자자본주의 기업지배구조모델(독일식)을 지향하지 않고, 단지 주주자본주의 모델(미국식)을 견지하면서 점진적인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안 후보가 이를 두고 근본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인가요?
⇨ 그렇습니다.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17. 안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진보진영의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 안 후보는 민주당의 법인세 감세 철회론과 통합진보당의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 우선 감면제도를 손질해서 실효세율을 높이고, 그 다음에 구간 조정을 검토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단계론적 접근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법인세 감세 철회 및 인상과 조세감면 감축은 병행과제이지 단계론적 과제가 아닙니다.

18. 단계론적 접근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 민주당과 안 후보의 보편적 복지론은 내용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것을 현실화하려면 향후 5년간 최소한 30조 원(연평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안 후보처럼 법인세 감세 철회 및 인상과 조세감면 감축을 병행과제로 강도 높게 추진하지 않으면, 확보되는 재원은 몇 조 원에 불과할 것입니다.

19. 안 후보가 대선출마 직후,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수원 못골시장을 방문해서 혁신경제를 언급했는데, 그곳에서 핵심화두를 던진 배경은 뭘까요?
⇨ 지역경제학에서 말하는 '혁신'이란 특정 지역의 성공사례를 다른 지역이 벤치마킹하면서 발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다른 지역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데 과도해 보일 정도로 열성을 쏟고 있습니다. OO축제, XX축제, 별의별 축제들을 벌이면서 다른 지역 성공사례를 베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가 수원 못골시장에 가서 전국의 전통시장들도 못골시장을 본받아서 열심히 혁신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이것은 상당히 생뚱맞다는 느낌입니다.

20. 보수언론들도 농민들이나 소상공인들의 성공사례를 자주 보도합니다.
⇨ 보수언론들은 여타 부분과 비교하여 농민과 소상공인의 성공사례가 극히 적은데도 불구하고 이들 중 극소수 성공사례를 추출하여 노력영웅 만들기에 열중합니다. FTA 파도가 몰아치고 대형 유통업체 파도가 몰아쳐도 성공한 농민과 소상공인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농민들이나 소상공인들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집어넣고 나서 '성공이란 사람하기 나름'이라고 외치는 것은 매우 부당한 것입니다.

21. 안 후보의 의도는 보수언론들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 물론 안 후보의 의도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혁신경제라는 구호에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지 못한다면 보수언론의 노력영웅 만들기식 혁신프레임에 갇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22. 안 후보가 방문한 수원의 못골시장은 어떤 곳입니까?
⇨ 원래부터 이 시장은 입지가 매우 좋은 곳입니다. 오랜 기간 수원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화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성 주변에 육교나 고층건물, 고층아파트 건립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원의 아파트들은 수원의 중심부인 화성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건립되었고, 그 결과 화성 내부에는 전통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중고령층 서민들이 주로 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못골시장은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3. 진보진영의 대선후보가 지향해야 할 전통시장 혁신전략은 어떤 겁니까?
⇨ 진보진영 대선후보의 혁신전략은 '저 사람들이 저렇게 잘하고 있으니 당신들도 노력해서 잘해 보세요'라고 접근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대선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전통시장 혁신을 위해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복안에 대해서 말해야 합니다.

24. 전통시장 혁신을 위한 제도개혁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면 성공과 실패를 많이 경험한 소상공인들을 컨설턴트로 양성하여, 이들을 혁신의 핵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전수전 다 겪은 소상공인들을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컨설턴트로 양성해서 창업을 시도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실패를 최소화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교육과 교류, 컨설팅을 통한 기술 전수, 노하우 전수를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25. 정부도 소규모지만 중소기업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중소기업 컨설팅 사업의 1년 예산은 300억 원도 안 됩니다. 시늉만 내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 네덜란드와 달리 성공과 실패를 많이 경험한 소상공인들이 컨설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민간업체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한국적 현실과 괴리된 컨설팅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소상공인들이 창업을 할 경우, 창업 직전 반드시 1주일 이상 무료컨설팅을 받도록 의무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26. 2005년 경제관료들이 자영업자 과잉사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자영업 자격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 당시 경제관료들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보여주는 해프닝입니다. 영세자영업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 대기업에서 해고되면 중소기업에 들어가거나 자영업자가 됩니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가 폐업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경제관료들이 영세자영업자 구조조정을 시도한 겁니다. 전혀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다 창피만 당했습니다.

27.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알려진 이헌재 씨가 2005년 당시 경제 부총리 아니었나요?
⇨ 경제관료들이 자영업 자격증제를 발표한 시기는 2005년 6월이고, 이헌재 경제 부총리가 부동산 투기로 불명예 퇴직한 시기는 3월입니다. 3개월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자영업 자격증제가 여러 연구기관의 연구결과와 동시에 나왔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6개월~1년 이상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8.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주요 정책들을 보면, 매우 위험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 당시에 그가 추진했던 위험한 정책들을 몇 개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그는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 정책은 의료민영화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둘째, 최근 맥쿼리인프라 문제로 그 심각성이 노출된 민간투자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셋째, 세제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부자감세를 추진했습니다. 넷째,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축한다는 미명 아래 금융자본의 이해를 주로 대변했습니다. 다섯째, 부동산 규제 강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신중론을 펴 노무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29.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이라는 용어가 좀 낯설게 들립니다.
⇨ 당시 이헌재 경제팀이 내세운 이 정책의 공식명칭은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실질적인 내용은 개방과 경쟁을 강조하는 '미국화 정책'이었습니다. 그가 불명예 퇴직한 3개월 후, 후배들이 내놓은 자영업 자격증제는 그가 만들어 놓은 구상을 발표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30. 당시 경제관료들은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생산성이 높다며 매우 부러워했습니다.
⇨ 그것은 결코 부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큰 것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많기 때문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의료비 비율은 6.9%인 반면, 미국은 17.4%입니다. 미국의 총의료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기 때문에 서비스업 비중이 큰 것입니다.

31.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이라며 우려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 그것은 오해입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각국의 1인당 생산성을 산출하는 공식은 '부가가치 총액/취업자 수'입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1인당 GDP를 산출하는 공식은 '(부가가치 총액+α)/인구 수'입니다. 두 공식에 따르면 두 나라의 총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이 유사하다면, 양국의 1인당 생산성 차이와 1인당 GDP 차이도 유사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업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32. 그래도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수준에 비해 제조업 생산성이 높다 보니까, 서비스업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겁니다. 둘째,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가 과잉경쟁을 불러 영세서비스업자들의 소득(혹은 부가가치액)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렵습니다. 경제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생산성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또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를 해소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합니다.

33.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를 해소하는 데 왜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까?
⇨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를 해소하려면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첫째는 복지인력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보건복지인력 비중은 5~6%, 선진국 평균은 10~11%입니다. 이 비중을 두 배로 늘리게 되면 보건복지인력은 현재의 140만 명에서 280만 명으로 140만 명 정도 늘게 되고, 영세자영업자들은 54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34. 영세자영업자들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하지 않나요?
⇨ 영세자영업자들을 절반 정도로 줄이기 위해서는 보건복지인력을 두 배로 늘림과 동시에 대·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 안철수 후보와 악수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프레시안(최형락)

35. 이헌재 전 부총리는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을 추진했는데, 실적은 어떠했나요?
⇨ 2005년 3월 퇴직했기 때문에 그의 실적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의 후배들은 한미FTA를 통해 이것을 이루려고 시도했습니다.

36.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 때 유통업 개방을 통해서 본격화되었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 1990년대 김영삼 정부의 서비스업 정책과 2005년 이헌재 전 부총리의 서비스업 정책은 그 지향점과 내용이 매우 유사했습니다.

37.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의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요?
⇨ 김영삼 정부의 급진적인 유통업 개방 정책은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고, 고용에도 기여하지 못했으며, 서민경제의 파탄만 가져왔습니다. 먼저 도소매업 경제성장기여율을 보면, 1980년대에는 연평균 10.3%였으나, 1990년대에는 8.8%로 떨어졌고, 2000년대에는 5%로 추락했습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의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이 '추가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38. 고용과 서민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 전체 일자리 중에서 도소매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18.5%에서 2011년 15%로 내려앉았습니다. 수많은 중소상인들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입니다. 중소상인들의 불행은 그들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소상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이들이 생계유지를 위하여 다른 산업의 영세자영업자 시장으로 진출하여 창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통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영세자영업자 시장의 과잉사태는 더욱더 심각한 상태로 치닫게 됩니다.

39. 매년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 국세청 통계는 1990년대 이후 중소상인과 다른 산업 분야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수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에 따르면 매년 폐업하는 개인사업자 수는 1995년 33만 명에서 2010년 81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40. 마무리합니다. 지금 이 시기 안철수 대선후보가 시급하게 고쳐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 안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그가 대단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은 개인의 대단한 학습능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인류 경험을 토대로 동서양 행정학자들이 수직적 조직과 수평적 조직의 순기능과 역기능,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균형 있게 인식했다면, 안 후보도 이것들을 균형 있게 인식해야 합니다. 정치인은 결코 극단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